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밀양’ ‘놈놈놈’ ‘박쥐’ ‘기생충’ ‘비상선언’ ‘브로커’ ‘거미집’까지 총 8번 칸영화제를 방문한 송강호는 그중 두 번을 김지운 감독과 나란히 레드카펫에 올랐다. 10번째 장편 영화를 찍은 김지운 감독으로서는 필모그래피의 절반을 송강호와 함께한 셈이다.
김지운·송강호 '반칙왕'식 코미디 빛나
“필름들이 내 머릿속에서 영사”되는 수준으로 “꿈속에서 재연”되는 “엄청난 장면들”은 그대로만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될 것만 같다.
물론 제작자인 백 회장(장영남)은 멀쩡한 영화를 다시 찍겠다는 그를 반대하지만, 그의 조카이자 영화사 ‘신성필림’의 실제 후계자인 미도(전여빈)는 바뀐 시나리오를 읽고 굉장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다며 김 감독의 든든한 조력자를 자처한다.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모인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검열 당국의 방해를 따돌린 채 누군가에게는 가혹한 새로운 시나리오로 영화 ‘거미집'을 이상하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간다.
25일 칸서 베일 벗은 '거미집'
송강호·김지운 6편째 작품
'반칙왕' 등 초기 코미디 떠올라
김지운 "영화 속 송강호 나 보는듯"
25일 밤 10시 30분(현지 시간)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프리미어 상영 중엔 시종일관 웃음과 함께 때론 탄식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상영 후에는 김지운 감독이 “세 번째 칸영화제지만 이렇게 긴 박수는 처음"이라고 한 12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칸 8번째 송강호에 12분간 기립박수
“많은 외신, 많은 해외 관객들이 한국 영화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에 따른 건강한 부담감이 더해졌어요. 이 긴장감은 칸영화제를 80번을 와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 송강호에 대한 김지운 감독의 '불변의 믿음'은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강호 씨가 현장에 있으면 또 한 명의 감독이, 또 한 명의 제작자가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송강호는 감독처럼 영화 전체, 현장 전체를 보는 배우죠. 역량, 연륜 그리고 관록과 존재감에 있어서 ‘거미집’의 감독 김기열 역할에 송강호야말로 가장 딱 맞고 가장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지운 "카메라 속 송강호 나를 마주보는듯해"
김지운 감독의 지휘 아래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 동료 배우들이 “그간 드러나지 않은 어떤 광기에 가까운 재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던” ‘거미집’은 20년 전 촬영 현장에서 느꼈던 행복감을 다시 한번 만끽했던 시간이었다.
"세트장 앞의 조그마한 정자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모든 배우가 너무 신나서 연기에 관해 이야기하던 순간 개인적으로는 20년 전 ‘반칙왕'이나 ‘조용한 가족’ 찍을 때의 앙상블, ‘살인의 추억’을 찍을 때의 밀도감이나 퀄리티가 느껴졌다"고 송강호는 추억한다.
그렇게 영화를 향한 사랑의 지속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거미집'에서 김지운 감독이 마주한 것은 배우 송강호의 얼굴 위로 겹쳐진 자신의 얼굴이었다.
“카메라가 송강호의 얼굴로 점점 다가가는 장면을 보고 있는데 내가 나를 마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어떤 기이한 체험을 했던 것 같아요.”
감독하는 놈, 연기하는 놈, 따로 없이 모두 영화하는 놈으로 함께 나이 들어가는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 그들이 지난 25년간 촘촘하게 짜낸 영화의 거미줄에 관객들은 또 한 번 짜릿하게 걸려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