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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오프라인의 귀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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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호 01면

SPECIAL REPORT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팔아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은 제품의 가치를 높여준다.” 이승윤 디지털 문화심리학자의 책 『공간은 경험이다』의 프롤로그 첫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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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유통 확산에 편승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대거 철수시켰던 브랜드들이 요즘 ‘공간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푸느라 분주하다. 디지털 시대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순 없지만, 직접 보고 만지고 듣고 맛보고 느끼는 아날로그 문화를 ‘새로움’으로 정의하고, 발품 팔아가며 직접 체험하는 재미에 푹 빠진 MZ세대 때문이다. 미래의 고객들이 원한다는데 기업 입장에선 무언들 못할까. 덕분에 브랜드가 창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아날로그 콘텐트, 즉 오프라인 공간 문화가 ‘의외의’ 섬세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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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1일 서울 성수동에 ‘디올 성수’가 오픈한다. 6개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별한 컨셉트 스토어인데,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와의 차별점은 이 공간을 찾게 될 고객 타깃을 MZ세대에 정 조준했다는 점이다. 디올 관계자는 “독창적 에너지와 활력이 넘치는 성수동, 이 동네를 사랑하는 MZ세대, 그리고 디올의 헤리티지가 잘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 문화를 기대해 달라”고 했다. 인테리어부터 작은 식기 하나까지 모두 디올의 감성으로 채워질 실내에는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디올, 브랜드 창립자 무슈 디올이 사랑했던 장미정원을 구현한 미디어 아트 월, 젊은 아티스트들의 협업 작품들이 설치된다. 루이 비통 역시 5월 초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4층에 팝업 공간 ‘루이 비통 카페’를 연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이 카페는 문화예술 행사의 일환으로 이번 주제는 미식문화 체험이다.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가 런치 및 디너 코스 메뉴를 준비했다. 2015년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방한 때 동행했던 그는 쌈장·고추장·오미자·된장·간장으로 프렌치 요리에 한국의 맛을 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4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혁신적인 브랜드’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앞다퉈 온라인 홈 페이지를 열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반대다. 소비자를 오게 할 만한 공간을 기획하고, 실제로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해서 팬덤을 이어갈 것인가로 기업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산업시대에는 제품의 속성으로 고객의 마음에 호소했고, 정보 시대에는 이미지로 정체성을 호소했다면, 현재는 체험으로 고객의 마음과 감성에 호소하는 시대다. 새로운 시대의 브랜딩, 그 중심에 오프라인 공간이 있다.” 김주연 홍익대 미술대 공간디자인 교수의 말이다.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 1979년 영국 밴드 버글스가 노래한 예견은 틀렸다. 라디오 스타는 지금도 건재하며 사랑받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컴백한 오프라인 공간 역시, 사라지지 않고 아날로그 문화를 계속 견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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