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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녹사평역 추모공간 제안…이태원 참사 유족은 거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6일 오전 10시쯤 서울 지하철6호선 녹사평역 지하 4층은 시민 5~6명만이 보이는 등 한적했다. 이 역 지하 4층까지 깊이는 35m로, 역사 내부를 가로지르는 긴 에스컬레이터를 두 번 타고 내려와야 한다. 이곳엔 통로와 개찰구, 대합실과 함께 ‘지하예술정원 숲 갤러리’란 이름의 조형물이 있다. 조명이 밝아 어둡지는 않았고 비교적 쾌적한 느낌도 들었다. 이곳에 159명이 숨진 10·29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을 설치하자는 게 서울시 제안이다.

유족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이날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장소를 결정하고, 유족을 몰아붙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족 및 시민대책회의 측은 이곳에 추모공간을 만드는 것은 유족을 사회로부터 고립하게 하며 게토(ghetto·격리 지역)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그곳으로 내려가는 유족 심정은 어떻겠는가, ‘유족을 지하에 박아 놓으려 한다’는 생각이 안 들겠는가”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유족과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족 측에서 ‘이태원 인근 상징성이 있는 장소에 마련해 달라’고 해 녹사평역 인근 민간건물 3곳을 제시했지만, 유족 측이 수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유족 측이) 이태원 인근 상징성이 있는 공공건물로 추모공간으로 마련하길 원했다”며 “(그래서 녹사평역을) 공공건물로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녹사평역 자체가 층고가 높고, (제안한 추모 공간은) 개찰구를 나오면 바로 앞에 있다”며 “음습한 곳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시청 측은 오는 8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철거해 달라며 이날 2차 계고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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