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재 기업들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을 맞은 중국 내수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로 반도체 등에서 탈중국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14억 거대 인구는 저출산·고령화로 성장 한계가 있는 국내 소비재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어서다.
이랜드 “중국 매출 목표치 20% 이상”
이랜드는 중국 내 투자도 늘리고 있다. 올해 상하이에는 연구개발 시설과 오피스·물류센터·상업 시설을 갖춘 35만㎡ 규모의 복합산업원을 완공할 예정이다. 트렌드·테크·소비를 특색으로 하는 산업단지를 목표로 중국이랜드 본사·물류센터뿐 아니라 한·중 기업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오리온 “중국 물 시장 진출, 성장 가속화”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중국 물 시장 진출로 제품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음료 사업 성장세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이전부터 중국 내수 시장을 다져왔다. 오리온 중국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1조2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늘었다. 영업이익(2115억원)도 전년 대비 26.1% 늘어 영업이익률이 16.6%에 이른다.
매일유업은 최근 스타벅스차이나와 계약을 맺고 이달부터 중국 전역 6000여 개 스타벅스에 아몬드브리즈 바리스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은 젊은 층의 식물성 음료 구매 비중이 높아 전 세계 식물단백음료 시장(19조원)의 41%를 차지하는 국가다.
매일유업 측은 “오트음료 브랜드인 어메이징 오트 제품 공급도 논의 중”이라며 “스타벅스차이나 등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KGC인삼공사도 최근 중국 시장을 겨낭한 맞춤형 제품 개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엔 허철호 대표가 9박 10일 일정으로 길림·상해·심천을 방문해 홍삼의 국가 표준 채택 등을 논의했다. KGC인삼공사에 따르면 상하이 봉쇄 해제 이후 제품 수요가 증가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중국 왕홍 13시간 동안 211억어치 팔아
현대L&C는 올해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현지 상업시설 등 인테리어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김완중 현대L&C 중국법인장은 “중국 현지 건설·설계·가구사 등 제휴 업체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신규 대리점 출점 등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판로도 다각화하고 있다. 중국 왕홍(網紅·인플루언서)을 활용한 라이브커머스도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왕홍 라이브커머스 기업 레이블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13시간 동안 중국 왕홍 쉬샨을 초청해 진행한 ‘브랜드 위크 인 코리아’ 방송 결과 20여 개 한국 식품·화장품·미용 브랜드가 211억원어치 팔렸다.
대중 무역 6개월 연속 적자
이처럼 전체 수출이 주춤하지만 일부 패션·식품 기업은 선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패션·의류, 농수산식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해 각각 2.1%(2억3600만 달러), 2.3%(9억8400만 달러) 늘었다. 국가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이랜드 등 일부 기업은 체감상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 내 성공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와 고급화”라며 “이랜드 중국법인은 100% 직영 체제로 경쟁이 치열한 백화점과 쇼핑몰 입점 원칙을 중국 진출 이후 고수해 오고 있는데, 길게 내다보고 투자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향후 다른 기업들도 수출 고급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달 낸 ‘2022년 중국의 수출입 10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수출 전략은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라며 “고급 소비재 등 중국에서 수입이 늘고 있는 품목으로 수출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