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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포드 칸 깜짝 공로상 “아내 덕“…고레에다 '괴물' 호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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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여든의 할리우드 배우 해리슨 포드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신작을 선보인 뒤 영화제로부터 깜짝 명예 황금종려상(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매우 감격했다. 방금 내 인생이 눈앞에서 스쳐 지나가는것을 봤다. 내 인생은 아내 덕분에 가능했다"며 포드는 눈물 젖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리즈 5편격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로 그는 1981년 선보인 시리즈 1편 '레이더스' 이후 32년간 이 영화의 주역을 맡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여든의 할리우드 배우 해리슨 포드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신작을 선보인 뒤 영화제로부터 깜짝 명예 황금종려상(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매우 감격했다. 방금 내 인생이 눈앞에서 스쳐 지나가는것을 봤다. 내 인생은 아내 덕분에 가능했다"며 포드는 눈물 젖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리즈 5편격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로 그는 1981년 선보인 시리즈 1편 '레이더스' 이후 32년간 이 영화의 주역을 맡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일흔여섯의 영화제는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 16일 막을 연 76회 칸 영화제는 일하는 노장들의 여전한 노동일지로 채워졌다. 2023년 칸 크루아제트(La Croisette) 거리는 1968년 영화 ‘라 샤마드’(La Chamade) 촬영 중에 찍힌 배우 카트린 드뇌브의 이십 대 초반의 모습으로 장식됐다. 60년대 ‘쉘부르의 우산’으로 알려진 프랑스 국민 배우 카트린 드뇌브는 몇 해 전 촬영 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빠르게 영화 현장으로 복귀했고 현재 두 편의 신작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개막식 레드 카펫을 찾은 여든 살 배우의 당당한 등장 앞에 올해 공식 포스터 속 젊은 시절 모습은 분명한 역사이자 아름다운 배경의 역할을 다 할 뿐이었다.

76회 칸영화제 중간결산 #초반 달군 고레에다 '괴물 #'인디아나' 포드 깜짝 공로상

'인디아나 존스' 해리슨 포드 깜짝 공로상  

18일(현지 시간) ‘비경쟁 부문’을 통해 첫 공개된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80세의 나이에도 전설적인 시리즈를 가장 현재적인 모험으로 채우고 있는 노장 배우 해리슨 포드와 함께였다. 포드는 칸영화제로부터 깜짝 명예황금종려상(공로상)도 받았다.

할리우드 대표 절친 마틴 스콜세지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20일(현지 시간) 76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신작 영화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을 공개했다. AFP=연합

할리우드 대표 절친 마틴 스콜세지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20일(현지 시간) 76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신작 영화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을 공개했다. AFP=연합

포드와 42년생 동갑내기인 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영원한 영화 동지인 배우 로버트 드 니로의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느리게 레드 카펫 계단을 올라왔다. 그러나 그의 신작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 만큼은 20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좀처럼 느려지지 않는 속도와 패기로 끌고 간다.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주연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20일 칸영화제에서 이 영화 월드 프리미어 상영에 참석했다. AFP=연합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주연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20일 칸영화제에서 이 영화 월드 프리미어 상영에 참석했다. AFP=연합

49년생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25년 만에 해후한 서부 사나이들의 사랑을 담은 31분의 단편 ‘스트레인지 웨이 오브 라이프’ (STRANGE WAY OF LIFE)를 통해 한 번도 꺼진 적 없는 사랑의 불씨를 활활 재점화시킨다. 이들은 모두 지난날의 화려한 영광으로 연명하는 왕년의 스타 배우, 감독이 아니라 여전히 노동하는 영화 노동자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가속도가 붙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 전 세계적으로 시네마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존재 이유와 방식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 세계 영화인들의 가장 큰 축제인 칸 영화제에서 확인하는 노장들의 건재는 미래를 가동할 연료는 막연한 염려가 아니라 분명한 노동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올해 팬데믹 흔적을 모두 벗어던진 칸영화제는 별들의 잔치가 펼쳐지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나탈리 포트먼(가운데)도 20일 경쟁 부문에서 신작 '메이 디셈버'를 선보이며 레드카펫에서 크게 웃었다. 맨왼쪽이 연출을 맡은 토드 헤인즈 감독이다. AFP=연합

올해 팬데믹 흔적을 모두 벗어던진 칸영화제는 별들의 잔치가 펼쳐지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나탈리 포트먼(가운데)도 20일 경쟁 부문에서 신작 '메이 디셈버'를 선보이며 레드카펫에서 크게 웃었다. 맨왼쪽이 연출을 맡은 토드 헤인즈 감독이다. AFP=연합

日복귀 고레에다의 부활 '괴물' 호평 

올해 경쟁 부문에서 가장 눈여겨볼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Monster)’이다. 올해 경쟁 초청작 중 첫 상영된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부활’이라 부를 만하다. 2018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어느 가족’ 이후 프랑스(‘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한국 (‘브로커’) 등 해외 작업을 이어갔던 고레에다 감독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 촬영한 ‘괴물’은 두 명의 ‘사카모토’와의 협업이 빛나는 작품이다. 90년대 드라마 ‘도쿄 러브스토리’를 시작으로 ‘마더’ ‘그래도, 살아간다’ 등 일본 대표 드라마 작가로 명성을 쌓은 사카모토 유지가 쓴 시나리오는 소년들의 비밀스러운 세계를 어머니, 선생님 그리고 소년들의 시선으로 나뉜 3개의 챕터를 통해 ‘라쇼몽’ 식 구성으로 풀어나간다. 사카모토 유지와 함께 초기작의 기괴하고 날카로운 시간으로 돌아간 고레에다는 올해 3월 28일 세상을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과 함께 더 어둡고 비밀스러운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지난해 한국영화 '브로커'로 칸영화제를 찾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왼쪽 네번째)이 오랜만에 자국 일본에 돌아가 찍은 신작 '괴물'로 2년 연속 칸영화제 경쟁 부문을 찾았다. 사진은 18일(현지 시간) 칸영화제 현지에서 고레에다 감독이 배우들과 함께 취재진 앞에 나선 모습이다. AP=연합

지난해 한국영화 '브로커'로 칸영화제를 찾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왼쪽 네번째)이 오랜만에 자국 일본에 돌아가 찍은 신작 '괴물'로 2년 연속 칸영화제 경쟁 부문을 찾았다. 사진은 18일(현지 시간) 칸영화제 현지에서 고레에다 감독이 배우들과 함께 취재진 앞에 나선 모습이다. AP=연합

영국 ‘가디언’의 평론가 피터 브래드 쇼는 ‘괴물’에 별 넷을 선사하며 “오해를 벗겨가는 가운데 진실이라는 감정적 핵심에 도달하고, 절망이 아닌 희망을 선사하는 영화”라고 평했다.

아우슈비츠 이웃 나치의 천국 같은 삶 대비한 영화

경쟁 부문 진출작들을 두고, 8개국, 12개 매체와 평론가의 참여로 작성되는 ‘스크린 데일리’ 평점에서 20일 현재까지 ‘괴물’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3.2)를 받은 영화는‘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다. 영국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의 작품으로, 홀로코스트 집단 수용소 이웃에 사는 나치 장교 가족이 구축한 천국의 풍경을 세밀하게 담아내는 방식을 통해, 역설적으로 그 맞은 편 담장 너머 홀로코스트의 지옥도를 생생하게 체험케 한다.
황금종려상을 놓고 끝까지 경쟁하는 영화제 후반부에는 39년생 이탈리아 감독 마르코 벨로치오의 ‘유괴’(KIDNAPPED)와 36년생 영국 감독 켄 로치의 ‘올드 오크’ (THE OLD OAK)가 기다리고 있다.

21일 이선균·정유미 '잠' 韓 영화 첫 테이프

올해 칸영화제에서 경쟁부문을 제외한 다양한 섹션을 통해 소개되는 한국 영화는 21일 ‘비평가 주간’에서 첫선을 보이는 유재선 감독, 이선균·정유미 주연 영화 ‘잠’이 그 시작을 깨운다. 어느덧 매해 웰메이드 한국 장르 영화의 리스트로 채워지고 있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의 전통은 김태곤 감독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잇는다. 또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김창훈 감독의 ‘화란’과 비경쟁 부문을 통해 첫 상영될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감독 주간' 폐막작으로 상영되는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홍상수·김지운의 이름과 처음 칸에 입성하는 신예 김태곤·김창훈의 작품을 통해 한국영화는 거장의 저력을 증명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진단받게 될 예정이다.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

◇백은하=1999년 ‘씨네21’ 기자로 시작해 영화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배우론을 담은 책 『우리시대한국배우』 『넥스트 액터』 『배우 이병헌』 『배우 배두나』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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