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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거부한 이선균 '탈출'…칸서 4분간 기립박수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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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재난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21일(프랑스 현지시간) 제76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심야상영) 부문에 처음 선보였다. 2019년 주연 영화 '기생충'으로 칸 황금종려상 수상 후 올해 비평가주간 '잠'까지 2편의 영화가 초청된 이선균은 올해 처음 배우인 아내 전혜진과 두 자녀까지 가족과 함께 영화제 현장을 찾았다. 사진 CJ ENM

재난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21일(프랑스 현지시간) 제76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심야상영) 부문에 처음 선보였다. 2019년 주연 영화 '기생충'으로 칸 황금종려상 수상 후 올해 비평가주간 '잠'까지 2편의 영화가 초청된 이선균은 올해 처음 배우인 아내 전혜진과 두 자녀까지 가족과 함께 영화제 현장을 찾았다. 사진 CJ ENM

이쯤 되면 ‘깐느 균’이라고 부를 만하다. 2014년 영화 ‘끝까지 간다’가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처음 공식 초청됐던 배우 이선균이 2019년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안은 ‘기생충’에 이어, 2023년 비평가 주간의 초청작인 ‘잠’과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의 ‘탈출: PROJECT SILENCE(프로젝트 사일런스)’까지 무려 두 작품을 양손에 들고 칸에 입성했다.

'잠' '탈출' 2편 초청된 이선균 #76회 칸영화제 현지 인터뷰 #

봉준호 추천 출연 '잠' 날고기 씹고 창밖 몸 던져 

“누가 들어왔어….” 지난 16일(현지 시각) 개막한 제76회 칸영화제에 초청된 다섯 편 한국 영화의 시작을 깨운 건 이선균의 이런 잠꼬대 대사였다. 21일 먼저 선보인 공포영화 ‘잠’에서 이선균은 수면 중 이상행동을 이어가는 남편 현수를 연기했다. 현수는 갑자기 깨어나 혼잣말을 하고 급기야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지려고 한다. 어느 날은 냉장고 문을 열고 생고기와 날생선을 우걱우걱 씹어 삼킨다.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는 잠이 드는 순간 가족을 해칠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사람으로 돌변한다.

배우 이선균(왼쪽부터), 정유미가 부부로 호흡 맞춘 영화 '잠'.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선균(왼쪽부터), 정유미가 부부로 호흡 맞춘 영화 '잠'.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잠’은 ‘옥자’(2017)의 연출부 출신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이다. ‘기생충’을 함께 한 봉준호 감독의 추천으로 읽게 된 이 시나리오에서 이선균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는 전환점”을 읽어냈다. 현지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행동이자 편안한 휴식을 주는 잠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포가 시작되는 설정이 이율배반적으로 흥미로웠다”라고 했다. 촬영에 들어가서는 “극적이지 않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장르 영화를 만드는 것”과 “장르적인 연기가 아닌 편한 생활 연기를 하면서 공포감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 포인트”였다. 이선균이 말하는 영화의 가장 큰 공포는 “지키려고 하는 마음”이다. 함께 출연한 배우 정유미의 첨언대로, “평범한 게 사실 제일 어려운데” 그 평범한 생활을 “같이 지켜나가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러브스토리”라 부를 만하다.

청와대 전략가 연기한 '탈출'은 기립박수 4분

이선균 주연 재난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사진 CJ ENM

이선균 주연 재난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사진 CJ ENM

16년 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바다 여행’을 떠나자고 노래한 다정했던 연인은 이제 가족을 위기로 밀어 넣는 공포의 주인공이 되고 내 가족뿐 아니라 다른 가족까지 책임져야 하는 위기의 아버지가 됐다. 같은 날 자정 공개된 미드나잇 스크리닝(심야상영) 부문의 영화 ‘탈출’에서 이선균이 연기하는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차정원은 정현백(김태우)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는 치밀한 전략가다. 그런 그가 가족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봉착한 후 더 이상 킹메이커가 되기를 거부하는 이 영화의 엔딩은 이선균의 필모그래피에도 적용되는 새로운 선언처럼 들린다.

재난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21일(프랑스 현지시간) 제76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심야상영) 부문에 처음선보였다. 연출을 맡은 김태곤 감독(왼쪽부터)과 주연 배우 김희원, 이선균, 주지훈, 제작자인 김용화 감독이 현장에 함께했다. 사진 CJ ENM

재난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21일(프랑스 현지시간) 제76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심야상영) 부문에 처음선보였다. 연출을 맡은 김태곤 감독(왼쪽부터)과 주연 배우 김희원, 이선균, 주지훈, 제작자인 김용화 감독이 현장에 함께했다. 사진 CJ ENM

지금까지 이선균은 기꺼이 ‘킹메이커’이자 ‘퀸메이커’를 자처했던 배우다. 영화 ‘끝까지 간다’(2014)에서 호흡 맞춘 조진웅, 드라마 ‘하얀 거탑’(2007)의 김명민, ‘파스타’(2010)의 공효진, ‘나의 아저씨’(2018)의 아이유, 영화 ‘화차’(2012)의 김민희 그리고 최근 ‘킬링 로맨스’의 이하늬까지 이선균과 함께할 때 상대 배우들은 최고의 커리어를 맞이했다. 하지만 ‘탈출’에서 그는 홀로 극을 끌고 나가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상영 후엔 4분간의 기립박수를 터뜨렸다.

새 얼굴 이선균, 익숙한 장르의 반가운 침입자 

어쩌면 블록버스터 장르와 쉽게 접점을 찾기 힘들었던 그가 칸에서 선보인 두 편의 작품은 배우 이선균의 커리어의 ‘잠’을 깨우는 ‘탈출’의 영화다. 특히 특수효과와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 기술력과 함께 달려가야 하는 ‘탈출’은 그의 말대로 “배우들끼리의 호흡” 이상으로 장르적 특수 상황 속에 맞닥뜨리는 “외부 환경과의 유대 관계” 역시 “또 하나의 관계 맺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선균은 일상에 침범한 공포, 평범한 인물에게 닥친 위기를 헤쳐나가는 힘을 특별함에서 찾기보다는 오히려 일상과 평범함의 힘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으로 만들어나간다. 칸의 문을 열고 들어온 새로운 얼굴의 이선균은 익숙한 장르의 세계에 등장한 반가운 침입자다.

제76회 칸영화제에 참석한 '탈출' 배우 주지훈(왼쪽부터), 김희원, 이선균, 김태곤 감독이 22일(현지 시간) 현지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76회 칸영화제에 참석한 '탈출' 배우 주지훈(왼쪽부터), 김희원, 이선균, 김태곤 감독이 22일(현지 시간) 현지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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