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의 한 구절이다.
1만 5000장의 레코드를 갖고 있다는 하루키는 자신의 레코드 모으기를 취미라기보다 ‘고질병’이라고 정의한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이 ‘고질병’이 대유행이다. 1931년 미국 콜럼비아사에서 개발되어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80년대 가볍고 편리한 CD가 나오면서 ‘골동품화’ 되어가던 LP가 다시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LP’하면 옛날 노래가 떠오르지만, 최근의 붐은 7080의 추억소환보다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가 이끌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LP 구매자 중 2030 비율이 40.8%다.
김씨는 서울 사람이지만 여행지에서 느리게 흐르는 시간에 반해 아예 춘천에 둥지를 틀었단다.
“간판을 안 단 이유요? 이 공간이 가진 색깔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알려지고 싶어서요. 유명세 타고 북적이는 카페는 너무 많잖아요. SNS 사진 촬영만을 위해 가는 공간도 있고. 그런 쪽에서 과하지 않게, 춘천의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알려지면 좋겠어요.”
제일 먼저 턴테이블에 걸어 본 음반은 영화 ‘벌새’의 사운드트랙이다. 북미지역에서 발매된 음반을 딱 다섯 장 들여왔단다. 하얀 구름이 그려진 동그란 하늘색 음반이 빙글 돌고, 바늘이 새처럼 슬쩍 내려앉자 ‘지지직’, 음악이 시작된다. 왠지 촉감이 느껴지는 묘한 공간감에 에워싸이면서 공중에 붕 뜬 느낌이다. 기분 탓일까.
이렇게 사운드 자체로 공간감을 구현하는 앰비언트 장르가 ‘상우’의 시그니처다. 올드팝이나 밴드음악처럼 복고풍이 아니라, 소리의 물성이라는 감각을 건드리는 신문물이다. 대중적인 장르가 아닌 탓에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대부분이다. 일본 뮤지션 키하라 켄지, 하시모토 히데유키, 싱가포르 밴드 아스피디스트라플라이 등 앰비언트 아티스트에게 직접 컨택해 몇 장씩만 들여온다. 그러니 여기서 전에 들었던 음악이라도 음반이 다 팔리고 나면 다시 들을 수 없다.
결국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감각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이들을 LP가 있는 공간으로 부르는 것 아닐까. 사운드 연구자인 한양대 음악연구소장 정경영 교수는 “지금의 LP 붐은 음악 자체를 듣겠다는 게 아니라 분위기와 향수를 듣겠다는 태도”라면서 “아무 잡음 없는 디지털에 비해 ‘지지직’ 소리는 음악이 저기 있다는 증거다. 공기의 파동일 뿐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게 음악이지만, LP의 잡음은 음악이 구체적으로 내 삶속 어떤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 물질성과 친근감이 젊은 세대까지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