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실리 우선하는 MZ세대 ‘스윙 보터’로 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10 00:02

수정 2021.04.1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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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표심 좌우한 4대 키워드 

지난해 4·15 총선에서 18~29세 투표자의 56%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줬다.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 득표율은 32%였다. 지난 4·7 서울 보궐선거에서는 지지율이 완전히 뒤집혔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5.3%를 얻은 반면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34.1%에 그친 것이다. 30대 역시 민주당 지지율이 61.1%에서 38.7%로 곤두박질쳤다. 정치권에서는 “불과 1년 만에 청년층이 보수화됐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정작 MZ세대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진보·보수 프레임에 갇힌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투표 하루 전인 지난 6일 만난 취업준비생 차모(25)씨는 청년들이 분노한 이유가 “배신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이나 적폐청산을 내세워 권력을 잡더니 기존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인 게 문제”라며 “그냥 나쁜 인간보다 착한 척하는 나쁜 인간이 더 짜증나는 법이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통계청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25~39세)와 Z세대(15~24세)를 아우르는 MZ세대는 2019년 기준으로 1696만 명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32%에 달한다. 40대인 X세대와 50대 중심인 86세대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숫자다. 이들은 이전 세대들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업무를 준비해야 한다’는 문항에 37%만, ‘내가 손해일지라도 조직이 이득을 보면 만족한다’는 문항에는 32%만 동의했다. 과반수가 동의한 86세대와는 대조적이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60세 이상 세대와 반보수 정서가 강한 40대와는 달리 이념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콘크리트 지지’와는 인연이 없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윙 보트(swing vote)’ 세대가 나타난 셈”이라고 평했다.

인구 32%, 개인·실용주의 청년층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 중요시

진보·보수 프레임에 갇히지 않아
일자리·젠더 민감, 반중 정서 강해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MZ세대의 특징은 공정·경제·젠더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비리나 특혜 없는 공정한 사회, 열심히만 하면 일자리와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는 사회, 남녀차별이 없는 사회를 원한다. 반미보다 반중 정서가 강하다는 특징도 보인다.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조국 이슈 때 반쯤 돌아섰다면 마지막 카운터펀치는 박원순 문제”라며 “모두가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알고 있는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내세우던 민주당은 ‘사실 괜찮은 사람인데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2019년 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엔 “20~30대 남성에게 공정성은 ‘능력주의에 기반한 절차적 공정성’으로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권이 문제를 정확히 짚고도 대안을 외면해 패배를 자초한 셈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030세대는 이편도 저편도 아니다”라며 “누가 정신을 먼저 차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냐가 (정권 창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윙 보터
선거에서 지지 정당이 없는 유권자를 뜻한다. 정치에 아예 관심이 없는 소극적 부동층보다는 정책이나 쟁점 등에 관심이 많지만 일관되게 지지하는 정당은 없는 적극적 부동층에 가깝다. 대개 중도 성향이다. 경합이 팽팽할수록 승패를 좌우하는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취재팀=김창우·김홍준·고성표·김나윤 기자
오유진·원동욱·윤혜인·정준희 인턴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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