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5도 목표’ 맞추려면 2029년까지 석탄발전 없애야”

중앙일보

입력 2020.02.20 11:25

수정 2020.02.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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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모습. 기후분석 전문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한국은 2029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시나리오에 맞추기 위해서는 급격한 감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중앙포토]

유럽의 기후분석 전문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가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1.5℃ 목표’를 맞추려면 한국은 2029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1.5℃ 목표’는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기온보다 1.5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과 공동으로 연구해 20일 발표한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기반 탈석탄화 경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15년 파리 협정에서 나라별로 감축안을 포함해 배당한 ‘탄소예산’의 2.5배나 되는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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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발전소 다 닫아도… 국제사회 약속 2.5배 배출”

한국의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시나리오. 주황색이 '1.5도' 목표를 맞출 수 있는 경로, 검정색이 '현재 한국의 계획 대로 할 경우', 회색은 '신규 화력발전소를 지어 가동을 시작할 경우'를 나타낸다. 검정색 그래프의 면적은 주황색 그래프 아래 면적의 2.5배, 회색 그래프 아래쪽의 면적은 주황색의 3.17배에 달한다. [자료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기후솔루션]

보고서는 “한국의 노후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 계획을 반영해도 2050년까지 할당량의 250%를 배출한다”며 “한국은 발전소 수명 30년 이전에 조기폐쇄를 하든지, 혹은 발전량을 더 빠르게 감축시켜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30년 이상 된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것과 전환 계획이 잡힌 발전소의 평균 수명을 고려해 ‘30년’을 기준으로 계산했다”며 “30년 이상 발전소를 더 가동할 경우 한국의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현재 발전소 폐쇄수명은 38년이다.
 

신규발전소 포함하면 약속의 3배 이상 배출

지난 18일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지역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환경단체와 시민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1기를 닫지만, 신규 7기가 건설되면 석탄화력발전소가 차지하는 발전량은 이전보다 오히려 1기가와트 더 늘어난다. [연합뉴스]

현재 건설예정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배출량은 더 목표치에서 멀어진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는 충남 신서천, 경남 고성 하이 1‧2호기, 강릉안인 1‧2호기, 삼척 포스파워 1‧2호로, 총 발전량은 7.27 기가와트다.


보고서는 “202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11기를 폐쇄하지만, 줄어드는 용량은 5.24기가와트에 불과해 결국 석탄화력발전소 총 가동용량 약 1기가와트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현재 한국의 탄소배출량에 더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세워지면, 2050년까지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탄소배출량의 3.17배를 내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탈석탄 구체적 약속 아예 없어”

지난해 9월 21일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후위기는 생존'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하며 행진하고 있다. [뉴스1]

보고서는 “한국 발전량의 42%를 차지하는 석탄화력은 국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를 차지하고 지난 20년간 배출량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며 “그런데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030년에도 석탄이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은 탈석탄화를 앞당길 국가 차원의 구체적인 약속, 로드맵, 정책수단, 전력전환 등 체계가 현재로썬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한국은 2029년까지 ‘탈석탄’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2017년 대비 석탄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5년까지 58% 줄여야 하고, 2029년까지는 ‘탈석탄’을 달성해야 한다”며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석탄발전이 내뿜는 온실가스의 양을 2030년엔 '0'으로 만들고, 탄소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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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UN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와 영국‧독일‧일본 등 정부의 기후정책 수립 전략에도 참여하는 기후과학정책 연구기관이다. 기후변화에 관해 연구하는 민간연구기관 중 가장 권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파올라 파라(Paola Parra)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기후 정책분석가는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 금융기관이 석탄 발전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신규 석탄 발전소를 건설하고 해외 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산업계에 잘못된 신호를 전달하는 것을 멈추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