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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방에서 커피 한잔, 1500원이면 가능한 '비밀의 장소' [GO로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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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밀양'이 된 영화 '밀양' 촬영지. 영화에서 피아노학원으로 등장했던 옛 집을 단장해 2018년 카페로 문을 열었다.

카페 '밀양'이 된 영화 '밀양' 촬영지. 영화에서 피아노학원으로 등장했던 옛 집을 단장해 2018년 카페로 문을 열었다.

‘밀양’. 이창동 감독의 2007년 작품으로, 배우 전도연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한국영화다. 어느덧 15년이 된 이 영화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장소가 있다. 영화의 제목이자, 실제 촬영지인 경남 밀양이다.

최근 밀양에 취재 갔다가 기묘한 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밀양역 인근의 카페 ‘밀양’이다. 간판에 대문짝만하게 배우 전도연의 얼굴을 내걸고 있어, 밀양시내에선 일명 ‘전도연네’로 통하는 가게란다. 영화에서 주인공 신애(전도연)의 집이자, 피아노 학원(준 피아노)으로 등장했던 바로 그 장소다.

'전도연방'은 카페 유일의 독립 공간이어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자리다. 벽면을 영화 주요 장면이 장식하고 있다.

'전도연방'은 카페 유일의 독립 공간이어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자리다. 벽면을 영화 주요 장면이 장식하고 있다.

“영화에서 준피아노 학원으로 등장했던 구멍가게를 카페로 단장해 손님을 맞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박종근 밀양지역자활센터장은 “영화 ‘밀양’을 추억하는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방 같은 장소”라고 소개했다. 카페도 영화처럼 연식이 제법 있다. 2007년 밀양시는 영화 ‘밀양’ 개봉에 맞춰 대대적인 관광 마케팅을 벌였더랬다.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을 명예시민으로 위촉하는가 하면 밀양역 앞 가곡동 거리(중앙로)를 ‘전도연 거리’로 명명하고, 곳곳에 안내판과 현수막을 내걸었다. ‘준 피아노’ 공간은 영화 속 의상‧피아노‧사진 등을 볼 수 있는 영화 ‘밀양’ 기념관이자, 밀양시 홍보관으로 꾸몄다.

하나 축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금세 쓰임을 잃고 빈집 상태로 방치돼 오던 것을 2017년 밀양지역자활센터가 다시 임대한 뒤 재단장해 2018년 5월 지금의 카페로 문을 열었다.

카페 '밀양'의 내부 모습. 촬영 당시 소품은 이제 남아있지 않지만, 집의 구조는 영화 모습 그대로다.

카페 '밀양'의 내부 모습. 촬영 당시 소품은 이제 남아있지 않지만, 집의 구조는 영화 모습 그대로다.

15년 세월이 흘렀지만 영화팬이라면 내부 모습이 낯설지 않을 테다. 피아노 학원에서 카페로 용도가 달라졌으나, 내부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영화 속 신애의 방은 현재 ‘전도연방’으로 거듭났다. 카페에서 유일하게 독립된 공간이라 가장 인기가 높다. 낡은 세간살이로 방안을 꾸몄고, 좌식 형태여서 시골 할머니 댁에 온 것 같은 정겨운 분위기가 흐른다. 자활센터가 만든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 따위를 전시‧판매하는 ‘송강호방’도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완성한 공간이자, 신애와 아들이 뛰놀던 아담한 마당 공간도 옛 모습 그대로다.

영화 '밀양'의 마지막 장면(위 사진)을 촬영한 마당 공간도 개방돼 있다. 사진 시네마서비스, 백종현 기자

영화 '밀양'의 마지막 장면(위 사진)을 촬영한 마당 공간도 개방돼 있다. 사진 시네마서비스, 백종현 기자

“밀양이라는 이름의 뜻이 뭔지 알아요? 한자로 비밀 밀(密), 볕 양(陽). 비밀스러운 햇볕. 좋죠?” 

- ‘밀양’ 중 신애의 대사

2007년 ‘밀양’ 개봉에 앞서 이창동 감독은 “지극히 평범하고 작은 도시지만 ‘비밀스런 햇볕’이라는 시적인 의미를 가진 이름이어서 어릴 적부터 항상 궁금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의 주무대였던 밀양 가곡동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밀양역을 빠져나와 우측 도로변으로 방향을 틀어 걸으면 영화에 줄기차게 등장했던 골목길로 접어든다. 좁은 도로변 양옆으로 단층 상가 건물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지금도 영화 속 밀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밀양 촬영지 순례’를 해보고 싶다면, 밀양역~밀양남부교회~카페 밀양 순으로 걸으면 된다. 30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밀양역은 신애와 종찬(송강호) 일행이 거리 찬양을 하던 장소. 남부교회는 두 사람이 다니는 교회로 등장했다. 영화에도 잠시 모습을 비추는 밀양 명물 영남루와 밀양교도 머지않다.

밀양 구도심을 걷다가, 카페 밀양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면 된다. 카페 ‘밀양’은 장사가 제법 잘 돼 한가로이 즐기려면 점심시간을 피해서 가는 게 안전하다. 박종근 센터장은 “예스러운 분위기가 있고, 저렴한 게 인기 비결”이라고 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대추차를 비롯해 다양한 커피 메뉴를 낸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1500원이다. 카페 관계자는 “작년에 이창동 감독이 오랜만에 다시 가게를 찾아와 사인을 남기고 가셨다”고 귀띔했다.

신애와 종찬이 거리 찬양을 했던 밀양역. 역 우측에 '밀양' 촬영지를 알리는 홍보물이 놓여 있다.

신애와 종찬이 거리 찬양을 했던 밀양역. 역 우측에 '밀양' 촬영지를 알리는 홍보물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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