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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민심과 거꾸로 간 당심, 대선서 역할은 여기까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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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호 03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기적 같았던 상승세와 여론조사 결과를 생각하면….” 5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대선 캠프에는 아쉬움 가득한 적막이 흘렀다. 홍 의원은 이날 윤석열 대선후보가 선출된 뒤 전당대회 단상에 올라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겠다”며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적 관심을 끌어준 게 제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홍 의원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경선을 함께 치른 후보들과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원내대표·홍준표 의원·윤 후보·유승민 전 의원·원희룡 전 제주지사·이준석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경선을 함께 치른 후보들과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원내대표·홍준표 의원·윤 후보·유승민 전 의원·원희룡 전 제주지사·이준석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이후 그는 “윤 후보에게 축하드리고, 국민과 당원 동지가 합심해 정권 교체에 나서 주길 꼭 당부드린다”고 패배의 변을 마무리했다. 이후 페이스북에는 “국민 여론에선 예상대로 10.27%나 이겼으나 당심에선 참패했다”며 “민심과 거꾸로 간 당심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적었다.

홍 의원은 단 한 자리의 당 대선후보를 놓고 윤 후보와 치열한 ‘빅2’ 대결을 벌였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홍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한 끝에 탈당한 뒤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지난 6월 복당하기까지 1년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복당 이전부터 홍 의원의 시선은 줄곧 대선을 향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특히 윤 후보가 지난 3월 검찰총장을 사퇴한 뒤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면서 홍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당시 홍 후보 지지율은 4~5%의 답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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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 후보가 설화 논란 등으로 주춤한 사이 2030세대 지지를 등에 업고 홍 의원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란 구호도 유행했다. 추석을 전후로 몇몇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를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홍 의원은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달성했다”고 자축하기도 했다. 2강 체제가 굳어진 뒤에는 굵직한 외부 인사들도 잇따라 합류하며 기세를 올렸다. 대선 경선에 나섰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홍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홍 의원 스스로 “참패”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결국 당심이 발목을 잡았다.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지지 확보 경쟁에서의 열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현역 의원들이 잇따라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자 위기감을 느낀 캠프가 뒤늦게 본부장급 이하 인사들을 일제히 연고 지역으로 보내 당원 설득에 나섰지만 당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이날 최종 경선에서도 홍 의원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10.27%포인트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8만3515표나 뒤지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섰지만 반전을 이루지 못한 채 3위에 머물렀다. 경선 초기 경제 전문가 이미지에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대구·경북(TK) 지역 등 전통적 지지층의 부정적 여론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유 전 의원은 “오늘부터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4강에 극적으로 합류한 뒤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목을 모았지만 결국 4위로 경선을 마감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한 4개월의 길이 만만찮겠지만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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