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41만 명, 알바도 가뭄…‘취포세대’ 자괴감 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4.10 00:34

업데이트 2021.04.10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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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04면

MZ세대 표심 좌우한 4대 키워드 - 일자리

대학가에 붙어 있는 인턴 모집 현수막. [뉴스1]

대학가에 붙어 있는 인턴 모집 현수막. [뉴스1]

“지난 2년 반 동안 인턴십 만 3번 했는데 전문성은커녕 잡무와 심부름 같은 일이 대부분이었어요. 정규직 취업에 도움이 되는 커리어를 쌓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정부 ‘청년 디지털 일자리’ 대책도
일부선 마케팅·보조 업무에 그쳐
“선거 때만 청년층 표심 반짝 신경”

1년 전 대학을 졸업한 김모(28)씨는 여전히 인턴 자리를 알아보느라 포털사이트의 구직게시판을 둘러보는 게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라고 했다. 김씨는 “편의점 알바 자리도 언제부턴가는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며 “아직 대출로 해결한 대학등록금도 800만원 정도가 빚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체험형 인턴을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는 손모(27)씨도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하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단기 일자리가 많다”며 “특히 청년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어렵게 변한 경제 상황에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20~30대 초반의 청년 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 문제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청년 일자리 대책이라며 그동안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쏟아내는 청년들이 대다수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은 정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실업자는 41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실업률은 1년 전보다 더 올라 10%를 돌파했다. 청년 체감실업률(실업자와 더 일하고 싶어 하는 취업자 및 잠재 구직자를 모두 포함한 확장실업률)은 26%를 상회한다. 이는 사회에서 일할 마음이 있는 청년 중 4분의 1 이상이 실업자이거나, 적지 않은 청년들이 너무 적은 시간만을 일해 추가 취업이 필요한 초단시간 취업자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다 보니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구직활동이 어려워진 20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취포세대(취업포기 세대)’라는 말도 퍼져있다.

사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청년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추진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이다. 중소·중견기업이 IT 활용 가능 직무에 청년을 채용하는 경우 인건비를 월 최대 180만원, 최장 6개월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3차 추경 당시 총 6만 명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5611억원을 책정했다. 정부는 지난달 이미 이 사업의 목표 인원의 85.9%인 5만2000명의 채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웹디자인 공부를 꾸준히 해 왔다는 이모(28)씨는 “채용공고에는 IT 직무인 웹 개발 업무 가능자라고 돼 있었지만 실제 주어진 업무는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마케팅이나 회사 보조 업무만 했다”며 “정부가 사업의 사후 집행 과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했다.

공공데이터 청년 인턴십을 마친 엄모(25)씨도 “정부가 청년 취업 지원책을 너무 급하게 마련하다 보니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실효성이 떨어졌다”며 “데이터베이스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전혀 이 분야를 모르는 사람들까지 일단 뽑아놓다 보니 단순 반복 업무만 시키는 경우를 봤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책과 제도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기성세대의 시각도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때도 적지 않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인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고 있다는 김모(26)씨는 “아무 회사든지 일단 붙어서 경력을 쌓으면 되지 않느냐고 너무 쉽게 얘기한다”며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최모(28)씨는 “요즘 취업 정책을 보면 온통 IT 등 기술 분야에 쏠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인문·사회학을 공부한 나 같은 처지의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 준비 말고는 딱히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씨는 이어 “대학 때 전공을 잘못 선택한 내 탓이려니 자책을 할 때가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의 청년 공약을 유심히 봤다는 취준생 박모(27)씨는 “후보들이 선거 막판에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공약을 내놨다고는 하지만 온통 생태탕, 엘시티 뉴스만 보이고 깊이 있는 정책 논의는 보지 못했다”며 “선거 때만 반짝 신경 쓰는 대책으로는 청년들의 고민과 불만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창우·김홍준·고성표·김나윤 기자
오유진·원동욱·윤혜인·정준희 인턴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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