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기술이 할 수 있는 일
다만 이러한 기술이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려면 단순히 기기 하나, 딥러닝 프로그램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논문에서는 사회경제적, 정치적 장벽을 낮추는 것은 물론, 인프라 또한 모두가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비로소 기술도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표1〉 WHO의 아동학대 예방 전략(INSPIRE)을 기반으로 AI 및 빅데이터, mHealth가 할 수 있는 일
INSPIRE의 축 | AI, ML, Big Data와 mHealth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 |
법적 장치 보완 및 강화 | - 위험평가 알고리즘 및 기계학습 프로그램이 법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공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
규범과 가치 | - SNS를 통한 각종 리터러시 프로그램 및 교육 캠페인 확산 - 가족 내 존중 및 보육과 관련한 캠페인 확대 - 폭력에 반대하는 운동가 및 이해당사자를 위한 인터랙티브 플랫폼 제공 |
안전한 환경 | - 사회 데이터를 토대로 한 상관관계 모델링 분석 (예: 주류 판매업소의 폐점 시간과 공공장소에서의 물리적 충돌의 관계, 주요 폭행사건 지역 감지에 따른 경찰 배치 시스템) - 알고리즘 시스템을 활용한 예측적 치안 유지 및 위험 대비 - 개인에게 고위험 소셜 콘텐츠를 알려주고 온라인상 발생 가능한 갈등을 단계적으로 줄일 수 있는 모바일 시스템 |
부모 및 부양자 지원 | - 실의에 빠져있거나 고립된 개인들을 위한 심리치료 콘텐츠 제공 AI 앱 - 자녀 방임 위험이 있는 가족에 대한 휴대전화 앱을 활용한 개입 (정서적 치료 등) |
수익 및 경제력 강화 | - 취약계층에 대한 온라인 트레이닝 프로그램 및 자격증 프로그램 제공 |
선제적 대응 및 지원 서비스 | - 자연어처리 알고리즘을 활용, 소셜미디어에 표현된 개인들의 슬픔 및 공격성을 감지하고, 이로써 폭력의 징후나 향후 발생 가능한 폭력을 우선으로 감지 |
교육 | -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킹 및 괴롭힘 방지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성을 기르고 폭력을 방지 |
학대 예방 알고리즘을 설계하려면
심리상담 챗봇이나 불안을 감지하는 SNS 도구,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다량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막상 실생활 속 활용은 더딘 편이다. 그래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에서는 앱을 지속해서 쓰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고려(알람을 얼마나 자주 울릴 것인가, 채팅을 지속하려면 대화의 길이가 어떠해야 하는가 등)와 시스템 내부에 사람을 돕는 알고리즘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는 대안들을 연구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1년을 겪으며, 사람들은 더욱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게 되었고, 옷깃도 되도록 스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관심까지 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알고리즘은 학대를 당한 정인이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자발적으로 “정인아 미안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양심, 온정, 마음만이, 제2의 정인이를 막겠다는 의지를 일으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유재연 객원기자는 중앙일보와 JTBC 기자로 일했고, 이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미지 빅데이터분석, 로봇저널리즘, 감성 컴퓨팅을 활용한 미디어 분석에 관심이 많다. 현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you.ja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