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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믿고 본 ‘랑종’ 태국 배우에 62만 홀렸다

중앙일보

입력

영화 '랑종'에서 귀신이 씌는 주인공 '밍'은 태국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이 연기했다. [사진 쇼박스]

영화 '랑종'에서 귀신이 씌는 주인공 '밍'은 태국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이 연기했다. [사진 쇼박스]

제작자 나홍진 이름 믿고 봤다가 낯선 태국 배우한테 홀려서 나온다. 14일 개봉해 일주일 만에 62만 관객을 동원한 태국 공포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을 두고 하는 얘기다.

공포영화 ‘랑종’ 태국 배우들 연기 호평 #무당 ‘님’ 연기한 35년차 베테랑 우툼마 #귀신 씐 ‘밍’ 역 쿤몽콘켓은 한국팬 늘어

영화는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이 겪는 파국을 청소년 관람불가 수위로 담았다. 680만 흥행작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직접 원안‧기획‧제작을 맡고, ‘셔터’ ‘샴’ 등 태국의 공포영화 흥행사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로 합류해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터다. 공개 후엔 “부족했던 공포감을 여배우의 연기력으로 120% 이상 이끌어냄”(네이버 예매관객), “CCTV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메가박스 예매관객) 등 연기 호평이 더 많다. 조상신을 섬기는 무당 ‘님’을 맡은 35년차 연기 경력의 베테랑 싸와니 우툼마(50)와 귀신이 씌어 가족을 위험에 빠트리는 조카 ‘밍’ 역의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21)이 그 주인공. 태국에 있는 두 배우를 지난 19일과 20일 각각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군몽콘켓 "한국팬 많아져…한글공부 중이죠"

영화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왼쪽 두번째가 밍, 뒷모습이 무당인 이모 님이다. [사진 쇼박스]

영화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왼쪽 두번째가 밍, 뒷모습이 무당인 이모 님이다. [사진 쇼박스]

“안녕하세요.” 군몽콘켓은 한국말로 또박또박 인사했다. “제 개인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많은 한국 팬들이 좋은 글을 남겨주셔서 요즘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는 그는 “네이버에 한국말로 ‘랑종’을 검색해보기도 했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이어서 기쁘다”며 웃었다. ‘랑종’ 개봉 이후 그의 SNS엔 연기를 칭찬하는 한국말 댓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영화 초반 평범한 직장인 모습으로 출발해 상영시간 130분 만에 악귀처럼 변해가는 밍의 연기가 실감 나서다. 촬영 중 10㎏ 감량투혼까지 발휘한 덕에 엔딩 무렵엔 첫 장면의 얼굴을 싹 지워낸 듯 딴판이다.

지난 2일 영화가 처음 공개된 시사회 후엔 “‘밍’ 배우 괜찮으냐”는 염려까지 나왔다. 군몽콘켓은 “당연히 건강하고 촬영도 행복하게 했다. 반종 감독님과 팀원 전체가 신경을 많이 써줘서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었다”고 밝게 말했다. “종교는 불교지만 귀신은 100% 존재한다고 믿거든요. ‘랑종’ 시나리오를 읽고 굉장히 어려운 내용이고 역할이어서 걱정됐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죠.”

‘랑종’은 극중 허구의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무당 님을 동행 취재하다 밍의 이상증세에 휘말린다는 설정이다. 실제 다큐멘터리 같은 생생함을 위해 연기 및 동선도 매 장면 큰 틀만 정해놓고 실제 촬영하며 잡아나갔다. 주연 캐스팅도 유명 배우는 제외하고 신선한 얼굴의 배우를 물색했다. 무수한 오디션 끝에 군몽콘켓이 발탁됐다.

오디션 끝에 밍 발탁, 귀신 씐 그 장면은…  

열네 살에 상업광고로 데뷔한 군몽콘켓은 TV 드라마를 주로 하다 영화에선 처음 큰 역할을 꿰찼다. 그는 “오디션 때 이상증세 이후 밍이 님과 대립하는 장면을 연기했는데 운이 좋았던 건지 감독님이 생각한 의도에 딱 제 연기가 부합했다고 말해주셨다”고 했다. 사전 인터뷰에서 피산다나쿤 감독은 “오디션 테이프를 보고 아무것도 보탤 것이 없었다. 정확한 해석이었고 리얼해 보였다”고 돌이켰다.

수척해진 밍이 신내림 받으러 가는 대목에선 자동차 차창에 실제 무표정과 달리 사악하게 미소 짓는 밍의 얼굴이 비치는 합성장면도 나온다. “이미 악령이 들어왔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멈출 수 없다는 고소함, 통쾌함을 표현했다”고 군몽콘켓은 설명했다. 귀신에 씐 동작은 ‘곡성’ 박재인 안무가가 빚은 몸동작과 여러 태국 무당 자료 영상을 감독과 함께 보며 연구한 것이다. 밍이 퇴마의식을 하는 이모 님에게 으르렁대는 장면은 상대역 싸와니 우툼마도 감명 깊었다고 했다. “밍이 내뿜는 에너지와 힘이 저한테까지 느껴졌다”면서다.

영화에서 CCTV에 포착된 밍의 장면 중엔 여성으로서 불편할 만한 행동도 많다. 군몽콘켓은 “스토리 전개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고 ‘랑종’ 영화 자체가 옛날부터 태국에 전해오는 무속신앙, 귀신에 대한 소재를 담은 공포영화이기 때문에 그런 장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촬영 전 충분히 논의하고 설명 듣고 임했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했다.

의외로 평소엔 “공포영화도 무서워서 혼자선 절대 못 보러가는 편”이라는 그는 “어릴 때부터 연기가 육체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행복한 경험이라 생각하며 해왔다. 좋은 연기자가 돼서 사회에도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한국과 같이하는 작품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툼마 "진짜 무당 접해 이런 현상 믿죠" 

영화 '랑종'에서 무당 '님'을 연기한 태국 배우 싸와니 우툼마. [사진 쇼박스]

영화 '랑종'에서 무당 '님'을 연기한 태국 배우 싸와니 우툼마. [사진 쇼박스]

무당 님 역의 싸와니 우툼마는 열다섯에 배우로 데뷔해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약해왔다. 피산다나쿤 감독과는 전작 ‘원 데이’로 만나 감독이 ‘랑종’의 님 역에 “우툼마가 아니면 적임자가 없다”며 다시 캐스팅했다. 영화에선 집안 장례식에서 밍의 이상증세를 가장 먼저 눈치채며 위험천만한 퇴마의식에 나선다.

우툼마는 나홍진 감독의 원안에 대해 “태국의 무속을 다룬 기존 영화와 차원이 다른 시나리오였다”면서 “종교는 불교지만, 개인적으로 몇 년 전 진짜 무당을 접하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봐서 이런 존재를 믿고 있다. 그런 믿음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님은 원치 않지만 신내림을 받아야 했던 여인이다. 여러 질병, 여러 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지만, 본인 능력 밖의 여러 이상 현상을 겪으면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영화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사진 쇼박스]

영화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사진 쇼박스]

님의 우직함은 후반으로 갈수록 폭주하는 밍과 대비되며 영화를 견인하는 주축이 된다. 님이 굳게 받들어온 조상신에 대해 마지막으로 품는 감정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엔딩에서 님의 묘한 표정은 ‘랑종’이란 기묘한 영화의 마침표 역할을 한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나쁜 일이 겹치고 겹쳐서 희망이나 믿음이 아예 사라진 그런 감정이죠. 원래 시나리오는 단어가 조금 달랐는데 반종 감독님과 끝없는 상의 끝에 이런 대사가 됐죠. 연기하지 않는 듯 연기했고. 그 대사를 하던 순간엔 싸와니가 아닌 오롯이 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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