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한 ‘유예 세대(Delayed Generaion)’ 증가 현상은 국가 경제·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춰지면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결혼·출산의 유예 및 포기로 저출산이 가속화하는 등 국가적으로 사회·경제적 비효율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 미스매치, 노동시장 공급 공백으로
우선 청년층의 대졸·취업 유예는 ‘일자리 미스매치(수요·공급간 불균형)’와 결합돼 노동시장 공급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고급 인력은 졸업·취업을 미루고 대기업 등의 사무직과 전문직, 공무원 시험에 몰려 노동시장의 문앞에서 장기간 대기한다. 중소기업에선 젊고 능력이 좋은 취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노동공급 공백이 점점 심화하는 추세다. 지난 2022년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사업체별 부족 인원은 총 60만 5000명에 달했다. 직종별로는 제조업(6.5%), 금속·재료 설치·정비 생산업(6.1%), 식품 가공·생산업(5.5%) 등 제조·생산 분야에서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노동 공급 문제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이른바 ‘이행세대’인 청년층이 졸업을 유예하면서 노동시장의 신진대사를 늦추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인력으로 버티다보면, 장기적으로 기업 자체는 물론 경제 기반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은 ‘청년 일자리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2022년)’에서 “종사자 규모, 혹은 고용형태 등에 따른 근로조건의 격차가 커지면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청년층의 일자리 경쟁과 미스매치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되거나 잦은 이직·퇴직이 발생하는 것이 청년 문제의 핵심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고령화 문제와 결합할 경우 노동시장의 공급 비효율 문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비교적 오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젊은 층의 비중이 갈수록 더 작아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인구를 나이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중위 연령은 1997년 30세에서 올해 46.1세로 높아졌다. 노동시장에서 젊은 인력 풀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는 저출산 문제와 결합돼 복지 지출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경제 생산성 부문에 대한 지출 여력이 약해지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결혼·출산 유예는 저출산으로…생애주기별 연계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현실을 반영해 유예 세대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 취업난, 저출산·고령화 등을 연계한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학교에서 직장으로의 이행기간(school to work transition)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길고,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측면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대학 학과 구조조정을 비롯한 교육 구조 변화부터 일자리 정책 다양화, 사회적 지연을 막을 저출산 정책 등을 연계한 총체적인 구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활동의 시작인 취업이 밀리면 저출산, 고령화 문제 역시 연쇄적으로 심화되기 때문에 모든 세대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사회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