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7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녹사평역 외에 추모 공간 대안을 12일 오후 1시까지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측이 제시한 시간까지 유족 측 응답은 없었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서울시가 추모 공간 대안과 관련해 유족이나 시민대책회의와 직접 대화하지 않았다”며 “서울시의 일방적인 알림에 일일이 답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유족 “서울시 일방 통보”…진실 공방
서울시는 유족 주장에 정면 반박한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유족 측이 구체적으로 용산구청 내부와 녹사평역을 요구했다”며 “유족 측도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소통 없이 추모 공간을 기습적으로 무단·불법 설치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유족 측 대리인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시에 “추모·소통 공간은 이태원 인근 지역 공공건물이 좋겠다”며 두 곳(용산구청·녹사평역)을 먼저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오 부시장과 서울시·용산구청 관계자가 녹사평역을 현장 방문하고, 인근 상인회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월 11일 녹사평역을 방문해 필요사항을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임의로 추모 장소 후보지를 고른 게 아니라, 당시 유족 측이 선(先)제안 했기 때문에 시장·부시장이 녹사평역 현장을 점검했다는 입장이다. 진실 공방이 불거지자 유족 측은 “녹사평역은 지난해 12월 추위를 피하기 위한 임시 장소이지, 추모 공간의 결정지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사흘 남은 분향소 자진철거 기한
지난 5일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분향소를 철거하러 올 경우 휘발유를 준비해놓고 그 자리에서 전부 아이들을 따라갈 것”이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지난 6일부터 매일 추모 촛불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는 유족 측은 자진철거 기한인 15일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행정대집행을 해야겠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며 “분향소에 대한 여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7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0.4%가 광화문·서울광장 분향소 설치에 반대했다. 찬성한다는 답변은 37.7%,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1.9%였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