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기 미술평론가가 작가 김명진을 정의한 말이다. ‘초현실주의’란 말을 붙일 만큼 그의 작품은 한 마디로 장르를 정의하기 힘들다. 배경은 동양화의 색감과 깊이감으로 그리지만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그 안을 채우는 피사체는 화사한 색감이 있는 서양화로 그린다. 예를 들어 그가 최근 작품에서 즐겨 그리는 커다란 고래와 배경은 동양화에 기본을 둔 흰색·회색·검은색을 기본으로 한다. 하늘을 날아 다니는 고래 아래엔 알록달록한 색감의 캐릭터 ‘젤리맨’ ‘캔디걸’ ‘소시지맨’들이 신나게 논다. 동양화와 서양화, 그리고 일러스트의 융합 작업이다.
작업 방식 또한 그리기에 국한되지 않고, 마티에르·뿌리기 등 다양한 회화 기법을 사용한다. 이렇듯 형식을 파괴하고, 섞는 것은 김명진이 가장 잘하는 작업이다. 정규 미술 교육 과정을 밟지 않았기에 오히려 고정관념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이 가는 데로 그리고 싶은 데로 작업해나간다.
- 그림을 무엇이라 정의하나요.
김명진은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공업고등학교를 나왔고, 군대 제대 후 일러스트 학원에 다닌 몇 달, 그리고 대구예술대학에 잠시 다닌 게 전부다. 하지만 그는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주목해 봐야 할 20인의 ‘하이라이트 작가’로 선정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다. 2016·2017년 키아프에선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작가로도 선정됐다. 해외에선 2016년 미국 마이애미 아트 위크에서 '50명의 꼭 봐야 하는 작가'에도 선정된 바 있다.
나는 한국의 아티스트다⑦
경쾌한 팝초현실주의 작가 김명진의 세계
- 별다른 미술 교육 없이도 이렇듯 인정받는 작가가 된 것이 대단해요. 어떻게 작가가 됐나요.
독학으로 그린 그림, 자비로 시작한 전시
- 그림에서부터 전시까지, 모두 독학이었네요.
무모한 도전 같은 전시였지만, 이 전시로 인해 김명진은 지금까지 함께 하는 갤러리 가이아의 윤여선 대표를 만나게 됐다. 윤 대표는 "당시 그의 그림을 본 순간 단테의 신곡을 보는 것 같았다"고 소회했다. 갤러리에 걸린 100호짜리 연작 다섯 점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강렬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윤 대표는 그림을 모두 자신의 갤러리로 옮겨 다시 전시를 열어줬다.
이렇게 세상의 빛을 본 작품이 바로 김명진의 대표작이자 상징이 된 '엣지워커(Edgewalker)' 연작이다. '가장자리를 걷는 사람'이란 뜻의 엣지워커 연작에 대해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김명진의 그림은 드로잉과 낙서, 일러스트의 경계가 지워져 있다"면서 "화면 전체를 비상한 기운과 흥미로 채우고 있으며, 날 것 그대로의 활기를 대담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2013년 시작한 엣지워커 연작은 미국 '휴스톤 아트 페어', 캐나다 '아트 토론토', 홍콩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 페어' 등 해외 유수 아트 페어에 출품하는 족족 팔려 나갔다. 그의 그림을 해외에서 먼저 알아봐 준 것이다.
- 젤리맨, 캔디걸 같은 캐릭터가 만화 같기도 해요.
-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 속 캐릭터들의 크기가 점점 커져요. 이유가 있나요.
- 이번 키아프 서울엔 신작이 나오나요.
작가 김명진은...
1978년생. 대구예술대학교. 2013년과 2016~2022년 갤러리 가이아에서 개인전 ‘엣지워커(Edgewalker)’와 2013년 가나아트스페이스 개인전을 열었다. 주요 국내 아트페어 및 단체전으로는 국내에선 키아프 서울과 아트 부산, 화랑미술제, 대구아트페어 등에 참가했다. 또한 아트 마이애미 콘텍스트(미국), 아트 센트럴(홍콩), 아트 스테이지(싱가포르), 휴스턴 파인 아트 페어(미국), 아트 토론토(캐나다),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 쇼(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유수 아트 페어에 출품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및 다수의 기업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다시 한번 한국이 예술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오는 9월 6~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이라는 걸출한 두 아트페어 덕분입니다. 두 페어의 개최 기간에 맞춰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아트 이벤트도 참 많습니다. 예술에 대한 관심이 폭증한 이때, 한국의 작가들에 대해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중앙일보가 출품 준비에 한창인 작가들을 만났습니다. 키아프가 올해 처음으로 선정 발표한 '키아프 하이라이트 작가' 중 시간적·지리적으로 인터뷰가 가능했던 한국 국적의 작가들입니다. 직접 작가들을 만나보니 왜 이들이 스스로를 "노동집약형"이라고 말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창의성을 오랜 시간을 들여 묵묵히 작업해 나가는 작가 10인을 매일 1명씩 '나는 한국의 아티스트다' 인터뷰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