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수치 뚝, 감기도 안걸려” 맨발로 숲길 걷는 일흔의 회장님

중앙일보

입력 2021.09.20 08:00

업데이트 2021.10.22 17:21

맨발 걷기 시민운동본부 박동창(69) 회장은 올해 추석 아침도 맨발 걷기로 시작할 것이다. 추석뿐만 아니다. 그는 1년 365일 매일 맨발로 대지와 교감하며 하루를 연다.

맨발걷기. pixabay

맨발걷기. pixabay

그는 원래 금융인이었다. KB 부사장을 역임하고 2016년 은퇴했다.

2001년 그는 우연히 국내 지상파 TV프로를 봤다. 간암으로 죽음을 선고받고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 삶을 정리하며 청계산을 맨발로 쏘다니다 자연 치유된 사람의 스토리였다.

확률이 작은 스토리에 냉철한 금융인인 박 회장이 끌린 건, 당시 그의 상황 때문이다.

한국 글로벌 금융의 개척자인 그는 당시 폴란드 LG페트로은행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현지 은행을 인수해 폴란드 4대 은행으로 키웠지만, 한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현지 사업을 정리하던 시기였다. 사업 철수 과정이라 현지 직원과 갈등을 빚으며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건강도 잃었다. 간 수치가 올라 의사는 큰 병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동창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회장.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박동창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회장.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박 회장은 “TV 프로그램을 보는데 뭔가 울림이 있었다. 폴란드 바르샤바 카바티 숲을 찾아 신발을 벗었다. 촉촉한 대지가 주는 느낌이 좋았다. 풀, 나뭇가지, 곤충 등 무심코 지나갔던 게 눈에 보였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 같았다. 걷고 난 후 스트레스도 줄고, 잠도 잘 왔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간 수치는 떨어지고, 이명도 자취를 감췄다.

그는 “맨발걷기 시작 후 3개월에 한 번씩 혈액검사를 받았다.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면역력도 좋아졌다. “난 감기 걸린 사람과 스치기만 해도 감기가 옮았다. 그래서 감기 걸린 사람에게는 결재를 받지도 않았다. 맨발걷기를 한 뒤로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맨발로 걷는 경이로운 기쁨을 남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2006년 맨발걷기에 대한 책을 썼다. 이후 내용을 보강하며 맨발걷기 관련 서적 3권을 펴냈다.

2016년 은퇴한 이후엔 서울 강남 대모산에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개설했다. 그 덕분에 대모산은 서울에서 맨발걷기의 메카가 됐다.

맨발걷기는 정말 좋을까. 왜 좋을까. 맨발로 걷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박 회장과 14일 서울시 강남구 대모산에서 만났다. 올해 나이는 일흔. 함께 숲길을 걸으며 맨발걷기에 대해 궁금한 것을 알아봤다.

박동창 회장은 모두 3권의 맨발걷기 안내 서적을 출간했다. 올해 출간한 '맨발로 걸어라'. 인터넷 캡처

박동창 회장은 모두 3권의 맨발걷기 안내 서적을 출간했다. 올해 출간한 '맨발로 걸어라'. 인터넷 캡처

#신발을 벗어라

맨발걷기에서 가장 어려운 건, 처음 신발을 벗는 바로 그 순간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맨발로 걷는 걸 상상조차 하지 않고 산다. 신발을 벗고 걸으면 금세 발이 다칠 것이라고 짐작한다. 신발을 신기 시작한 게 2만년 전부터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현생 인류가 탄생한 건 20만년 전이다. 박 회장은 “사람은 원래 땅을 맨발로 걸어 다니는 존재였다. 발은 그렇게 쉽게 다치지 않는다. 지난 5년간 맨발걷기 스쿨을 하면서 걷다가 발이 다쳐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터뷰하기 전 미리 집 근처 야산과 경기도 고양시 서오릉에서 세 번에 걸쳐 맨발걷기를 했다. 발바닥이 따끔거리긴 하지만 다치지는 않았다. 걱정과 달리 유리처럼 위험한 물건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또 맨발이 되면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앞을 내다보며 걷게 된다.

맨발로 모래나 자갈이나 바위가 깔린 개울물을 건널 수 있다면, 숲길도 걸을 수 있다.

숲길. pixabay

숲길. pixabay

#발 마사지 효과  

맨발걷기는 스스로 하는 발 마사지다. 발이나 손의 어떤 지점들은 신체 부위와 연결돼 있어 손과 발을 자극하면 신체 불균형 해소와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런 요법은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다.

박 회장은 “맨발로 걸으면 땅 위의 돌멩이,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이 맨발바닥의 지압점을 자극한다. 자연스럽게 우리 몸의 각종 장기에 혈액이 왕성하게 공급되며 면역력이 좋아진다. 각종 감염병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발가락과 발 앞부분은 머리 쪽, 발의 중간은 내장 기관과 대응한다. 까치발을 들고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잠이 잘 온다. 맨발걷기를 한 뒤 불면증에서 벗어났다는 회원이 많다”고 말했다. 발의 가운데 부분은 내장 기관과 관련 있고, 발뒤꿈치는 좌골신경, 방광, 항문 등 신체의 아래쪽과 연결된다.

걷기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 박 회장은 맨발로 걷는 9가지 방법을 알려줬다. ‘두꺼비 걷기’는 아주 천천히 땅과 하나가 되는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딘다. ‘황새 걷기’는 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모두 충분히 활용해 리드미컬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 밖에 ‘까치발 걷기’, ‘발가락 들고 걷기’, ‘오므리고 걷기’ 등이 있다. 걷는 방식에 따라 각각 다른 지압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걷다 보면 그동안 얼마나 발을 신발 속에 꽁꽁 가두고 살았는지 알게 된다. 부드러운 흙길을 걸을 땐 발바닥과 발가락이 좋아서 환호성을 지르는 듯하다. 돌멩이를 밟아 아플 때도 있지만, 은근하면서도 기분 좋은 통증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적당히 울퉁불퉁한 곳을 골라 밟기도 한다. 발가락과 발바닥으로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촉각이 새롭고 신선하다.

박 회장은 “발 마사지는 남의 손을 빌려 야하지만, 맨발 걷기는 자기가 주도할 수 있다. 건강도 좋아지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숲길. pixabay

숲길. pixabay

#접지… 지구와 교감해야 건강해진다

지구는 커다란 자석이다. 번개가 떨어지고, 땅은 그것을 흡수한다. 지구의 핵에서는 열에너지가 나오고, 태양 광선으로 끊임없이 날씨가 바뀌며 에너지가 순환한다.

박 회장은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지구가 방출하는 자연적 전기 에너지를 받아야 조화롭고 균형 있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물며 TV나 세탁기, 냉장고도 접지한다. 전자 제품은 땅과 연결해야 오작동을 피하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TV나 세탁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신비한 인체에도 전기가 흐른다.

박 회장은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 전압을 재면 통상 200~600밀리볼트 정도의 전압이 측정된다. 그러나 맨발로 땅을 밟으면 전압이 0볼트로 바뀐다”고 했다. 땅은 거대한 음전하 상태이며, 땅을 밟을 때 우리 몸속의 양전하를 띤 활성산소가 중화된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다.

접지이론은 박 회장의 생각이 아니다. 2010년 전기 기술자 클린트 오버와 심장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는 실증적 연구 결과를 '어싱, 땅과의 접촉이 치유한다'는 책으로 발표했다.

저자인 시내트라 박사가 2013년 미국 '대체 및 보완의학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접지는 혈액의 점성을 묽게 한다'에 따르면 끈적끈적한 혈액의 점성이 맨발걷기 40분 뒤 개선된다. 또 혈액표면의 세포 사이의 밀어내는 힘을 높여줘 혈류의 속도를 높여준다.

세 사람의 혈액이다. 왼쪽은 접지하기 전이다. 오른쪽은 접지 40분 후 모습이다.

세 사람의 혈액이다. 왼쪽은 접지하기 전이다. 오른쪽은 접지 40분 후 모습이다.

박 회장은 “현대 질병의 90%가 활성 산소와 관련이 있다. 암, 동맥경화, 당뇨, 뇌졸중, 심근경색, 간염, 신장염, 아토피 등이 모두 활성 산소와 연관된 질환”이라며 “사람 몸에도 전기가 흐른다. 숲길을 맨발로 걸으면 우리 몸의 전기적 불균형이 해소된다. 양전하를 띤 활성산소도 중화된다. 맨발로 접지하면 적혈구의 표면 전하를 올려 혈액의 점성을 낮추고 혈류의 속도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고무 밑창이 깔린 신발을 신으면 땅과 연결이 끊어진다. 고무신을 신고 걸으면 지치고 피곤해지지만, 맨발로 숲길을 걷다 보면 도리어 활력이 생긴다”고 했다.

#발은 제2의 심장

박 회장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발은 공학 기술의 최대 걸작품이요 예술품’이라고 했다”며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신발 속 아치형 깔창이 도리어 발의 기능을 저하한다”고 했다. 그는 “맨발로 걸으면 발이 제자리를 찾고 제 기능을 하면서 허리, 목도 똑바로 펴진다”고 했다. 푹신한 밑창에 의지하지 않기 때문에 발바닥을 온전히 사용하게 되고 이를 통해 온몸의 자세가 교정되고 근육도 제대로 사용하게 돼 각종 질환을 예방한다는 거다.

맨발로 맨땅을 걷는 건 혈액을 펌프질하는 기능도 있다. 박 회장은 “발에는 대동맥이 지나간다. 작은 심장만으로 온몸 구석구석에 피를 힘차게 보낼 수는 없다. 걸어가면 발바닥이 펌프질 작용을 하면서 심장을 도와 혈류를 힘차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맨발걷기를 통해 불면증, 고혈압, 당뇨병, 족저근막염 등 다양한 질환에서 치유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다. 코로나19 치료에 맨발걷기를 한 그룹이 더 효과가 좋았다는 논문도 있다. 맨발걷기는 비용도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온 인류가 맨발걷기로 건강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석 때는 과식으로 배탈이 나는 사람이 많아진다. 맛있게 먹고, 산책할 때 신발 끈을 한 번 풀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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