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쿤드자다와 3인방.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쿤드자다와 3인방을 소개하면서 "이들은 현재 탈레반 최고의 권력자이자, 지난 수십년간 전쟁에서 살아남은 노련한 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아들 자살테러 시킨 1인자 아쿤드자다
권력 정점 아쿤드자다는 소재 불명
2인자 바라다르 20년만에 금의환향
하카니·야쿠브 등 통치구조 속속 윤곽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인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다. 공식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얼굴없는 지도자' '은둔의 지도자'라 불린다. 전임자였던 만수르가 자금력을 중시하고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며 즉흥적이었던 것과 정반대다. 뉴욕타임스(NYT)는 "만수르는 아프간 정부와 협상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끄고 돌연 잠적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인 반면, 아쿤드자다는 교육과 원칙을 중시하고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하며 탈레반 내부 결속을 중시한다"고 보도했다.
또 NYT는 아쿤드자다가 오랫동안 자살 폭탄 테러를 열성적으로 지지해왔다고 전했다. 자신의 아들도 자살 폭탄 테러범으로 훈련시켰을 정도다. 실제로 그의 아들은 2017년 23세 나이로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 게레슈크 지역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벌여 사망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의 아들이 자폭 테러로 사망한 최초 사례다.
현재 그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는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를 냈지만, 탈레반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사실상 대통령' 바라다르, 3인방 중 국제적 입지 탄탄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53·추정)다. 1968년 아프가니스탄 우루즈간 지방의 위트막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탈레반을 창시한 4명 중 한 명으로, 탈레반의 정치 수장이자 '실질적 지도자'로 불린다. 가디언은 그를 "탈레반이 거둬 온 군사적 승리의 핵심 설계자"라고 평가했다. 2010년 미 중앙정보국(CIA) 작전으로 파키스탄에서 체포돼 8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2018년 풀려났다.
탈레반의 주요 정치·외교 행보에는 항상 그가 직접 나섰다. 지난해 탈레반이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아프간 정부와 각각 평화협상을 진행할 때 탈레반 측 대표로 줄곧 바라다르가 참석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과 탈레반 지도자의 첫 직접 대화였다.
지난달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중국 정부가 그를 콕 집어 초대한 것을 두고 외부에서는 그를 사실상 '탈레반 대통령'으로 인식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바라다르는 이 자리에서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참여해 경제발전에 기여해주기 바란다"며 투자 유치 의욕을 보였다. 이번 카불 함락 후 TV를 통해 공식 성명을 발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바라다르는 17일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공항을 통해 아프간에 입국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전략가 바라다르가 입국함에 따라 조만간 탈레반의 새 통치 체제가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CNBC는 "바라다르가 곧 '이슬라믹 에미레이트 오브 아프가니스탄'으로 선포될 새 정부의 대통령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탈레반-알카에다 연결고리' 시라주딘 하카니
그의 아버지 잘라루딘은 탈레반에서 장관직을 지냈고,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과 친구였다. 아들 시라주딘에게 조직운영 능력, 종교적 이데올로기, 강력한 규율 등을 가르쳤다. 시라주딘 하카니 역시 알카에다와 파키스탄 정보부 고위 인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시라주딘 하카니를 '무장된 위험인물'로 규정하고 수배명단에 올렸다. 토마스 조슬린 민주주의보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하카니는 탈레반과 알카에다 사이의 핵심 연결 고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탈레반 창시자의 아들 야쿠브, 비교적 온건
NYT는 "탈레반 창시자의 아들이라는 엄청난 배경을 갖고 있지만 완고한 그의 아버지에 비해 덜 독단적인 성격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슬린 선임연구원은 "야쿠브가 3인방 중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하카니에게 도전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