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캠프 “빅 플레이트 내세워 중도·청년층 표심 얻을 것”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06 00:20

업데이트 2021.11.0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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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호 03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가 5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된 뒤 홍준표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가 5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된 뒤 홍준표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5일은 역으로 그에게 여러 가지 숙제를 던져준 날이기도 했다. 당장 이날 발표된 경선 개표 결과가 그랬다. 보수적인 당원 지지층을 넘어 중도·탈진보층까지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과제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났다.

윤 후보는 당원 투표에선 57.77%로 홍준표 의원(34.80%)을 크게 앞섰다. 윤 후보 캠프로 잔뜩 몰려갔던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숫자를 보면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하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선 10.27%포인트나 뒤졌다. 그동안 공개된 다른 여론조사보다 차이가 더 컸다. 중도·진보 성향 유권자층에서 홍 의원에게 뒤졌던 최근 여론조사의 경향이 이번 조사에서도 반복됐을 가능성이 크다.

윤 후보 측도 이를 숙제로 인정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본경선에서 당심 비중이 높다 보니 윤 후보가 이를 겨냥한 보수적 행보에 집중하면서 외연 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측면이 분명 있었다”며 “이제부터는 이른바 ‘빅 플레이트(큰 접시론)’를 전면에 내세우며 중도층과 탈진보층 표심을 견인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고 중도층이 쉽게 마음을 연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캠프의 또 다른 고민이다.

세대·계층·지역별 지지세를 고르게 강화하는 것은 윤 후보에게 주어진 더 큰 과제다. “120시간 노동”이나 “남녀 간 교제를 막는 페미니즘” 발언, 또 젊은 층이 질색하는 ‘쩍벌 꼰대’ 이미지 등의 영향으로 윤 후보는 2030세대와 젊은 여성층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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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는 ‘이대남(20대 남성)’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홍 의원과도 극적으로 대비됐다. TV 토론에서는 20대에서 3%, 30대에서 9%, 40대에서 8% 지지를 받는 후보라는 뜻의 ‘398 후보’라는 상대 후보들의 굴욕적인 냉소도 견뎌야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권 교체 여론이 아무리 높더라도 20~40대에서 고전이 이어질 경우 대선 승리를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란 지적도 적잖다.

여기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과 12·12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발언은 호남 민심 뿐 아니라 수도권 민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또한 이어진 ‘개 사과’ 논란에는 “상식 이하의 행동”이란 중도층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윤 후보가 이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당 관계자는 “중도층 민심의 향배가 대선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이 같은 실수가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될 것”이라며 “후보 본인과 캠프도 이런 점을 충분히 유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1실언’이란 말까지 낳았던 초보적 실수의 반복도 본선 과정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경선 막판 몰아친 ‘홍준표 바람’도 ‘불안한 윤석열’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국민의힘에 오래 몸담은 한 인사는 “윤 후보의 정치 참여 선언 이후 행보를 보면 신선한 정치 신인보다는 여의도 정치 문법을 낯설어하는 ‘여의도 신입’의 서툰 이미지가 강하게 드러났다”며 “앞으로는 신선함과 본인 고유의 색깔은 살리되 신중함과 품격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당 안팎에선 “윤 후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책과 비전에 대한 내공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정권 교체’만 외쳐대는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지 ‘윤석열표 비전’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는 주문이다. 윤 후보는 이날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연설에서도 “저의 경선 승리를 이 정권은 매우 두려워하고 뼈아파할 것”이라며 ‘정권 교체 청부사’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에만 주력했다. 반면 정책과 비전에 대한 강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청년원가주택 등의 공약을 발표했지만 ‘이재명=기본소득’ 같은 시대적 거대 담론을 담은 정책은 아니다”며 “윤 후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를 그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뼈대가 되는 정책은 무엇이 될지 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 본선에서도 정치 철학 부재 논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치공학과 대선 구도라는 측면에서는 야권 단일 대오를 구축하는 게 윤 후보의 시급한 현안으로 꼽힌다.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던 경쟁 주자들 세 사람은 일단 “결과에 승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후유증을 완전히 피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당내 중론이다. 홍 의원도 이날 저녁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대선에선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적었다. 민주당 경선에서 패한 이낙연 전 대표처럼 홍 의원도 선대위에서 주요 직책을 맡아주길 원했던 윤 후보 측으로서는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원팀’을 실현하더라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통합 논의가 남는다. 야권의 대선전을 지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안 대표와 매우 껄끄러운 사이다. 윤 후보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야권 통합과 후보 단일화 논의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윤 후보는 이날 “정권 교체라는 같은 열망을 가지고 있기에 큰 틀에서 야권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윤 후보는 당장 6일 이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할 예정으로, 이 자리에선 안 대표 문제도 깊이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후보 부부를 둘러싼 수사는 외부의 리스크다.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부인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에 묶여 있다. 윤 후보는 “이런 정치공작이나 불법적인 선거 개입을 계속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도 “수사 결과에 따라 여당의 파상적인 정치 공세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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