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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사퇴 파행 부산영화제 이용관 "발전 위한 변화, 올해 꼭 개최한다"

중앙일보

입력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허문영 영화제 집행위원장 사의 표명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허문영 영화제 집행위원장 사의 표명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절차상으로나 특정 사람의 문제가 있었을지라도, 이거(공동위원장 시스템) 해야 한다는 데는 다 공감했어요. 부산영화제가 정체를 극복하고 업그레이드하려고 한 겁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 원인으로 지목된 운영위원장 직제 신설에 대해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지난 11일 허 집행위원장이 “이달 말까지 근무하고 떠나겠다”는 ‘문자 사표’를 보낸 뒤 잠적하고, 15일 이 이사장도 긴급 회견을 통해 사태를 수습한 뒤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개막을 불과 5개월 여 앞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다이빙벨’ 이후 최악의 위기란 우려와 함께 허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촉구하는 성명이 영화계에서 쏟아졌다. 이 이사장은 “(공동위원장 시스템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 작년 12월부터 이야기해왔다. 허 위원장도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운영위원장 등과 얘기를 많이 나눈 걸로 알고 있고, 그렇게 준비하기로 한 것”이라며 그의 사의 표명에 대해 “충격 받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전화 인터뷰

이용관 "허문영 사의 표명 충격, 예상 못해" 

임기가 1년 남은 본인의 조기 사퇴 발언에 대해서는 “'왜 그런 소리를 했냐'며 영화인들한테 혼나고 있다”면서 “저는 그런 게(수습 후 사퇴) 분명해야 올해 영화제를 잘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하려고 책임지고 다 내려놓는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라 했다. 또 “제가 물러나는 건 이미 2021년 허 위원장, 오 위원장을 모셔올 때부터 전제로 했다. 올해 영화제가 끝나면 그만두겠다고 말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과 허문영 집행위원장(오른쪽)이 2021년 10월 6일 오후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과 허문영 집행위원장(오른쪽)이 2021년 10월 6일 오후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영화제 측은 허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설득해본다는 입장이지만, 허 집행위원장은 연락이 두절된 채 침묵하고 있다. 가까운 영화인들에게도 사퇴 원인에 대해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고 한다.

공동 위원장 체제 신설 "절차상 문제" 지적 

여러 추측과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난 9일 부산영화제 임시총회에서 조종국 운영위원장이 위촉되며 사실상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가 된 게 허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유로 꼽힌다.
영화계 안팎에선 절차상 문제도 지적 받는다. 9일 임시총회에 참석한 한 집행위원은 “총회 전 메일로 받은 안건에  ‘공동 집행위원장 선출’ 항목이 있었고 누가 될 지 알려주지도 않았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안건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시총회 전날 한국독립영화협회‧한국영화감독조합‧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4개 단체 대표장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의견서를 냈다고 한다. 또 다른 집행위원은 “영화제 살림을 잘 챙기려면 사무국을 강화하면 되지 왜 영화제 개최 5개월을 남겨 놓고 이런 상황을 만드느냐”고 질타했다.
이 이사장의 측근인 조종국 운영위원장이 위촉된 건 '측근 인사' 이자 '조직 사유화'라는 비판도 나왔다. 영화 잡지 ‘영화저널’ ‘스크린’ ‘씨네21’ 기자를 거쳐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한 조 위원장은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2014) 상영 이후 부산시와 갈등을 빚던 이용관 당시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시에 의해 해촉되자 표적 감사의 희생양이라고 앞장서 주장했다. 그는 당시 김동호 부산영화제 이사장이 이 집행위원장의 명예 회복에 힘쓰지 않는다며 씨네21 칼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네트워크) 등을 통해 김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2030엑스포 발맞추려 용역, 사무전담 필요성 대두" 

이 이사장은 긴급 회견 때 이런 논란들을 부인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영화와 행정을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조 위원장은 30년 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지만 영진위와 부산영상위에서 일한 행정 경험이 있어 운영위원장에 위촉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이용관 이사장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식 포토월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이용관 이사장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식 포토월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모든 상황의 발단으로 지난해 부산영화제가 부산시와 2030부산엑스포 유치에 발맞춘 중장기 계획을 세운 것을 꼽았다. “작년에 부산시장을 찾아가 ‘2030엑스포 유치에 보탬도 되고 영화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획을 마련해 보조를 맞추면 좋지 않겠냐’고 제안해, 영화제 개선점에 대한 연구 용역을 부산시 예산으로 진행했다”면서 “연구 보고서에서 토론토 영화제를 예로 들며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사무 전담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그간 저는 스폰서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집행위원장은 해외 네트워크를 맡아왔는데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아시아에서도 정체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부 살림에 신경 쓰다 보니 교류와 발전 방향 모색 등이 소홀해졌다는 얘기”라며 "영화제가 전진하기 위해 운영위원장이나 사무총장 등 전담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발전 위한 변화…영화계 질타 예상 못해"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영화제측에 사의를 표하며 2주간 시간을 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에서 인삿말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영화제측에 사의를 표하며 2주간 시간을 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에서 인삿말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이 이사장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디지털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영화·영상 산업에서 제 능력이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영화제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이사장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며 “나로선 한계에 부닥쳤다는 생각이고, 영화제가 발전하려면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취지였는데 이렇게 심한 질타를 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면서다.

이용관 "올해 영화제 반드시 개최한다"

그는 허 집행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선 "일단 이달 말 허 위원장을 만나서 대화하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11일 사의를 표하며 영화제 측에 2주 간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이사장은 자신의 사퇴 시점이 영화제 이후가 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부산, 서울 영화인들과 이사회도 해야 하고 필요하면 총회도 열 생각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수도 있다”면서 “올해 영화제는 반드시 한다. 개최해야 이후의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영화계에선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올해 영화제 개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한 영화 관계자는 “부산영화제가 어려운 시기에 많은 영화인이 응원하고 지지하며 역사를 쌓아왔는데, 이번 내홍도 한층 성장하고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서 “제자리를 잘 찾아 더 강한 영화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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