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최장수 놀이기구가 모험영화로 재탄생했다. 28일 전 세계 동시 개봉하는 디즈니 실사영화 ‘정글 크루즈’(감독 자움콜렛 세라)는 1955년 디즈니랜드 테마파크 개장과 함께 탄생한 동명 놀이기구가 ‘원작’이다. 안내원 ‘스키퍼(Skipper‧선장)’가 모는 유람선을 타고 강줄기를 따라 남미‧아시아‧아프리카 원시 열대우림을 탐험하는 컨셉트다. 영화는 이를 1917년 영국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아마존 고대 전설로 전해오는 치유의 나무를 찾아 베테랑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와 함께 정글에 뛰어드는 여정으로 펼쳐냈다.
에밀리 블런트 "'인디아나 존스' 향수 느낄 것"
28일 개봉 디즈니 모험영화 ‘정글 크루즈’
주연 드웨인 존슨‧에밀리 블런트 화상 간담회
인종차별적 묘사 빼고 도덕적 올바름 넣고
블런트 "2편 논의 중…3·4편도 만들고파"
22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 간담회에서 주연 배우 에밀리 블런트(38)의 말이다. 그와 함께 참석한 공동 주연의 레슬러 출신 스타 드웨인 존슨(49)은 “어려서부터 정글 크루즈를 탔던 기억이 있다. 신혼여행도 디즈니월드로 갔다”고 ‘디즈니 베이비’를 자처했다. 놀이기구의 스키퍼를 모델로 한 프랭크 역을 위해 스키퍼 특유의 ‘아재개그’ 애드리브까지 신경 썼다면서다. “이 강의 돌들은 ‘모래돌’이에요. 모레도 글피도 모래돌이죠” 등의 대사다.
디즈니랜드의 정글 크루즈는 문명 세계 백인 탐험가가 이국의 야만인을 만난다는 백인우월주의 서사구조로 비판받기도 했다. 결국 올 초부터 놀이기구에 설치된 모형 중 흑인 노예를 연상시키는 짐꾼들 대신 여성‧유색인종 탐험대원을 추가하고 사람 머리를 사고파는 원주민 등 부정적인 묘사를 덜어내는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6일 재개장했다.
백인우월주의 묘사 빼고 드웨인 존슨 주연 캐스팅
이런 변화는 영화에도 엿보인다. 흑인과 사모아인의 피를 이어받은 드웨인 존슨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것부터 상징적인 변화다. 공포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첩보 스릴러 ‘시카리오’ 등 장르 불문 흥행 배우로 떠오른 블런트가 보수적인 당대 분위기 속에서 불평등과 편견에 맞선, 바지 입은 모험가 릴리 역을 맡았다. 외줄을 타고 하늘을 가르는 인디아나 존스식 맨몸 액션에 도전한 블런트는 “인디아나 존스도 완벽한 히어로가 아니다. 뱀을 싫어하고 실수를 연발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좀 더 와 닿는다. 그처럼 릴리가 가진 유머, 열정에 흠뻑 빠져서 즐겁게 연기했다”고 돌이켰다.
여성 족장이 이끄는 아마존 부족도 주인공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치유의 나무를 두고 이들과 싸우는 악당은 유럽에서 온 제국주의 침략자들이다. 독일어 억양을 쓰는 요아힘 왕자(제시 플레먼스)는 군용 잠수함을 끌고와 프랭크의 증기선과 대결한다.
놀이기구에 영감을 준 영화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여왕’(1951)의 흔적도 엿보인다. 이 영화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주둔한 아프리카 원주민 마을, 술에 찌든 발동선 선장 찰리(험프리 보가트)가 독일군에 오빠를 잃은 로즈(캐서린 헵번)의 복수에 휘말리는 로맨틱한 모험담이다. 시대 배경부터 인물 구성까지 ‘정글 크루즈’와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