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성고를 졸업한 김도영은 프로 입단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투수 최대어 문동주(한화 이글스)를 제치고 고향팀 KIA 1차지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이종범 LG 트윈스 2군 감독에 빗댄 '바람의 후예'란 별명까지 생겼다. 시범경기가 끝난 뒤 김도영의 주가는 더 뛰었다. 고졸신인 최초로 타율 1위(0.432·44타수 19안타)에 올랐다.
김도영은 12일 잠실 LG전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KIA는 이날 목에 담이 든 주전 유격수 박찬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김종국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가 있으니 박찬호를 아예 쉬게 하려고 한다. 우리는 김도영이 있다"며 유격수로 출전시켰다.
김종국 KIA 감독은 김도영을 개막전 1번 타자로 기용했다. 그만큼 김도영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하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할대 타율에 수비에서도 실수를 저질렀다. 루상에 나가지 못하니 빠른 발을 보여줄 수도 없었다. 결국 5월부터는 선발보다 대타, 대수비, 대주자로 나서는 횟수가 많아졌다. 아직 만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신예에겐 괴로운 시간이었다.
그랬던 김도영이 달라졌다. 지난 1일 SSG와 경기에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내더니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7월 8경기(12일 기준)에서 타율 0.360(25타수 9안타)을 기록했다.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한 번 뿐이다. 도루도 3개를 기록했다.
김도영은 "시즌 초반에 비해 성적이 좋은데, 4~5월이 타격 자세를 만드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한 나의 폼을 찾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내 폼을 찾았고, 성적이 괜찮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상황에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잘 치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하나씩 치고 있으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신인왕 레이스는 중고 신인들이 이끌고 있다. SSG 랜더스 내야수 전의산(22), 한화 내야수 김인환(28),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25)이 앞섰다. 투수 중에선 두산 베어스 정철원(23)과 NC 다이노스 투수 김진호(24)가 눈에 띈다.
그런 형님들을 김도영이 쫓고 있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스탯티즈 기준)가 음수였던 김도영은 최근 0.51까지 끌어올렸다. 전의산(1.11), 김인환(0.97), 정철원(0.84)과 격차를 줄였다. 아직 뒤처져 있지만 신인왕 판도에 변화를 줄 선수가 김도영이라는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