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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경제 패러다임… 공유에서 구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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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의 tech 혁신 이야기

코로나 이전 ICT 산업의 비즈니스 트렌드는 공유경제였다. 하지만, 영화 보고 이후 누군가와 무엇을 공유하는 즐거움은 안전에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공유경제의 패러다임은 한풀 꺾이게 되었다. 공유경제의 대표 주자인 우버와 에어비앤비도 고스란히 위기에 노출되었다. 함께 나누는 것보다 집콕하는 트렌드는 재택경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집에서 영화 보고, 음악 듣고, 커피 마시고, 음식 먹고, 일하고, 공부하고, 노는 것을 지원해주는 서비스와 사업이 주목받는 패러다임이다. 이 과정에서 편하고 자동으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독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렌탈과 다른 구독경제의 가치

물건을 사는 것과 구독의 차이점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 형성에서 찾을 수 있다. 구매는 한 번의 거래로 끝이지만 구독은 지속적으로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가 이어진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매월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면서 도시가스, 전기, 수도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통신요금과 IPTV 그리고 정수기, 비데 등의 렌탈도 월 일정 금액을 내면서 사용 중이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매월 요금을 내는 것과 구독 서비스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통신 요금이나 가스, 정수기 등을 월 요금을 내고 사용하는 것은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하는 것과 달리 서비스 업체와 지속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점에서는 구독 서비스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 관계는 느슨해서 서비스사의 존재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반면 구독 서비스는 요금은 매월 내더라도 서비스사와 고객의 관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그 존재감을 매일 느낄 수 있다. 공기청정기를 렌탈로 이용할 경우 공기청정기를 제공하는 회사의 존재 가치는 고장이 나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거나 필터를 교환하러 코디가 방문할 때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반면 넷플릭스나 펠로톤과 같은 구독 서비스는 늘 서비스의 존재감과 가치를 느끼며 사용하게 된다.
우선 넷플릭스는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 콘텐츠를 9,500원, 12,000원, 14,500원으로 구독하는 OTT로 기존의 IPTV와 얼핏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이용하다 보면 평소 접하기 어려운 해외 드라마와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꾸준하게 제공되어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가 다르다. 또한,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그리고 TV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디바이스와 네트워크 환경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사람들마다 즐겨 보는 콘텐츠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선호 콘텐츠를 분석해 영상을 추천해주어 넷플릭스에 연결할 때마다 개인별로 맞춤화된 콘텐츠가 보인다. 시청자의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서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려서 보여주고, 이러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를 소싱하고 제작하는데 투자함으로써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한다.

또한, 펠로톤이라는 미국의 홈피트니스 기업은 온라인 실시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약 월 13달러에서 40달러 정도의 멤버십 비용을 지불하면 넷플릭스처럼 집에서 운동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실시간 피트니스 쇼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넷플릭스와 달리 VOD가 아닌 실시간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특징이고 별도의 펠로톤 전용 운동 기구를 구입하면 운동 상태를 측정해 이를 분석해서 맞춤형 운동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즉, 운동기구에 부착된 IoT 센서를 통해 운동 성과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전송해 개인별 운동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1:1 피드백을 줌으로써 퍼스널 트레이너가 운동 코칭을 해주는 것과 같은 맞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구독경제의 대상은 수년간 다양해지고 있다. 남성 와이셔츠에서 면도날, 화장품 그리고 막걸리와 맥주, 꽃, 그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기존의 렌탈과 달리 약정 계약을 하지 않아도 되고 스마트폰 앱이나 웹 서비스를 통해서 쉽게 구독 내역을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고객들의 구독 내역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며 편리한 사용자 경험과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것이 기존의 판매, 렌탈 비즈니스와 크게 다른 점이다.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구독경제

구독경제가 주는 비즈니스적인 가치는 고객과의 관계가 강하게 형성되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고객 이탈 방지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매월 고정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을 준다. 그렇다 보니 특정한 상품군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기업 외에 빅테크 기업과 대기업들도 구독경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프라임 멤버십을 제공하는데 매월 약 11달러를 내면 무료 배송과 비디오, 음악 등의 콘텐츠 서비스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국내에서도 쿠팡이 로켓와우 멤버십을 월 2900원에 로켓배송 상품의 무료 배송과 OTT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현대자동차도 제네시스 스펙트럼이라는 구독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 149만원의 구독료로 G70, G80, G80 스포츠 모델을 원하는 색상으로 매월 2회씩 바꿔가며 탈 수 있는 서비스이다. 기존의 렌탈이나 리스와 달리 앱을 통해서 쉽게 차량 교체를 신청할 수 있고 선수금이나 해약금 부담 없이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어 편리하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구독 서비스를 2020년 공개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월 4900원을 지불하면 네이버페이 결제액의 최대 5% 적립과 웹툰, 영화 등의 콘텐츠 일부를 무료로 제공받으며 네이버 클라우드와 VIBE 등의 서비스를 선택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카카오에서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서 기존의 렌탈 상품과 다양한 종류의 구독 서비스를 쉽게 신청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런칭했다. 기존의 렌탈이나 구독 서비스는 상품별로 별도로 계약을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며 개별 앱을 설치해서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반면 카카오의 구독 플랫폼은 카카오톡을 통해서 쉽게 다양한 종류의 렌탈, 구독 상품을 탐색하고 계약, 결제, 승인 그리고 관리가 가능하다.

구독경제의 성공 요인 

구독경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용자에게 끊임없이, 끊김 없이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매월 구독료를 내며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은 월 지출 비용 대비 누리고 있는 혜택보다 과하다고 느끼면 언제든 바로 서비스를 해지하고 이탈하게 된다. 그렇기에 매월 더 나은 서비스와 경험의 제시를 통해서 떠나지 않도록 붙들어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 목적에 맞게 더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더 나은 고객가치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서 제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 고객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앱이나 웹의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이 서비스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수집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별로 최적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초를 얻어 이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구독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핵심 사항이다.

구글이 2014년에 3조4천억에 인수한 네스트라는 회사는 실내온도 조절장치를 만드는 제조업체로 스마트홈 플랫폼을 꿈꾸는 기업이다. 네스트는 도어락, 도어벨, 카메라, 방범 시스템 등 다양한 기기들을 제조하고 있다. 이중 네스트 카메라는 집 안팎에 설치하는 CCTV로 인터넷에 연결해 방범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기이다. 카메라를 구입하고 별도의 멤버십으로 가입하지 않으면 실시간으로 카메라에 녹화 중인 영상을 볼 수 있으며 6시간 이내에 기록된 녹화 영상을 탐색할 수 있다. 그런데, 월 6달러 혹은 12달러를 내고 유료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면 2개월의 영상을 녹화하고 영상 내에 특별한 영역을 지정해서 해당 영역에서 발생한 움직임을 탐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게다가, 영상과 오디오를 분석해서 사람이 대화하는 소리, 등록되지 않은 얼굴이 나타난 경우, 조명이 밝아지거나 움직임이 포착될 때 이를 알람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얼굴 인식 기능도 제공되어 집안 가족들의 얼굴을 인식시켜서 녹화한 영상에 누가 탐지되었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아마 앞으로는 개 짖는 소리, 사이렌 소리 등 다양한 소리별로 알람을 지정해서 알려주는 기능도 제공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단순하게 카메라의 녹화 영상을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보관 비용을 구독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서 그것을 구독하게 해줌으로 인해 카메라의 판매도 늘리고 멤버십에 가입한 구독자들이 해지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구독 서비스의 성공적인 운영 모습이다.

앞으로 보다 많은 기기와 상품, 서비스가 구독 방식으로 제공될 것이다. 이미 테슬라는 실시간 교통정보와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차량에서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를 프리미엄 커넥티비티라는 이름의 구독 서비스로 월 7900원에 제공하고 있다. 향후 보다 완벽한 자율주행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구독으로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고 안정적으로 매월 고정 수익도 확보할 수 있는 구독경제가 더욱 보편화되어갈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모바일 사업 이사, SK플래닛 신사업 부문장으로 일했고,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교수로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수업을 진행했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과 사회, 산업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반의 BM혁신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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