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생 개혁 경쟁하자” 민주당 “국기 문란 장본인”

중앙일보

입력 2021.11.06 00:20

수정 2021.11.06 01:2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일 오전 대구광역시 북구 경북대학교 북문 인근에서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축하를 건넸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기 문란의 장본인을 축하하긴 어렵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 경북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를 향해 “후보가 된 것을 축하드린다. 정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국가를 더 희망적으로 만들지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도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 삶의 변화, 민생 개혁을 위한 생산적이고 열띤 경쟁을 펼치면 좋겠다”며 “윤석열 후보님도 같은 마음이실 것”이라고 적었다. 이 후보는 이 글에서도 ‘축하’라는 단어를 세 번 썼다.
 
반면 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결이 달랐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야 마땅하지만 검찰의 중립성을 심대하게 훼손하고 국기를 문란케 한 장본인에게 그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 대출 수사 무마 의혹, 윤우진 수사 방해 의혹, 월성 원전 수사 사주 의혹, 고발 사주 의혹 등 윤 후보 관련 수사는 미로를 헤매고 있다”며 “단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후보 자격을 상실할 의혹들”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조정식 선대위 상임총괄본부장도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 관련 의혹을 열거한 뒤 “민주당은 윤 후보 일가의 비리 백화점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밝혀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정당의 후보가 되는 모순적 상황”이라며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민주당이 더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이처럼 이 후보와 당이 다른 반응을 보인 데 대해 당내에선 “향후 윤 후보에 대한 ‘투 트랙 전략’을 예고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는 자신의 강점인 정책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윤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반면 당은 윤 후보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 데 총력을 쏟으며 ‘역할 분담’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당분간 각 당 저격수들이 상대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시리즈’를 꺼내며 힘겨루기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어느 순간엔 후보도 직접 난타전에 뛰어들며 주도권 싸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윤 후보가 행정 경험이 없다는 점도 주요 공략 지점이다. 이 후보가 지난 7월 윤 후보에 대해 “입법·사법·행정 중 사법의 극히 일부, 과거를 처벌하는 아주 부분적인 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인데 국가 경영을 어떻게 할 거냐”고 지적한 게 상징적이다. “국정이라는 게 단기 속성 과외로는 결코 쉽지 않다. 매우 복합적이며 종합예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섬세하고 광범위한 것”이란 이 후보의 발언도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런 가운데 이 후보는 이날 대구를 찾아 2030 청년 끌어안기에 나섰다. 2030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윤 후보에 맞서 청년층 공략에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전략이다. 대구 방문 첫 일정도 백명수(25)씨와의 점심식사로 잡았다. 백씨는 지난 7월 이 후보가 대구 전태일 열사 생가를 방문했을 때 ‘나도 대통령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 후보를 기다렸던 청년이다.
 
이 후보는 백씨를 만나 “당시 피켓을 보고 매우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며 “제가 친구는 해줄 수 있는데 ‘대통령 친구’가 될지는 알 수 없는 만큼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씨도 “꼭 대통령 친구가 돼주시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백씨와 오찬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도 “청년의 친구로서 할 일을 하겠다. 빽 없는 모든 청년의 친구가 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음식점 앞에 몰린 2030 청년들과도 셀카를 찍으며 스킨십에 적극 나섰다. 한 발 떨어져 자신을 촬영하던 학생에겐 “나를 찍으면 뭐하겠느냐. 같이 찍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오후엔 경북대 캠퍼스를 찾아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를 주제로 학생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경쟁이 경쟁이 아니라 전쟁이 되고, 친구가 적이 돼버리는 게 정말 안타깝다”며 “기회의 총량이 적다 보니 마치 오징어 게임처럼 이런저런 형태로 편을 짜서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청년층에서 공정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현상도 경쟁이 격화된 데 따른 것이라는 진단이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 오는 발걸음이 무겁진 않았느냐’ ‘대선후보 선출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에너지고속도로 언급했는데 보수표를 의식한 발언 아니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이 후보는 “대구·경북은 원래 개혁의 심장이었다”며 “일방적 지지를 한 결과 과연 행복했는지, 대구가 발전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는 좌우나 진보·보수 따지는 게 매우 퇴행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저는 실용주의자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윤 후보 선출로 청년층이 무주공산이 됐다고 판단하고 앞으로도 당분간 청년층 공략에 집중할 방침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20%대의 2030세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윤 후보는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던 청년층을 선점하는 게 당장 이 후보와 선대위의 기본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