Opinion :장세정의 시선

수십만명 투표권 어쩌나…정부 "10만 확진, 그땐 대책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0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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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오미크론 대선' 상황에서 확진자 투표권 보장과 공정한 선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오미크론 대선' 상황에서 확진자 투표권 보장과 공정한 선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중앙포토]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줄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어제 하루 확진자가 역대 최대치(3만8691명)를 넘었고 누적 100만명을 돌파했는데 급기야 대선 전에 하루 10만명 이상 쏟아질 전망이다. 투표일 직전 일주일 동안에만 확진자가 최소 70만 명(하루 확진자 10만명, 관리기간 7일 반영시) 이상으로 불어난다면 밀접 접촉자까지 합쳐 100만명 이상의 투표권 보장이 발등의 불이 될 상황이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에 치르는 세 번째 선거다. 앞서 2020년 4·15 국회의원 총선, 지난해 서울과 부산시장 등을 뽑은 4·7 재·보궐 선거도 코로나 사태 와중에 치렀지만 '오미크론 대선'은 양상이 크게 다르다. 4·15 총선 당일 확진자는 27명이었고, 4·7 재·보궐선거 때는 653명이었다.

대선 전에 하루 10만명 확진 예상
4·15총선, 4·7재보선과 양상 달라
"3월 6일 이후 확진자 투표 못 해"
밀접접촉 포함시 100만 넘을 수도
정부 "계절독감 방역 전환" 거론해
선관위·질병청, 참정권 존중해야
노정희 선관위원장 직접 나서야
정치중립 시비 선관위 거듭나길

 그런데 대선 막판에 매일 10만명 이상씩 확진자가 쏟아지면 이들의 투표권 보장 문제는 단순히 감염 확산 차단 차원을 뛰어넘는다. 특히 5%포인트 전후의 박빙 판세를 고려하면 재택치료 대상자 등이 무더기로 투표를 못 할 경우 사태가 심각해진다.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이 침해될 뿐 아니라 당락에 영향을 줄 경우 대선의 정당성 시비도 생길 수 있다.
 우편으로 진행하는 거소투표 신청(2월 9~13일)은 물론이고 사전투표(3월 4일~5일)와 본투표(3월 9일) 과정 곳곳에 투표권 보장 논란의 불씨가 숨어 있다.

2020년 4·15 총선 당시 서울 강남구의 한 선거구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선거사무원이 투표 참관인들 앞에서 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오미크론을 계절독감으로 전환한다는 언급이 나온만큼 정부와 선관위가 확진자의 투표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중앙포포]

2020년 4·15 총선 당시 서울 강남구의 한 선거구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선거사무원이 투표 참관인들 앞에서 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오미크론을 계절독감으로 전환한다는 언급이 나온만큼 정부와 선관위가 확진자의 투표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중앙포포]

먼저 거소투표를 보자. 4·15 총선 때 마련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코로나 격리 유권자 투표권 보장 계획'에 따라 이번에도 9~13일 거소투표를 신고한 확진자 또는 자가격리자는 머무는 장소에서 우편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오미크론 대선'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거소투표 신고 접수가 끝난 14일 이후 확진된 유권자, 특히 재택치료 유권자의 투표 방안을 아직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4·7 선거땐 확진자가 사전투표 기간에 생활치료센터의 '특별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전투표 다음 날인 3월 6일부터 확진돼 재택치료에 들어가거나 병원·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면 9일 본투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가격리자들도 투표권을 위협받고 있다. 4·15와 4·7 선거 본투표 때는 무증상 자가격리자에 한해 지자체의 '특별 외출 허가'를 받으면 관리자와 1대1 동행해 투표소로 이동한 뒤 일반인의 투표 시간(일반 선거와 사전 투표는 오전 6시~오후 6시, 재·보궐 선거는 오전 6시~오후 8시) 이후에 투표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 편향과 공정성 시비를 일으킨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 상임위원의 유임을 추진했으나 대선에 영향을 줄 '꼼수'라는 비판을 받자 중동 순방중에 사과 없이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 편향과 공정성 시비를 일으킨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 상임위원의 유임을 추진했으나 대선에 영향을 줄 '꼼수'라는 비판을 받자 중동 순방중에 사과 없이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이번에는 오미크론 때문에 확진자와 재택치료 대상자 등이 폭증할 상황이라 종전과는 다른 특별 비상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수십만명 이상의 투표권이 사라질 위기인데 선관위도 정부도 한가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확진자가 1만명 미만이던 2~3주 전에 선관위 주도로 두 차례 투표권 보장 방안을 논의했지만, 확진자 10만명 상황에 대한 대책은 없다"며 "달라진 상황에 맞는 질병관리청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정 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야당의 선거 중립내각 요구가 묵살된 상황에서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투표권을 제한하면 후폭풍이 우려된다. 이옥남 자유포럼 이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가뜩이나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데 방역을 빌미로 국민의 투표권을 제약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선거 유불리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 민주당은 사전투표 하루 연장을, 국민의힘은 본투표 하루 연장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유권자 본인의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유승수 클린선거시민행동 대표는 "종전처럼 선관위가 편의적으로 확진자 등의 투표 시간과 특별 투표 장소를 결정할 경우 정당성 시비를 초래한다. 임시 국회에서 선거법을 부분 개정해 명확한 법적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0년 10월 27일 국회 인사 청문회 당시 선서하는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대선 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만명 나올 경우 확진자의 투표권을 노 위원장이 직접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2020년 10월 27일 국회 인사 청문회 당시 선서하는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대선 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만명 나올 경우 확진자의 투표권을 노 위원장이 직접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황정근 법무법인 소백 대표변호사는 "선관위원장을 겸하는 노정희 대법관이 재판을 당분간  미루더라도 코로나 상황에서 유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할 특단의 대책을 직접 챙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 편향 시비를 일으킨 조해주 전 상임위원의 불명예 사퇴에서 보듯 선관위는 신뢰 위기에 빠져 있다. 정부가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 전환"을 언급했으니 선관위는 확진자 등의 투표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공정한 '오미크론 대선' 관리를 통해 거듭나야 할 것이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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