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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수의 에코사이언스

기후재앙까지 겨우 0.5도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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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지구가 명백하게 기후 위기에 직면했음을 선언한다.” 지난 6일 국제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에 실린 이 ‘기후 비상사태 선언문’에 세계 1만5300명의 과학자가 서명했다. 과학자들이 나선 것은 무엇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0.5도만 더 상승해도 기후 재앙이 닥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산업혁명 전보다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벌어질 것이란 경고는 이미 오래전 제기됐다. 지구 기온은 10년마다 0.2도씩 상승하고 있고, 산업혁명 전보다 이미 1도가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1.5도 상승까지 30년도 안 남은 셈이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려면 매년 5~10%씩 줄여나가야 할 판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간다. 전 세계 배출량은 늘고, 미국 정부는 파리 기후협약 탈퇴 절차에 들어갔다. ‘기후정책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계 투자는 5억5500만 달러(6400억 원)에 그쳤다. 2050년까지 매년 지금의 3배씩 투자해야 하는데, 2017년보다 오히려 11%나 줄었다.

온실가스 줄이기는 ‘폭탄 돌리기’다. 남들은 대중교통·계단을 이용해도 나는 자가용·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이웃 나라 경제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괜찮아도, 내 연봉이 매년 5%, 10%씩 깎이는 건 용납할 수 없다. 1965~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798%로 늘어날 만큼 성장만 생각하며 달려온 한국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규제는 성공하기 어렵다. 온실가스 감축도 마찬가지다. 요즘 국내외에서 논의되는 ‘그린 뉴딜(Green New Deal)’도 따지고 보면 성장 욕구를 채우면서, 동시에 온실가스가 줄이도록 투자 방향을 틀자는 거다.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10년, 20년 안에 인류를 구해줄 획기적인 에너지 기술이나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나와야 가능하다. 그 기술 덕분에 기후 문제를 해결하게 될지, 아니면 제때 기술이 나오지 않아 파국을 맞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인류는 지금 엄청난 도박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