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부터 배낭 행렬
대회 폐막일은 오는 12일이지만, 전날 정부가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 '카눈'에 대비해 '전원 조기 퇴영(퇴소)'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은 웃으면서 텐트를 정리했다. 텐트에 끼웠던 폴대(막대)를 빙빙 돌리며 장난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진 질문엔 "난 모른다(I don't know)"라며 말을 아꼈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비상 대피 계획'에 따르면 이날 퇴소 시각은 오전 10시다. 그러나 오전 5시부터 대회 참가자들은 각자 가져온 옷과 물건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움직이느라 얼굴은 금세 땀 범벅이 됐다.
리어카로 짐 옮기기도
잼버리 관문이자 집결지인 웰컴센터 인근 도로변엔 각국 대표단을 태우고 갈 버스가 길게 늘어섰다. 이들을 안내하는 잼버리 조직위위원회·경찰·소방 관계자 등으로 북적였다.
호주 대표단이 그늘막 아래 짐을 내려 놓고 버스를 기다렸다. 자기 몸집보다 큰 배낭을 둘러멘 호주 대원 시아(17·여)는 "새만금 잼버리에서 다양한 나라 친구를 만나 서로 춤·음악·음식 등 문화를 배우고 알려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며 "하지만 서울도 꼭 가고 싶었다. 더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같은 나라 국제운영요원(IST) 벤자민(25)은 "이곳을 떠나는 게 슬프다"면서도 "스카우트는 어디를 가든 문제없다. 모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다른 곳에서 한국 맛·멋 느끼길"
잼버리 손님을 맞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서 온 공무원도 적지 않았다. 불가리아 대표단은 세종시 버스 2대에 차례대로 올라탔다. 세종시 관계자가 반갑게 맞았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와 우호 협약을 맺은 불가리아 대원을 안전하게 데리고 가기 위해 직접 왔다"고 했다.
민간 자원봉사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회 기간 얼음물 등 폭염 예방 물품을 나눠준 김범영(22·전북 완주군)씨는 "다양한 국적의 대원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며 "태풍 때문이라지만, 너무 아쉽다"고 했다. 김경숙(64·전북 군산시)씨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서로 부대끼며 전북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지게 돼 안타깝다"며 "남은 대회 기간, 다른 지역에 가서라도 한국의 멋과 맛을 듬뿍 느끼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퇴소 전날 부안서 기념품·선물 사
전날 대회 개최지인 부안 상가는 각국 참가자로 붐볐다고 한다. 조기 퇴소 소식에 부랴부랴 모국에 가져갈 선물과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다. 현장에 파견 나온 한 정부 관계자는 "어제 아시아 한 국가 대표단장 요청으로 부안에 가서 화장품 등을 사는 걸 도왔다"고 했다.
156개국 3700명 버스 1014대 타고 전국으로
마지막까지 '사람 잡는 폭염·해충' 등과 싸우며 여의도 3배 면적(8.84㎢) 간척지에서 야영하던 156개국 3만7000여 명이 떠나면서, 이들이 8일간 묵었던 텐트 2만5000동도 모두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