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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김치 논쟁 무례한데…정부 미온적 대처에 불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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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06면

MZ세대 표심 좌우한 4대 키워드 - 반중

“일본한테는 할말 못할말 다하면서 중국이랑 북한에는 쩔쩔맨다. 일본에는 왜 그렇게 엄격하고 중국에는 왜 그렇게 관대한지 모르겠다.”

“중국 위협적” 11년 새 12→45% #중화주의·배타성 탓 갈등 커져 #20대의 중국 호감도 8% 그쳐 #“속국처럼 대하는 중국에 말 못해”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7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만난 정모(29·중어중문과)씨는 “우리나라를 마치 속국처럼 대하는 중국에 아무 말도 못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X세대와 86세대가 공유하는 시대정신이 ‘반미(反美)’라면 MZ세대는 반중(反中)에 가깝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 따르면 19~29세 가운데 중국이 위협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07년 12%에서 2018년 45.3%로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호감도 역시 연령층에 따라 차이가 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 결과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X세대가 38.7%인 반면, Z세대는 53.3%다. 반대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86세대가 15%인데 비해 Z세대는 8%에 그쳤다.

2013년부터 서강대에서 중국문화를 강의하는 헤야웬 교수는 “최근 3년 사이에 반중 정서가 많이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 16만 명 가운데 중국인이 7만 명에 달한다. 중화사상에 빠진 중국 젊은이들과 접할 기회가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2019년 홍콩 민주화시위가 벌어지자 양국 학생들은 서울에서도 마찰을 빚었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영화 ‘기생충’, 아이돌 그룹 ‘BTS’ 등을 보고 들으며 과거보다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한국의 20대들은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에 포함하려는 동북공정이나, 파오차이(泡菜)가 김치의 원조라는 주장 등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민귀식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중국경제통상)는 “중국 학생들의 맹목적인 애국주의, 외국에 대한 극단적인 배타성과 폭력성, 중국 정부의 패권적인 국가 운영방식 등이 20대의 반감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중국에 유화적인 정부·여당에도 비판적이다. 비정부기구인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의 김현종(27) 글로벌청원팀장은 “최근 중국에서의 온라인 접속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는데, 욕이나 협박 등의 댓글 테러도 그만큼 늘고 있다”며 “삼계탕·김치·한복 등의 왜곡에 대한 정부 대책이 미온적인 것도 불만”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친중 정책을 펼쳤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2017년 베이징대 강연에서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 등이 비판을 받았다. ‘그 꿈’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장영승 화교협회 전 사무국장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 연설을 한 것도 역효과를 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586세대는 한반도 통일과 비핵화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 경제적으로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없다는 점 등의 이유로 중국에 비교적 우호적”이라며 “그렇다보니 중국의 부정적인 모습이나 비합리적인 행태에도 ‘그래도 뭐 어쩌겠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MZ세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고 민주·인권·공정 등에 민감한 MZ세대의 반중 정서는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이 앞으로도 반미·반일 감정을 지지세력 결집에 이용하고, 대중 관계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MZ세대의 반감은 계속 표출될 수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정략적 목적으로 중국 동포를 이용하거나 중국인을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생뿐 아니라 시민 모두 반중 정서가 일시적 해프닝으로 끝나도록 노력해야지 시대 흐름으로 이끌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X세대’ 40대만 민주당 지지…“광장 정치 경험하며 보수에 불신 축적”

X세대

X세대

49.3%. 4.7 재보궐선거에서 40대 유권자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출구 조사 수치다. 연령대별 민주당 득표율 중 가장 높다.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가 국민의힘으로 돌아선 것과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21대 총선 출구 조사 기준 40대 유권자 중 64%가 민주당에 투표했다. 보수 성향이 짙은 60대 이상이 미래통합당을 선택(60%)한 것보다도 앞선 지지율이다. ‘40대 고립론’이 거론되는 이유다.

1970~1980년대생인 40대는 ‘정의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X세대’로도 불렸다. 민주화 운동 절정기가 지난 1990~2000년 전후로 대학생활과 사회 초년생 시절을 보냈다는 뜻에서 ‘(4)97세대’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이른바 ‘광장 정치’를 경험한 세대다. 윗세대인 86세대에게 민주화 투쟁이 있었다면 X세대에게는 촛불이 공통분모다. IMF 외환위기와 함께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국 사회의 저성장 늪을 마주한 첫 주자였다. 기성세대와 주류에 대한 반감과 함께 20대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은 젊은 세대가 광장으로 모인 첫 기폭제였다. 진보에 대한 이들의 열망은 그해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30대로 접어든 X세대는 2008년 다시 광장으로 향했다. 이명박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광우병 논란을 겪으며 촛불 집회를 주도했다. 이듬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40대 진보가 결집한 결정적 정치사다. 이후 세월호 사건, 국정농단 사태 때도 40대는 광장에 있었다.

40대는 정치 학습 방법도 남다르다.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대표적이다. 성향, 논리, 유머 삼박자를 고루 갖추면서 당시 30대층은 나꼼수에 열광했다. 지금의 40대가 연장 선상 격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지지를 보이는 것 역시 비슷한 이유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지금 40대는 여중생 장갑차 사망 사건, 광우병 파동 등 사건을 보며 보수 정치에 대한 불신을 축적했다”라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의식까지 남아 있어 진보 성향을 지우긴커녕 오히려 유지처럼 여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김창우·김홍준·고성표·김나윤 기자
오유진·원동욱·윤혜인·정준희 인턴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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