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재민의 ‘빨간 맛 축구’
동남아시아 축구 시장에 한류 바람이 뜨겁습니다. 과거엔 선수들이 동남아 무대에 진출해 실력을 발휘했다면, 최근에는 감독들이 성공 신화를 쓰고 있습니다. ‘K-축구’가 동남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비결은 뭘까요. 이 궁금증을 축구 칼럼니스트 ‘레드재민’이 풀어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The JoongAng Plus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태국과 베트남·인도네시아 그리고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축구의 ‘빅4’ 다. 최근 김상식 전 전북 현대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맡으며 빅4 감독 중 3자리를 한국인 감독이 이끌게 됐다. K팝, K뷰티, K드라마, K푸드에 이어 이제는 K축구감독이다. 한국인 지도자의 인기가 동남아에서 상한가인 이유는 뭘까.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베트남은 2023년 박 감독과 헤어진 이후 1년 동안 실패만 거듭했다. 후임 필립 트루시에(프랑스) 감독이 떠난 빈자리는 다시 한국인 김상식 감독으로 채웠다.
신태용 감독은 2023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를 사상 최초로 16강에 올려놓았다. 3개월 뒤 U-23 아시안컵 8강에서는 대한민국을 무너뜨렸다. 인도네시아에서 신 감독은 영웅 대접을 받는다. 신 감독의 차량은 언제 어디서든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는다. 이 덕분에 교통지옥으로 불리는 자카르타의 도심을 순식간에 통과한다. 현재 신 감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85만 명에 이른다.
말레이시아를 맡은 김판곤 감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임 직후 말레이시아를 43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에 올려놓았다. 본선 조별리그 경기에선 대한민국과 6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유럽 명문 클럽의 감독을 줄줄이 배출하는 스페인 축구 팬들의 기분이 이런 걸까.
3개국 대표팀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선수들의 근성과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점이다. 한국인 지도자들이 맡기 전까지 동남아 축구는 느슨했다. 볼을 다루는 기술은 좋아도 90분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도 부족했다.
김판곤 감독도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바꿨다. 아시안컵 한국과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후반 추가 시간에 세 번째 골을 내줬다. 예전 같으면 그대로 무너졌겠지만, 김판곤 감독이 선수단에 심은 근성이 경기 막판에 발동했다. 추가 시간 종료 직전에 말레이시아는 동점골을 터뜨려 3-3 무승부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