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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 진영보다 개인의 취향·워라밸 중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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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07면

MZ세대 표심 좌우한 4대 키워드

돌직구 발언으로 MZ세대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해 사랑받는 EBS 펭수와 20대 군장병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역주행 신화에 성공한 브레이브걸스가 만났다. [사진 인스타그램]

돌직구 발언으로 MZ세대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해 사랑받는 EBS 펭수와 20대 군장병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역주행 신화에 성공한 브레이브걸스가 만났다. [사진 인스타그램]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인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묶어서 부르는 MZ세대가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주면서 최근엔 ‘MZ쇼크’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소비자로서, 조직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MZ세대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선배 세대를 당혹감에 빠트린다. 최근 성과급 기준과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등 신세대 직원의 ‘반란’이 대표적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재보궐선거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2~30대의 정치적 영향력도 눈길을 끈다. 이제는 알 만큼 알고 적응도 꽤 했다고 생각했던 기성세대는 또 한 번 혼란에 빠졌다. 여전히 이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개인이 결정권, 수평적 관계로 연결 #민감한 마음의 저울로 공정성 판단 #풍요 속 상대적 빈곤, 공유 경제 지지 #“내 삶을 실제로 향상 시킬 사람 지지”

MZ세대의 성장 배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디지털이다. 디지털 세상은 개인이 결정권을 행사하며 서로 수평적 관계로 연결된다. 철저하게 개인화되고 개별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는 개인의 결정권과 개별의 취향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직급과 무관한 수평적 의사소통도 중시한다. 밀레니얼세대에서 이어진 Z세대는 이런 특징이 더욱 심화돼 나타난다.

이은형

이은형

두 번째 키워드는 공정성이다. 개인의 이해관계를 침해하는 이슈에 대해 민감하고 매우 분노한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시험과 경쟁에 익숙한 한국의 MZ세대는 개인화된 공정개념을 가지고 있다. 시험문제 하나를 더 맞추면 입학 대학이 달라지는 환경에서 12년 동안 자랐다. 얼마나 민감한 마음의 저울을 가지고 있겠는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직접 연관이 있다고 여기는 입시, 취업, 군대, 갑질 등은 MZ세대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영역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 급상승과 LH사태가 이 세대의 ‘공정 분노’에 불을 질렀다.

세 번째는 상대적 빈곤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부유한 나라에 태어났고 배고픔보다는 다이어트에 더 신경을 쓰면서 자랐다. 하지만 정작 부모 세대보다 더 못살게 됐다. 이 세대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돈을 아껴 쓰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부모가 그렇게 키운 면도 있다. 자수성가한 부모 세대는 자식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돈 벌기 힘들어진 세상에서 MZ세대는 공유경제, 구독경제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취향을 살리는 소비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MZ세대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다. 돈을 흥청망청 쓰거나 건방지기도 하고 부모에게 의지하는 세대로도 보인다. 하지만 성장배경을 이해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일 뿐이다. 나아가 자신의 주장을 뚜렷하게 표현할 줄 알며 부모의 조언을 받는 영리한 세대다.

정치 분야도 마찬가지다. 산업화 세대나 민주화 운동을 거친 86세대는 MZ세대를 판단할 때 보수 혹은 진보의 프레임을 적용한다. 그래서 MZ세대가 보수화되었다고 평가해버린다. 심지어 ‘20대의 60대화’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세대에게는 진영은 무의미하다. 공동체나 진영보다 개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준은 분명하다. 나의 삶을 더 낫게 해줄 사람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이번 선거의 승자든 패자든 진영논리로만 MZ세대를 판단하면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성세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 MZ세대를 잘 이해하고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 기업은 MZ세대를 소비자로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데 비해 조직 구성원으로서 이해하고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는 부족하다. 정치 분야는 더욱 요원해 보인다. 세대 차이는 언제나 있었지만 디지털 네이티브가 등장하면서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해졌다. 차이는 갈등과 마찰비용을 일으키지만 잘 이해하고 활용할 때 성장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 기성세대가 MZ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은형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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