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세정의 시선

내우외환 직면한 '100년 정당' 중국공산당

중앙일보

입력 2020.06.11 00:54

업데이트 2020.06.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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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주도하는 매슈 포틴저(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중앙포토]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주도하는 매슈 포틴저(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중앙포토]

중국공산당은 1921년 상하이에서 마오쩌둥을 포함해 전체 당원 57명 중 13명이 모여 창당했다.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1949년 10월 베이징에서 대륙의 정권을 잡았다. 다음 달이면 창당 100년, 올해 집권 71주년을 맞는데 당원은 9000만명이 넘는다.
 중국공산당의 '큰집'에 해당하는 소련공산당은 1903년 영국 런던에서 본격 출범한 사회민주노동당이 모태다. 소련공산당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집권했으나 누적된 비효율과 부패로 인해 집권 74년만인 1991년 수명을 다했다.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를 보면서 1989년 미국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역사의 종언(終焉)』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사회주의와 권위주의에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5년만인 2014년 후쿠야마는 자신의 예측이 빗나갔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100년의 굴욕 시대를 지나 다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중국의 기세는 거침없다. 2010년 일본을 추월한 중국 경제는 내친김에 2026~2034년 미국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손오공처럼 변신을 거듭해온 중국공산당은 이제 정보통신기술(ICT)을 통치 강화에 활용하는 '디지털 레닌이즘(Leninism)'으로 무장해 집권 수명을 대폭 연장하려 한다. 소련공산당의 집권 기간은 희수(喜壽·77세)를 못 넘겼지만, 중국공산당은 백수(白壽·99세)를 넘길까.
 승승장구하던 중국공산당이 최근 안팎에서 거센 도전과 공격에 직면해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주저앉히기 위해 혈안이다. '신냉전'이 시작됐다고 할만큼 미국의 중국 견제는 어느 때보다 거칠다.
 백악관에서 중국 길들이기를 주도하는 전략가는 매슈 포틴저(46)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다. 중국학 전공자이자 미국 언론의 베이징 특파원으로 4년간 일한 중국통이지만 공안(경찰)에게 폭행당한 악연 탓인지 반중 성향이 매우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로 부르도록 유도하고 중국 책임론을 제기한 장본인이 포틴저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공산당을 겨냥해 "잔인한 독재 정권"이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파상 공세에도 맷집 좋게 버틴다. 3명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중국 비판에 돌아가며 꼬박꼬박 대꾸한다. 매일 장군멍군으로 태평양은 전혀 태평하지 못하다.
 중국으로선 어차피 넘어야 할 미국의 공격보다 내부의 불만과 균열이 더 걱정스러울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당 총서기가 된 2012년 말 이후 피비린내 나는 정적 숙청으로 사실상 1인 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후진타오 시절 강조하던 당내 민주화가 사실상 실종되면서 억눌린 지식인들은 '숨구멍'을 찾아 헐떡이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에 해당)에서 홍콩의 자유를 제약하는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안 표결 당시 반대는 1표뿐이었다. 베이징인지, 평양인지 헷갈렸다.
 덩샤오핑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50년 공존을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이 허물어졌다. 그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홍콩 시민들은 '하늘이 중국공산당을 멸한다'(天滅中共)는 구호를 외치며 격렬하게 저항한다. 통합은커녕 원심력만 키웠다.

중국의 축구 영웅 하오하이둥이 지난 4일 '신중국 연방 건국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중국의 축구 영웅 하오하이둥이 지난 4일 '신중국 연방 건국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급기야 6·4 천안문 민주화 운동 31주년이던 지난 4일 중국의 '축구 영웅' 하오하이둥(郝海東·50)이 동영상을 통해 '신중국 연방 건국 선언'을 발표하면서 "중국공산당 타도"를 외쳤다. 스페인에 체류 중인 그가 "중국공산당은 과거 코민테른의 자금지원을 받아 합법 정부를 전복시킨 테러 조직"이라고 규정하자 발끈한 중국 당국이 그의 SNS 계정을 폐쇄했다.
 사실 시진핑 정부 들어 1인 독재체제를 강화하면서 자유·민주·인권 등 보편적 가치가 후퇴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중국은 한반도에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억압적이면서 힘만 강해지면 주변에 재앙을 끼칠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을 향해 "운명 공동체" "운명적 동반자"라는 민감한 용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외교적 수사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6·25전쟁 개입을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우기고 사회주의 간판을 고수하는 중국과 대한민국이 도대체 어떤 가치를 공유하기에 운명 공동체를 섣불리 입에 올리는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경솔한 말 한마디 때문에 뜻하지 않은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옛말에 "병균은 입으로 들어가고(病從口入),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禍從口出)"고 했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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