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D]유통업에 부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열풍

중앙일보

입력 2020.12.09 10:37

업데이트 2021.03.26 15:22

트랜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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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커머스 기업 11번가는 지난 11월 미국의 아마존으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았고, 양사간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글로벌 빅 테크 기업이 한국의 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사실 한국의 이커머스는 다른 국가와 달리 춘추전국시대처럼 오랜 기간 절대 강자 없이 존속되어왔다. 지마켓과 옥션으로 대표되는 이베이 코리아가 흑자 경영을 하면서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여전히 11번가의 도전 그리고 쿠팡의 빠른 성장, 조용한 챔피언으로서 네이버가 위협적 존재로 자리매김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가 이 힘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유례없는 이커머스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쿠팡과 네이버의 강진이 시작되면서 이 균형에 금이 가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160조, 이 중에 네이버가 21조, 쿠팡과 이베이가 17조, 11번가가 10조를 차지하고 있다.

[김지현의 tech 혁신 이야기]

그런데 이 숫자가 올해를 지나면 크게 바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는 그 과실을 크게 가져가는 쪽과 상대적으로 적게 가져가는 쪽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시장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암암리에 이커머스의 숨은 강자로 자리 잡고 있던 네이버가 치고 나가면서 1위로 등극하고, 이어 로켓배송과 멤버십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 대상의 객단가가 높은 쿠팡이 규모의 경제에 성공하면서 외형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변화 속에 11번가가 아마존의 힘을 엎고 2021년 사업 혁신에 나서기 시작하면 국내 이커머스 경쟁 구도에 커다란 지각 변동이 시작될 것이다.

오프라인 경험의 디지털화, O4O

2000년대 웹이 보급되면서 가장 빠른 규모로 성장한 산업이 이커머스이다. 처음에는 책을 시작으로 가전기기, 옷, 가구 그리고 이제는 식품에 이르기까지 안 파는 게 없을 만큼 이커머스는 파죽지세로 성장해왔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13년 38조이던 시장 규모는 2018년 100조, 2019년 133조 그리고 이제 160조에 이르고 있다. 2022년에는 200조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매년 감소 추세이다.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월에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했지만, 온라인은 34.3%나 늘었다.

이렇게 이커머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프라인 쇼핑 대비 편리함을 제공하는 혁신이 끊임없이 이루어졌고 경쟁 또한 치열했기 때문이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한 채 이커머스의 성장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나름 온라인 쇼핑몰을 단장하고 앱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기술 역량도 부족한 데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의 밸류 체인을 와해시킬 수 없다 보니 반쪽짜리 혁신에 머물렀던 탓일 것이다.

그런데, 이커머스 업체들은 온라인 쇼핑 공략에 멈추지 않고 오프라인 유통 영역마저도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존의 무인 매장인 Amazon go이다. 매장 운영이 100% 무인화되어 하이패스로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멈춤 없이 지나가듯이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그냥 나가면 자동으로 계산이 이루어진다. 계산대에 줄 설 필요 없고 결제를 위해 상품을 꺼내 놓고 일일이 바코드로 찍고 신용카드를 들이밀지 않아도 된다. 매장에서는 오로지 상품을 쇼핑하는 즐거움만 느끼면 될 뿐 기다림의 시간은 없다.

아마존 외에도 오프라인의 쇼핑 경험을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안경 전문점 와비파커는 오프라인에 쇼룸을 만들어 새로운 고객 창출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중국의 디지털 신선식품 매장인 허마셴셩도 알리페이와 자동화된 결제 더 나아가 배달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쇼핑 체험을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타일난다의 의류 쇼핑몰 역시 롯데백화점 본점에 매장을 열고 홍대, 명동, 신사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예스24의 부산 중고서점 F1963점에는 네이버의 자율주행 로봇인 어라운드가 매장 내 도서 수거를 돕는다.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체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오프라인 매장을 디지털화하는 데 주력하며 기존의 매장 운영 방식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오프라인의 경험을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혁신하려는 노력을 O4O라고 부른다. Online for Offline, 즉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으로 오프라인 기업의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기존의 O2O(Onlie to offline)가 단순하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연결적 측면에 그친다면 O4O는 좀 더 긴밀한 융합과 오프라인 기업의 입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입체적 유통 플랫폼, 옴니채널

이커머스 운영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의 하나가 옴니채널이다. 어떤 채널을 고객이 이용하든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 위해서는 채널을 방문한 고객이 누구인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웹과 앱은 로그인이라는 절차가 있기에 누가 방문했는지 인식이 쉽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쉽지 않다. 하지만, 생체인증 기술을 결제와 연동해서 연결하면 누가 방문했는지 추적이 가능하다. 이렇게 오프라인, 웹, 앱 등 가리지 않고 누가 어디서 무엇을 구매했는지 알 수 있다.

고객을 알아야 단일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옴니채널을 사업에 적극 활용해 매출을 견인시키는데 성과를 낸 기업이 월마트이다. 오프라인을 찾는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 이용 고객보다 아직은 더 많은 만큼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매장을 찾은 고객들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찾거나 온라인 쇼핑몰 이용 시에 타깃 마케팅 등을 할 수 있다면 고객 만족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매장과 온라인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 운영되어서 얻게 되는 가치는 다양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미국에서는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하는 형태의 쇼핑이 늘어가고 있다. 국내는 배달 문화가 발전해서 미국과 같은 행태를 보이지는 않지만, 결국 매장이 고객이 누구이고 무엇을 주문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동일하게 수집된다. 이러한 미국의 쇼핑 행태를 '보피스’(BOPIS : Buy Online, Pickup In Store) 혹은 커브사이드 픽업이라고도 부른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도 고객 데이터를 수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어,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옴니채널이 오프라인 유통사에는 중요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숙제이다.

고객 접점 확보를 위한 D2C

유통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제조업의 유통 진출이다. 디지털은 산업간 경계를 없애 누구든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제조사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 물건을 유통하지 않고 독자적인 채널을 만들어 직접 유통에 뛰어드는 것을 가리켜 D2C(Direct to Consumer)라고 부른다. 직접 고객과 만난다는 뜻의 D2C는 지금으로써는 규모 있는 글로벌 브랜드에서나 시도 가능한 전략이지만 기술의 발전과 개방형 플랫폼의 성장을 통한 개인 간 거래의 확대는 이 같은 트렌드를 가속화할 것이다.

D2C 전략을 대표하는 기업이 나이키이다. 2017년부터 나이키는 자사 쇼핑몰과 앱을 통한 상품 판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다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 나이키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소비자와 만나서 상품 판매를 하는데 역량을 집중한 것이다. 이렇게 고객과 직접 만나면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어 다음 제품 기획에 반영하고 고객에게 보다 나은 나이키 상품의 구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고객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상품 추천과 타깃 마케팅을 보다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만일 외부 쇼핑몰을 통해 상품이 판매되면 이러한 고객 대상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쇼핑몰들에 지급할 수수료를 최소화할 수 있고 이를 상품 가격을 낮추거나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로 되돌려 줄 수 있어 독자적인 온라인 채널을 만들어 고객과 직접 만나는 이커머스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3월에 데이터 분석회사 조디악(Zodiac), 4월에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이용해 맞춤형 신발을 제작하는 인버텍스(Invertex)를 인수했으며 2019년 8월에는 인공지능 기업 셀렉트(Celect)를 인수했다. 이렇게 제조업체가 직접 독자적인 쇼핑몰, 채널을 구축해 소비자들과 만나려는 시도가 확대되면서 이커머스 시장은 유통사가 아닌 제조사와의 경쟁까지 더해져 더욱 복잡해져 가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모바일 사업 이사, SK플래닛 신사업 부문장으로 일했고,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교수로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수업을 진행했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과 사회, 산업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반의 BM혁신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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