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핀 포인트’ 세금 폭탄
종부세 최고세율 3.2→6%로
과표 기준·공시가격도 더 올라
‘다주택자 고통스럽게’ 정부 의지
“양도세 인상으로 물량 잠김 현상”
전문가들 집값 안정 효과에 의문
아파트 처분 대신 증여 늘어날듯
실제 기획재정부가 계산한 종부세율 인상에 따른 세 부담 변화를 살펴보면 자신이 소유한 전체 주택 가격 합이 10억원이라면 올해 종부세는 48만원(농어촌특별세 포함)이었지만, 내년에는 178만원으로 3.7배 는다. 합산 시세가 75억원이면 8046만 원→2억440만원으로, 역시 2배 이상 수준으로 오른다. 세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공시가격 인상이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은 시세 70% 수준인 공시가격을 시세 수준으로 현실화하겠다며 매년 공시가격을 올리고 있다. 실제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4.73% 올랐다. 특히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고가 아파트의 내년 공시가격 상승률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공시가격 오르면 종부세는 물론 재산세 등 다른 보유세도 오른다.
그렇다면 재산세까지 포함한 실제 보유세 부담은 얼마나 늘까. 본지가 신한은행에 의뢰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112㎡, 공시가 30억9700만원), 대치 은마(84㎡, 15억3300만원), 잠실주공 5단지(82㎡, 16억5000만원)를 각각 한 채씩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는 일단 올해 12월 종부세로 7230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재산세와 농어촌특별세까지 포함한 보유세는 총 1억726만원이다. 하지만 종부세율 인상안을 적용하고 공시가격이 10% 오른다고 가정하면 내년 보유세는 2억5717만원(종부세 1억9478만원)으로 1억5000만원가량 오른다. 올해의 2.4배가 되는 셈이다. 신한은행 우병탁 세무사는 “종부세율 인상에 다른 요인까지 겹쳐 내년에 다주택자는 확실한 세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세금 폭탄으로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보유세 인상 효과가 전체 집값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종부세 대상 고가 아파트를 소유한 다주택자가 그리 많지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종부세 납세자는 총 51만1000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 수준이다. 여기에 이번에 세율을 인상한 3주택자(조정대상 2주택) 이상 중과세율 적용 대상은 전체 인구의 0.4%에 불과하다. 종부세와 함께 양도소득세가 함께 올라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세 인상 등으로 다주택자 물량 잠김은 계속될 거라 집값 안정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는 양도세율 추가 인상은 매물 잠김을 우려해 적용을 1년 유예했다며 “(앞으로 늘어날) 양도세 부담을 고려해 (미리) 주택을 매각하라고 하는 그러한 사인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주택자가 정부 의도대로 내다 팔기보단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경섭 온세그룹 세무사는 “다주택자에 대해 세금을 압박을 하니 이참에 증여하자고 생각하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6월부터 다주택자 중과세율이 인상되면 최고 72%로 증여세 최고세율 50%보다 훨씬 높다”며 “매매 시세차익이 크다면 당장 보유세를 줄이기 위해 매각 대신 증여를 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염지현·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