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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살았지만 기후변화 너무 크다…10년 뒤 꿈꾸기 두려워"

중앙일보

입력

19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기후행동 김서경(19), 오연재(18) 학생. 김정연 기자

19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기후행동 김서경(19), 오연재(18) 학생. 김정연 기자

“우리한테 ‘지지한다, 청소년들이 열심히 해주면 우리도 힘을 낼 수 있다’고만 하고, 정작 환경부와 정부는 왜 소극적이죠?”

"우리 절박함·두려움 알아줬으면"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들 호소 #'지지한다'며 우리 격려해놓고 #정부는 가능한 것만 하겠다는 식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청소년 기후행동’의 김서경(18), 오연재(18) 학생과 김보림(26) 활동가는 “우리는 당장 10년 뒤를 꿈꾸기가 무서울 정도의 기후위기에서, 생존을 위한 얘기를 절박하게 하는 것"이라며 "23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전향적인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발표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청년기후정상회의에 대표단 보내

뉴욕에 도착해 UN청년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할 준비물을 만드는 한국 대표단. [청소년 기후행동 페이스북 캡쳐]

뉴욕에 도착해 UN청년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할 준비물을 만드는 한국 대표단. [청소년 기후행동 페이스북 캡쳐]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해 8월 최악의 폭염 이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낀 청소년들이 알음알음 모여 만들어진 단체다.
오연재 학생은 “지난해 한파‧폭염이 극심했는데, 6월 보궐선거 때 국회의원 선거 공약을 보고 ‘이렇게 폭염‧한파가 심한데 왜 환경 관련 공약은 아무도 없지?’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이후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우리들만의 조직, 메시지를 만들자’고 공감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단체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원은 40여명이다.

이들은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의 ‘청년 버전’으로 열리는 21일 ‘유엔 청년기후정상회의’에 한국 대표단으로 김유진(17) 학생과 정주원(25)씨를 보냈다.
지난 17일에는 유엔 파견을 앞두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김보림씨는 “1년간 여러 활동을 했지만, 기관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게 처음이라 ‘대승적인 차원의 큰 발표가 있으려나 보다’ 기대를 크게 했지만, 아무 성과가 없었다”고 했다.

“장관님이 그리는 10년 뒤 미래는 뭐에요?”

지난 17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서울스퀘어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기후행동 측은 "UN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공허한 '지지한다'는 말만 남은 자리였다"며 "장관님과 편하게 만나서 의견 전달하는 비공개 면담으로 알고 갔는데, 장관님 SNS와 보도자료로 다 나갔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전했다.[사진 환경부]

지난 17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서울스퀘어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기후행동 측은 "UN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공허한 '지지한다'는 말만 남은 자리였다"며 "장관님과 편하게 만나서 의견 전달하는 비공개 면담으로 알고 갔는데, 장관님 SNS와 보도자료로 다 나갔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전했다.[사진 환경부]

김서경 학생은 “장관님한테 ‘유엔이 정한 전 세계 평균온도 상승 폭 1.5도를 맞추기 위해서 환경부가 과감한 목표를 세울 의지가 있는지’를 물어봤지만 ‘우리나라는 사실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나라가 1.5도 목표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할 수 없어도 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장관님이 그리는 ‘10년 뒤 미래’가 뭔지 모르겠다. 청소년 입장에서 너무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고작 18년 살면서도 10년간의 변화를 느끼는데, 앞으로 10년 후는 돌이킬 수 없이 최악의 환경이 될 것 같아서 무서워서 미래를 꿈꿀 수가 없다”며 “지금보다 나은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면 우리가 학교에 다니는 게 무슨 의미며, 10년 뒤 서른 살도 안 된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겠냐”고 말했다.

청소년한테 떠넘기고, 정부는 ‘할 수 있는 만큼만’

청소년 기후행동에 동참하는 학생들이 '우리가 멸종위기다'를 외치며 집회를 여는 모습. [사진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 기후행동에 동참하는 학생들이 '우리가 멸종위기다'를 외치며 집회를 여는 모습. [사진 청소년기후행동]

오연재 학생은 “장관님이 ‘현재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 감축이 목표인데, 이것도 어려운 수준’이라면서도 ‘우리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잘하고 있고, 전 세계 평균 이상’이라고 자화자찬에 그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런데 온실가스 배출량 7위라는 수치는 기후변화 대응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수준인데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해서 맥이 빠졌다”고 했다.

김보림씨는 “환경부는 ‘지금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면서, 우리에게 ‘여러분의 변화를 위한 행동을 지지하고, 청소년들이 열심히 해주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청소년들에게 모든 문제 해결을 떠넘긴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환경부가 잘못한 게 있으면 짚어달라고 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지적한 건 너무 방어적으로 ‘우린 잘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와서 어리둥절했다”고 전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오는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선 문 대통령의 연설이 있을 예정이다.

오연재 학생은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정상회담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행되지 않았고 이번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건 안다”면서도 “이번에는 대통령의 ‘참석’으로 그치지 않고 뭔가 행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보림씨는 “유엔에서 청년 대표단이 문 대통령 혹은 세계 정상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기후변화에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우리 미래를 가지고 도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리 미래를 가지고 도박하지 말라"

9월 27일 열리는 '기후위기 결석시위' 안내 포스터. [사진 청소년 기후행동]

9월 27일 열리는 '기후위기 결석시위' 안내 포스터. [사진 청소년 기후행동]

이들은 오는 27일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준비 중이다.
김보림씨는 “현재 전국에서 참석자가 1000명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 기획 때는 ‘100명이나 올까?’ 걱정했는데 1000명이 모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꿈같지만, 그만큼 함께 절박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해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원칙적으로 부모님과 학교의 동의를 받고 나오도록 했다.
김보림씨는 "우리가 기후위기와 싸워야지, 부모님·선생님과 싸우는 게 아니니까요. 우리의 생각을 충분히 말씀드리고 설득시켜 나오도록 한다"며 "부모님·선생님이 같이 나오시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1시간 정도 세미나를 연 뒤, 11시부터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청와대로 행진해, 정부에 대한 '청소년 기후 대응성적표'를 발표한 뒤 대통령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응답하라 대통령'을 진행할 계획이다.

"어른들은 10년 뒤를 꿈꾸면서 살 수 있었는데, 우리는 10년 뒤가 너무 막막해서 막막. 꿈을 꿀 수가 없어요. 모든 과학자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 쓸 수 있는 탄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기후위기를 경고하는데 우리 정부는 '지금은 어렵다'고 하잖아요? '바꿀 수 있는 때'가 오면, 그때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요"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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