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한 달 반 뒤…얼굴·발 아토피가 사라진 사연 [맨발로걸어라]

중앙일보

입력 2021.11.14 05:00

수정 2021.11.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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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한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섬유근염, 아토피피부염등 극심한 자가면역질환으로 고생하던 중 대모산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찾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등 가족 전체가 참석해 빗속에서 맨발 산행을 했다. 온 가족과 함께 산길을 걸으며 “맨발걷기로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 어린 학생의 모습이 참 대견했다.

자갈로 뒤덥혀 있던 계족산의 임도가 황톳길로 변했다.

 
2시간 넘게 빗속에서 맨발로 걷고는 기분이 너무 좋다고 한 그 어린이는 그 이후 필자의 권유에 따라 엄마와 함께 매일 집 마당에서 맨발로 걸었다. 또 집 주변의 숲길과 근린공원을 맨발로 걸으며 치유의 과정을 밟았다. 집에 있을 때는 실내의 접지선에 몸을 연결하여 소위 24시간 접지(earthing)라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였다.(콘센트 접지선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다.)
 
한 달 반쯤 지난 뒤 그 어린이 엄마는 환희에 찬 기쁨의 목소리로 자녀의 아토피피부염이 깨끗이 치유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을 알려왔다. 당시 그 어린이의 엄마는 맨발걷기 전후의 사진을 보내줬다. 얼굴과 발 전체에 가득한 홍반과 발진은 한 달 반 만에 뚜렷하게 개선됐다. 
 
이 어린이의 한 달 반 맨발걷기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는 바로 ‘땅은 치유한다’는 분명한 사실을 말해준다. 맨발걷기는 ‘치유의 스위치를 켜는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어린이들의 아토피피부염 유병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어린이의 사례를 보면 왜 맨발로 땅을 밟으며 자라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지난 7일 어린이대공원에서 여론조사를 했다. 흙길을 원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는 오는 2023년 개장 50주년을 맞는 어린이대공원의 순환로 3.5㎞를 인근 서울숲처럼 흙길로 조성해 우리의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맨발로 걷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하자고 서울시에 제안했다. 현재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완벽하게 포장돼 있다.


지난 7일에는 어린이대공원 중앙광장에서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5시간 동안의 공개 여론조사를 했다. 어린이대공원 3.5㎞ 순환로를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흙길로 만들자!’는 안과 ‘아스팔트, 시멘트도 좋다!’는 2가지 안 중 자유롭게 선택하여 투표하도록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누구나 다 신발을 신고 살고 있고, 대부분이 맨발로 걸어본 적이 없는 관람객이지만 투표에 참여한 1111명 중 91.6%인 1016명이 흙길 조성안에 표를 던졌다.  
 
그중에는 엄마는 아스팔트 안에 투표하는데,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된 자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흙길에 투표하는 감동적인 장면도 있었다. 광장 옆 풋살운동장에서 풋살을 하던 한 젊은 여성도 흙길 조성안에 투표하며 “풋살운동장 바닥도 흙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흙 운동장이 무릎 등 근골격계에 충격과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다.

 
아토피 어린이의치유 사례와 어린이대공원 여론조사의 흙길 조성 찬성 결과를 보면 ‘땅을 밟는다는 것이 아스팔트, 시멘트 등 딱딱한 길을 밟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거주지 주변의 산책로나 근린공원, 천변길 등에도 흙길이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책당국자들은 국민들의 이러한 맨발걷기와 흙길 조성에 대한 잠재욕구를 외면하지 말고 관련 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여론조사 후 필자와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동료 임원.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금융인 출신의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 KB 부사장을 역임하고 2016년 은퇴한 뒤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개설하고, 저서 『맨발로 걸어라』를 출간하는 등 맨발걷기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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