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대선 D-60, 사활 건 진검승부
전문가들은 “설 직후 민심 향배가 대선 판세를 좌우할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설 연휴까지 20여 일 동안 내부 단속과 중도층 표심 확보 등을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설 밥상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주문이다. 여야 후보들은 마지막 설 면접을 앞두고 어떤 전략과 메시지를 선보일 것인가. 중앙SUNDAY가 여론조사 전문가와 정치 평론가, 정치학 교수 등 전문가 5인 인터뷰를 통해 남은 두 달 대선 판세 분석과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골든크로스냐, 데드크로스냐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 후보는 아들 도박 의혹이 제기됐을 때 즉시 ‘거두절미하고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사과하는 과정에서 태도 논란까지 불거졌다”며 적절치 못했던 윤 후보의 대응 방식이 지지율 하락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지지율 역전 현상은 이 후보의 득점에 따른 ‘골든크로스’라기보다는 윤 후보의 실점으로 인한 ‘데드크로스’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반면 이 후보가 윤 후보의 잦은 실책으로 반사이익을 챙긴 측면도 있지만 나름의 전략적 행보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최근 2주간 이 후보의 행보를 보면 유권자 그룹별로 ‘전략적 타깃팅’에 집중한 게 눈에 띈다”며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신속 지급 요구로 자영업자 민심을 다독이고 그린벨트 완화 시사 등으로 부동산 문제에 예민한 서울시민을 핀셋 공략한 게 대표적으로 이런 접근이 조금씩 득점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는 윤 후보가 반등할 수 있을지다. 선대위를 해체하고 단기필마로 승부수를 띄운 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상승세를 타긴 했지만 승기를 잡았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공은 아직 윤 후보에게 남아 있다. 설 전까지 리더십을 회복하고 집권 능력을 보일 경우 얼마든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도 “선두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2017년 대선 때도 선거 막바지에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느냐”며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설 민심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보 단일화는 변수? 상수?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 윤 후보에게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상수다. 안 후보가 완주할 경우 야권표가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설 이후에도 윤 후보가 2위에 머무를 경우 단일화가 필수 카드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되더라도 협상은 순조롭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배 소장은 “단일화가 성사되려면 윤 후보가 많은 걸 양보해야 할 텐데 그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02년 대선 때도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하는 정몽준 후보에게 요구 사항을 다 들어주겠다고 한 뒤에야 가까스로 성사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윤 후보가 선대위를 해체하고 홀로서기를 선택한 마당에 안 후보를 받아들이면 몸짓만 컸던 기존의 선대위를 답습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양당 구성원 간의 해묵은 갈등으로 단일화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 실장도 “윤 후보 입장에선 당 내부 수습이 급선무”라며 “유권자들이 볼 때 자칫 집안 단속도 못하면서 외부 사람만 끌어들이려 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이 후보도 단일화나 연대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야권 단일화 효과를 상쇄한다는 측면에서 이 후보도 김동연 후보나 심상정 후보에게 연대를 제안할 공산이 크다”며 “실익은 크지 않더라도 단일화 이슈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도층 공략과 리스크 관리
여전히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중도 표심을 누가 선점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지지 후보 없음’ 응답이 25~30%에 달한 만큼 이들 부동층의 마음을 얻는 후보가 막판 승기를 잡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배 소장은 “지금의 중도층은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점을 꼭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청년이나 여성을 공략한다는 차원을 넘어 보다 세부적으로 그룹을 나눠 맞춤형 공약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소장은 “후보들의 말실수나 당내 분란 등으로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매우 높은 상태”라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유권자들의 불만을 귀담아듣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 실장도 “여야 모두 그 어느 대선보다 강력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지만 그로 인해 확장성이 떨어지는 역설에 봉착한 상황”이라며 “결국 이번 대선은 중원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만큼 후보들의 리스크 관리도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후보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막판 판세를 뒤흔들 수 있는 또 다른 뇌관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윤 실장은 “추가 의혹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 선대위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대응 전략도 미리 짜놔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배 소장도 “네거티브 공방은 이슈 자체보다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문제가 터지면 다소 억울하더라도 즉시 사과하고 받아들여야 더 큰 후폭풍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 후보 본인도 그동안 계속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이면서 신뢰도 측면에서 점수를 잃은 상황”이라며 “40%대 지지율로 치고 올라가려면 ‘신뢰 리스크’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윤 후보에겐 박근혜 전 대통령 변수가 또 다른 리스크로 남아 있다. 김 교수도 “윤 후보 입장에선 대립각이 세워지면 강성 지지층이, 우호적이면 중도층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윤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등판하더라도 ‘힘을 모으자’는 선언적 메시지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대해 여야 후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숙제”라고 전망했다.
#남은 두 달, 유권자의 선택은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는 후보 대 후보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때”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당이나 진영의 힘을 넘어 후보 스스로 대통령의 자격을 입증해 보여야 먼저 결승선에 다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소장은 “남은 두 달은 오롯이 후보의 시간”이라며 “단순히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왜 하려고 하는지 자신의 정치철학을 분명히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추진력과 강골 이미지 등 각자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어젠다 싸움에서 앞서 나가야 최종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득점 못지않게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적잖았다. 김 교수는 “야구도 경기 초반 실책은 만회할 수 있지만 9회의 실책은 승패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며 “역대 선거에서도 스스로 무너져서 패한 사례가 더 많다는 걸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도 “종반전에 접어든 상황에서 엇나간 발언이나 행동이 또다시 반복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심정으로 언행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