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장애인 인권]5년간 ‘학교 가는 길’ 동행…“장애인도 재능 펼치는 사회 되길”

중앙일보

입력 2022.04.16 00:20

수정 2022.04.1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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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교육 받을 권리-장애인 학교 현실

김정인 감독은 “다사다난했지만 영화 제작이 서진학교 개교로 마무리돼 기쁘다”고 말했다. [사진 김정인]

아이러니하게도 서진학교 설립에 앞장섰던 다섯 명의 학부모 중 서진학교 학부모는 없다. 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이들이 성인이 됐거나, 고학년이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서진학교에 끝까지 매달렸던 이유가 있다. 바로 ‘내 자식이 4대 보험 내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처럼 일하고, 세금도 내며 하나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길 원한다. 2017년부터 5년간 서진학교 개교 분투기를 담은 영화 ‘학교 가는 길’의 김정인 감독은 지난 10일 “장애인들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계기는.
“나는 사실 장애인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다. 2017년 우연히 서진학교 1차 토론회 뉴스를 접하고 ‘아직도 학교 문제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이 있구나’ 싶어 충격을 받았다. 그때 딸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뒀던 터라 무의식중에 계속 관심이 가더라. 촬영 장비를 챙겨서 무작정 2차 토론회장에 갔고, 거기서 ‘무릎 호소’를 봤다. 며칠간 동행하면서 장애인 부모님들에게 반해 다큐멘터리 제작에 돌입했다.”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망신주려 만든 작품이 아니다. 그래서 가양동이라는 지역 특성에 대해 깊게 파고들었다. 가양동은 잘못된 도시계획 아래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보니 가난과 차별, 배제라는 문화가 이미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정책의 실패 때문에 주민들이 갈라섰고, 그게 수십 년간 누적돼 서진학교 사태로 폭발한 거다. 맥락을 알고 보니 나조차도 지역 주민이라면 선뜻 특수학교를 찬성한다고 나서진 못했을 것 같아 그분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라. 특수학교 설립 문제만큼 꼭 짚고 싶었던 부분이라 분량과 재원을 많이 할애했다. 그래야 반대 측에 선 분들에게도 설득력 있는 다큐멘터리가 될 거라 생각했다. 덕분에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들이 왜 반대하는지 이해가 됐다’는 분들이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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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감독은 “다사다난했지만 영화 제작이 서진학교 개교로 마무리돼 기쁘다”고 말했다. [사진 김정인]

김 감독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위험에 노출될 권리’에 대해서도 짚었다. 장애인들의 진정한 자립을 위해서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맞닥뜨릴 위험에 의도적으로 노출돼 점차 익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위험에 노출될 권리’가 인상 깊었다.
“장애인 부모님들의 가장 큰 딜레마다. 아이들이 부모 품을 떠나서도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아시는데,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기다림을 두려워하신다. 입시 위주의 학교현장에서 장애 학생들이 상처받고, 방치되느니 사회와 분리되더라도 특수학교를 택하게 되는 거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자칫 ‘우리나라 특수교육이 좋아지려면 특수학교만 늘리면 된다’고 오해할까 염려되는데, 중요한 건 장애 학생들에게도 선택지를 늘려주는 거다. 특수학교가 필요한 상황일 땐 특수학교에서, 통합교육이 필요할 땐 일반 학교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건 특수학교의 문을 다 닫고 통합교육을 하는 것이지만, 아직은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영화를 보고 좋았다, 눈물 났다는 평가도 좋지만 중요한 건 제도적 뒷받침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 하나만으론 지속 가능한 게 없지 않나. 한순간에 바뀌진 않겠지만 장애인들이 사회 곳곳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것이 장애인 당사자에게도 좋겠지만 결국 비장애인에게도, 우리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