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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가스 중독자 몇시간뒤 벌떡 일어났다…땅이 부린 마법[맨발로걸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치유의 맨발흙길 조성에 지방자치단체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충청권 주류업체인 맥키스컴퍼니가 주최하는 '계족산 맨발축제'가 열린 대전 대덕구 계족산. 어린이들이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있다. 맥키스컴퍼니 제공. 연합뉴스

충청권 주류업체인 맥키스컴퍼니가 주최하는 '계족산 맨발축제'가 열린 대전 대덕구 계족산. 어린이들이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있다. 맥키스컴퍼니 제공. 연합뉴스

과거 연탄을 많이 사용하던 시절, 연탄가스에 중독된 사람을 땅바닥에 엎어 놓으면 몇 시간 후 툴툴 털고 일어나는 걸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뱀을 때려잡으면 땅바닥에 두지 않고 대나무에 걸어 공중에다 매달아 놓았다. 뱀을 땅바닥에 팽개쳐 두면 머지않아 살아나 도망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땅의 치유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야생동물도 상처가 나면 몇 날 며칠이고 땅바닥에 엎드려 상처가 치유되길 기다린다. 동물도 땅이 치유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당연히 인간도 땅을 밟고 살아야 한다. 실제 호모 사피엔스 이후 20만년의 인류의 역사에서 땅과 연결이 끊어진 건 불과 수천, 수백 년 전의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현대의 세계에서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모든 도로가 부도체인 아스팔트·시멘트·우레탄 등으로 포장되어 있다. 아파트 단지의 보행로나 근린공원의 산책로들도 대부분 그러하다. 우리 주변에서 맨발로 걸으며 치유할 수 있는 땅을 찾는 게 마치 보석을 찾는 것처럼 희귀한 일이 돼버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과 흙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2006년 필자가 『맨발로 걷는 즐거움』이라는 맨발 걷기 관련 첫 번째 서적을 출간한 직후 대전의 향토 소주 회사 조웅래 회장이 조성한 계족산의 황톳길이다. 무려 14㎞에 달하는 임도에 황토를 덮어 누구나 맨발로 걷고 뛸 수 있는 즐거운 황톳길을 만들었다.

그 이후 계족산은 충남·대전 지역의 대표적 관광지가 되었다. 해마다 수 만명의 사람들이 계족산을 찾아와 맨발로 걸으며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계족산 황톳길의 조성은 맨발걷기의 역사에서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2016년 서울 강남의 대모산에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열었다. 이후 대모산은 수도권에서 맨발걷기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촉촉한 진흙과 마사토 등이 잘 어울려져 있는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다. 육산(肉山·바위가 아니라 흙으로 이루어진 산)이라 많은 사람이 대모산을 맨발로 걸으며 행복해한다. 마치 어머니 품속을 맨발로 걷는 듯한 그 포근함과 안온함에 그리고 그 싱싱한 치유의 생명감에 감동한다.

서울 강남 대모산에서 열리는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서울 강남 대모산에서 열리는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최근에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숲길이나 근린공원에 마사토길이나 황톳길 조성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서울 중구청의 웅봉근린공원, 강남구의 양재천 수변 맨발길 두 곳과 맨발 황톳길, 인천 연수구의 황톳길과 해돋이공원의 마사토길, 대구수목원의 황톳길, 청태산 휴양림의 황톳길과 국립횡성숲체원의 맨발 흙길 조성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송파구는 박성수 구청장이 맨발걷기를 위한 흙길 조성에 매우 긍정적이다.

또 양평군에서는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논두렁길들을 폭 1m 정도로 이어 맨발 산책로의 조성과 임도 7~8㎞를 황톳길로 조성, 제2의 계족산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정동균 군수가 추진 중이다. 과천시 김종천 시장도 과천중앙공원에 흙길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포항은 해변과 산의 모래사장과 흙길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18개 구간을 만들고 ‘맨발로’라 명명해 홍보하고 있다.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나 지자체가 뒤를 받쳐주면서 누구나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흙길, 황톳길들이 곳곳에 만들어지면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맨발걷기의 선도 국가로 뚜렷이 자리매김할 수 있다. K팝, K드라마처럼 맨발걷기와 K헬스가 한류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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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인 출신의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 KB 부사장을 역임하고 2016년 은퇴한 뒤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개설하고, 저서 『맨발로 걸어라』를 출간하는 등 맨발걷기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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