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와중에 망언과 추태로 국민 스트레스를 가중했던 노영민 비서실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경질한 것은 만시지탄이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국면 전환용 꼼수 인사에 머물면 쇄신 효과는 반감하고 레임덕만 가속될 것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사람만 바꾸고 실패한 정책에 집착하는 듯하다. 정의당조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부적격' 판정했지만,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엉터리 부동산 대책을 24회나 쏟아낸 김현미 전 장관의 실패를 변창흠이 획기적으로 바꿀 것 같지 않다. 추미애 후임 박범계 후보자는 "검찰개혁 완수"에 집착해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난 4년간 누적된 인사 파행으로 공직사회가 밑바닥부터 골병이 들었다는 점이다. 능력보다 진영을 앞세운 편향된 인사 때문에 공직사회에 요행과 냉소 풍조가 만연해 있다.
반면 1급 이상 장·차관까지 14명의 외교부 요직 중 '인재의 산실'인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은 전무하다. 이 또한 외교부 출범 이후 처음이라 한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과 북미·북핵 라인을 배척한 이유를 외교부 사정에 밝은 인사에게 들어봤다.
"철저한 보복 인사다. 이 정부 청와대는 장관을 지낸 반기문·송민순·윤병세를 특히 미워한다. 노무현 정부 때 중용했는데 정권이 바뀌자 배신했다고 여긴다. 당시엔 외교부 북미 라인이 국익을 앞세워 청와대 정책을 많이 반대했는데 그때는 청와대가 논리에 밀려서 맘대로 못했다. 이번에는 외교부 주류를 아예 배제하기로 작심한 것 같다."
반면 국방부와 합참의 주요 엘리트는 진급에서 빠졌다. 군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이 정부는 육사와 육군 출신을 네 편이라 의심하기 때문에 소외시킨다"고 전했다. 용장(勇將)·지장(智將)·덕장(德將)이 아닌 '운장(運將)'들이 요직을 차지한다면 그런 군대가 어떻게 강군이 되겠나.
-인사의 대원칙이 있다면.
"유능하고 경륜 있는 전문가를 써야 한다. 안 그러면 좋은 정책도 리더십도 안 생긴다. 한번 발탁한 인재는 믿고 맡겨야 한다. 유능한 관료를 불신하는 것은 국가 인재 낭비다."
-어떻게 해야 잘하는 인사인가.
"네 편 내 편 구분 말고 최고(Best)를 써야지 내 편이라는 이유로 2, 3등을 쓰면 안 된다. 감동이나 파격 인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적의 인재를 썼는지가 중요하다. 의원직과 당적을 유지하는 장관을 임명하면 당과 정치 세력의 포로가 되기 쉽다."
-이 정부 인사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인사권은 전리품이 아닌데 내 것으로 착각한다. 왕조시대와 달리 민주 국가에서 대통령 인사권은 고유권한이 아니라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는 민심을 따라야 한다. 국민의 절반이 반대하는 인사는 강행하면 안 된다. 이 정부 인사는 진짜 전문가가 인사하는지 의문이 든다. 인재를 보는 안목이 부족하다."
-남은 임기 인사를 충고한다면.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인사를 하기 바란다. 대한민국을 주변국에서 G3(주요 3개국)로 만들기 위해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에 맞는 인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