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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열고 이병헌 닫고…한국영화 상징성 크다” 칸영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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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2년만에 칸영화제를 찾은 봉준호 감독이 7일(이하 프랑스 현지시간) 관객과의 만남 '랑데부'에 앞서 전세계 취재진 앞에 마스크로 장난스런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2년만에 칸영화제를 찾은 봉준호 감독이 7일(이하 프랑스 현지시간) 관객과의 만남 '랑데부'에 앞서 전세계 취재진 앞에 마스크로 장난스런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

봉준호가 열고 이병헌이 닫는다. 깜짝 등장한 봉준호 감독의 개막 선언과 함께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시작한 올해 제74회 칸국제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섰다. 17일 폐막식 겸 시상식에는 이병헌이 시상자로 나올 예정이다. 송강호는 심사위원으로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경쟁부문 초청작은 없어도 한국영화의 존재감은 예년 못지 않다.

서승희 프로그래머가 전해온 #제74회 칸국제영화제 현지 분위기 #심사위원 송강호 레드카펫마다 눈길 #후반부 ‘비상선언’·홍상수 신작 기대 #코로나 검사소 운영, 48시간마다 검사

칸 부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존은 “봉준호 감독이 개막 선언을 해준 데에 무척 감사하다”면서 “봉 감독의 칸 참석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한국 영화 관계자가 많이 못 왔지만 송강호의 심사위원 위촉, 한국영화 두 편 초청, 이병헌 참석 등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서승희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와 만난 자리에서다. 현지 출장중인 그의 도움말을 곁들여 올해 영화제 분위기를 전한다.

12일 공식 경쟁 초청작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 갈라 상영에 앞서 감독(맨가운데)과 출연진이 레드카펫에 섰다. [신화=연합]

12일 공식 경쟁 초청작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 갈라 상영에 앞서 감독(맨가운데)과 출연진이 레드카펫에 섰다. [신화=연합]

봉준호 랑데부…코로나 검사 속 문전성시

봉준호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 행사 ‘랑데부’도 일찌감치 매진되는 인기를 누렸다. 개막식 다음날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선 스트리밍 시대에도 극장의 위력을 강조한 그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여기저기서 거절당한 ‘옥자’를 넷플릭스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감독에게 100% 통제권을 줬다. 묘하게 모순적인 상황이 있다”고 인정한 그는 “영화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리밍도 영화를 보는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없는) 극장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사진 기자들 앞에서 그는 등장인물 눈을 가린 '기생충' 포스터를 패러디한 포즈로도 주목을 받았다.

7일 칸 취재진 앞에 선 봉준호 감독이 마스크로 자신의 영화 '기생충' 포스터를 패러디했다. [EPA=연합]

7일 칸 취재진 앞에 선 봉준호 감독이 마스크로 자신의 영화 '기생충' 포스터를 패러디했다. [EPA=연합]

코로나19로 2년만에 열린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달라진 풍경은 단연 코로나 검사 절차. 영화제 주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발’에 입장하려면, 유럽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가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 검사 음성 결과서를 보여줘야 한다. 검사는 온라인으로 예약해 영화제 검역소에서 5분 정도면 마칠 수 있다. 결과는 6시간 후 e메일‧휴대폰으로 통보된다. 극장에선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이 반복된다.

12일 칸영화제 '프렌치 디스패치' 공식 상영에 인도 감독 겸 작가 라훌 자인이 방독면을 쓴 채 등장했다. [AFP=연합]

12일 칸영화제 '프렌치 디스패치' 공식 상영에 인도 감독 겸 작가 라훌 자인이 방독면을 쓴 채 등장했다. [AFP=연합]

서 프로그래머는 칸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가 지난 11일 무대에서 “하루 평균 3000여명 참가자가 PCR 검사를 받는다”며 “이틀 전엔 4명, 어제는 3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오늘은 0명”이라 말해 환호성을 자아냈다고도 전했다.
올해 ‘프렌치 디스패치’ ‘더 스토리 오브 마이 와이프’ ‘프랑스’ 등 출연작이 3편이나 공식경쟁 부문에 초청된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파리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영화제에 불참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매해 칸 해변을 지키던 영화진흥위원회 한국관 부스도 올해는 코로나로 문을 열지 못했다.

"심사위원 송강호, 매사 여유 있고 신중·성실"

(왼쪽부터) 배우 송강호와 나란히 올해 공식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마티 디오프 감독, 클레버 멘돈사 필류 감독이 12일(현지 시간) 경쟁 초청작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 공식 상영 레드카펫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

(왼쪽부터) 배우 송강호와 나란히 올해 공식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마티 디오프 감독, 클레버 멘돈사 필류 감독이 12일(현지 시간) 경쟁 초청작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 공식 상영 레드카펫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초청작 감독이 칸에 직접 참석해서 감동했고, 책임감 또한 막중하다더군요.” 서 프로그래머가 전한 칸영화제측 얘기다.
그는 송강호에 대한 현지 호평도 귀띔했다. “칸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이 입을 모아 ‘송강호 배우는 좋은 사람이고 매사에 여유가 있다. 심사에 무척 신중하고 성실해서 영화제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더군요.”
송강호는 배우 매기 질렌할과 멜라니 로랑, 마티 디 오프 감독, 스파이크 리 감독 등 다른 심사위원들과 함께 공식경쟁작 상영 때마다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2년 전 '기생충'으로 봉 감독과 황금종려상의 기쁨을 누린 그가 올해는 수상자를 직접 선정하는 입장이 됐다.

올해 공식경쟁 초청작은 24편. 12일까지의 상영작 가운데 최고 화제작은 단연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다. 지난해 개최가 불발된 칸 공식 선정작에 포함됐다가 올해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틸다 스윈튼, 빌 머레이, 베니치오 델 토로, 티모시 샬라메 등 스타 출연진이 감독과 함께 버스를 타고 12일 레드카펫에 등장한 장면부터 화제였다.

12일 '프렌치 디스패치' 공식 상영에 참석한 (왼쪽부터) 주연 배우 틸다 스윈튼, 티모시 샬라메, 웨스 앤더슨 감독. [AFP=연합]

12일 '프렌치 디스패치' 공식 상영에 참석한 (왼쪽부터) 주연 배우 틸다 스윈튼, 티모시 샬라메, 웨스 앤더슨 감독. [AFP=연합]

서 프로그래머는 “표를 구하지 못한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열기를 전했다. 영화는 20세기 프랑스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미국 신문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웨스 앤더슨다운 위트를 지닌 작품”(더 플레이리스트) “스스로의 스타일에 함몰된 것 같다”(카이만 쿠아데르노스 데 시네) 등 평가는 엇갈린다. 잡지 ‘르 필름프랑세즈’가 매일 집계하는 별점 평가는 13점 정도로 그리 높진 않다.

하루키 소설 원작 일본영화·레오 카락스, 별점 선두

6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한 제74회 칸국제영화제 현지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서승희 프로그래머가 현지 소식을 보내왔다. [사진 서승희]

6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한 제74회 칸국제영화제 현지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서승희 프로그래머가 현지 소식을 보내왔다. [사진 서승희]

별점으로 보면 선두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원작인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르 필름프랑세즈 총점은 33점. 3년 전 ‘아사코’로 칸 경쟁부문에 처음 진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작품으로 “시적 깊이와 소설적 야망이 담긴 몰입감 있는 작품”(할리우드 리포터) “간결한 문장에 엄청나게 많은 것을 담았다”(버라이어티) 등 호평이 쏟아진다. 서 프로그래머는 “지금껏 경쟁작 중 수상이 확신되는 유일한 영화”라 했다.

별점 경쟁의 또 다른 선두로는 개막작 ‘아네트’도 있다. 프랑스 거장 레오 카락스 감독이 배우 마리옹 코티아르와 호흡을 맞춘 뮤지컬 영화로,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할리우드 배우 숀 펜 ‘라스트 페이스’(2016)에 이어 감독으로선 두 번째 칸 공식경쟁부문을 찾은 ‘플래그 데이’는 르 필름프랑세즈 별점 20점에 그쳤다. 서 프로그래머는 “1960~70년대 미국 영화의 매력이 물씬 담긴 영화로, 전작들보다 좋다”고 전했다.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은 두 명의 재미교포 감독이 나란히 초청된 터. 먼저 공개된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을 서 프로그래머는 “특이하고 스마트한 SF”라고 주목했다.

홍상수 신작 "여운 길어"…'비상선언' 티켓 전쟁 예상

지난 7일 영국 영화 매체 '스크린 데일리'가 올해 한국영화 화제작을 조명하는 기사를 냈다. 가운데는 올해 칸 초청작 '비상선언' 스틸. 좌우로 한국 배우들을 소개한 배너가 보인다. [사진 스크린데일리 홈페이지]

지난 7일 영국 영화 매체 '스크린 데일리'가 올해 한국영화 화제작을 조명하는 기사를 냈다. 가운데는 올해 칸 초청작 '비상선언' 스틸. 좌우로 한국 배우들을 소개한 배너가 보인다. [사진 스크린데일리 홈페이지]

한국영화 두 편은 칸영화제 후반부의 기대작이다. 홍상수 감독이 배우 이혜영과 호흡 맞춘 ‘당신 얼굴 앞에서’는 15일 공식 상영된다. 홍 감독은 4년 전 ‘그 후’까지 공식경쟁만 네 번 초청됐다. 이번엔 수상과 무관한 신설 부문 칸 프리미어에 초청됐다.
서 프로그래머는 “홍 감독은 유럽 시네필 사이에서 거장 중의 거장이라 현지 기대가 무척 높다”고 전했다. 이 영화의 프랑스어 번역을 맡은 그는 “너무 깊고 여운이 긴 작품"이라며 "번역가로서도 홍상수 감독 영화를 번역할 때 가장 보람 있고 즐겁다"고 밝혔다. "간단하지만 많은 의미가 담긴 대사들의 뉘앙스를 살리는 작업을 해야 하죠. 한 단어나 문장을 일부러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걸 놓치면 안 돼죠."

홍상수 감독과 배우 이혜영(왼쪽)이 함께한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사진 칸국제영화제]

홍상수 감독과 배우 이혜영(왼쪽)이 함께한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사진 칸국제영화제]

이어 16일에는 송강호·이병헌 등이 주연한 ‘비상선언’이 비경쟁부문으로 공식 상영한다. 이미 현지에 도착한 이병헌은 제육볶음을 곁들인 한식 식사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임시완도 한재림 감독과 당일 레드카펫을 함께 밟을 예정이다.
서 프로그래머는 “‘비상선언’을 영화제 마지막 상영일에, 그것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한다는 것은 칸에서 이 영화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을 입증한다”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다다른 분위기다. 송강호·이병헌·전도연 등 월드 스타가 대거 출연해서 티켓 전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칸국제영화제 코로나 검사소 풍경 [사진 서승희]

칸국제영화제 코로나 검사소 풍경 [사진 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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