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12월 개장하다니…온난화만 문제 아니다, 4중고 위기

중앙일보

입력 2022.11.29 05:00

수정 2022.11.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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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스키장은 대부분 기온이 뚝 떨어지는 11월 말에 개장했다. 하지만 올해는 12월을 넘길 전망이다. 늦가을 날씨가 따뜻했던 까닭이다. 지난 28일 휘닉스평창 스노우파크에서 제설기로 인공눈을 만들어 뿌리는 모습. 사진 휘닉스평창

집중 점검 - 2022 스키 시즌 개막
스키의 계절이 돌아왔다. 3년만에 마스크 벗고, 거리두기 없이 슬로프를 누빌 기회다. 그러나 스키장 분위기는 밝지 않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이용객이 급감했고, 온난화의 악영향이 미친 까닭이다. 스키 시즌을 앞두고 위기에 처한 한국 스키장 상황을 점검했다.
 
①10년 새 이용객 반토막, 위기의 스키장
②눈 테마파크·통합 시즌권…변해야 산다  
강원도 평창 지역 스키장이 이르면 12월 2일 개장할 전망이다. 이렇게 개장이 늦어진 건 처음이다. 따뜻한 날씨만이 문제는 아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스키 인구의 감소, 해외여행 등 레저 문화의 변화, 코로나 사태까지 스키업계는 3중고를 넘어 4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2년 새 수도권 스키장 세 곳이 문을 닫았다. 올겨울은 좀 달라질까. 전망은 어둡다. 아무튼, 거리두기 없는 겨울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수도권 스키장 2곳만 살아남아 

스키장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2021년 4월 경기도 남양주 스타힐리조트가 폐업했고, 올 1월 리프트 역주행 사고가 난 포천 베어스타운은 시설 노후화를 이유로 지난 8월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용인 양지파인리조트는 골프장과 리조트만 운영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키장 운영은 접었다. 이제 수도권 스키장은 두 곳(곤지암리조트, 지산리조트)만 남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이긴 하지만, 2016년 11월 충북 충주 이글벨리스키리조트(구 사조리조트)가 문을 닫은 것도 장기화한 불황 여파라고 볼 수 있다. 전국 스키장은 2005년 18개에서 2022년 현재 13개로 줄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스키장 전성기는 10년 전이었다. 2011~2012년 전국 스키장의 슬로프 이용객이 686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줄곧 내림세였다. 코로나19가 퍼진 2019~2020년에는 이용객이 376만 명으로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이듬해 겨울, 정부가 열흘간 체육시설 폐쇄 조처를 내리면서 스키장은 사상 초유의 불황을 겪었다. 이용객이 145만 명으로 바닥을 찍었다. 2021~2022년에는 382만 명이 스키장을 찾았다. 그렇다고 낙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 조상득 사무국장은 "올겨울은 거리두기가 없다는 점에서 기대도 되지만 해외여행이 살아났고 코로나 확산 우려가 여전한 것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스키 대신 게임·해외여행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스키장 입장에서는 젊은 층의 이탈이 뼈아프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20대가 스키장 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시즌권을 사서 겨울마다 스키장에서 노는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이 많았다. 스키장에서 운영하는 유흥업소도 20~30대 청춘으로 겨울마다 들끓었다. 지금은 다르다. 스키장에 MZ세대가 잘 안 보인다. 휘닉스호텔앤리조트 장재영 영업마케팅본부장은 "게임·해외여행 등 놀거리가 다양해졌고 시간·비용 측면에서 부담스러워하는 젊은층이 많은 것 같다"며 "여러 친구와 어울려 놀던 과거보다 요즘은 개인화가 강해졌고 그 와중에 코로나로 단체 활동이 위축된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2년 새 수도권 스키장 3곳이 문을 닫았다. 사진은 올해 1월 리프트 역주행 사고가 난 경기도 포천 베어스타운의 현장 조사 모습. 베어스타운은 지난 8월 잠정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기후 위기도 스키장에 치명적이다. 2050년이면 알프스 스키장의 절반이 문 닫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몇 해 전에 나온 바 있다. 한국도 심각하다. 2010년만 해도 강원도에서는 10월 말에 스키장을 열어 4월까지 슬로프를 운영했다. 늦어도 11월 말께 개장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주요 스키장마다 제설 작업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일부 슬로프에 눈을 뿌리지 않아 이용객의 불만을 초래하기도 했다. 조상득 사무국장은 "약 10년 전부터 시작한 '전력 피크제' 때문에 제설 비용이 크게 늘었는데 날씨까지 따뜻해져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규제만 있고 지원은 없다

해마다 스키장이 문을 닫고 있고, 직접 고용 인원만 약 1만 명에 달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키장 관계자는 "여행사·항공사·호텔처럼 스키장도 펜데믹에 직격탄을 입은 업종"이라며 "야외 시설인데도 코로나 확산 위험이 크다고 규제하면서 마땅한 지원책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2020년 12월 방역당국은 특별방역대책을 내려 스키장을 비롯한 겨울 스포츠 시설에 대해 열흘간 운영 중단 명령을 내렸다. 당시 전국 스키장은 중단 기간뿐 아니라 앞뒤로도 큰 타격을 입었고, 스키 용품점과 식당 등 주변 상권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2020년 12월 20일 경기도 스키장의 한산한 모습. 뉴스1

 
스키는 한 해 300~400만 명이 즐기는 인기 레저이자 한국 관광의 대표적인 겨울 콘텐트다. 그런데도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체육국 스포츠유산팀에서만 업무를 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종택 관광정책국장은 "지금까지는 동남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스키 상품을 지원하는 데 집중했다"며 "앞으로 지역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내국인 대상 홍보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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