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축구가 뭐야? 잉글랜드, 이란 6-2 대파...2000년대생 사카-벨링엄 3골 합작

중앙일보

입력 2022.11.22 00:13

수정 2022.11.2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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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늪축구를 뚫어낸 잉글랜축구대표팀 2000년대생 벨링엄(왼쪽)과 사카.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다. 아시아 대륙에서는 ‘늪 축구’로 악명 높다. 이란을 상대하는 팀은 늪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패한다. 한국도 올해 3월에야 이란전 11년 무승 징크스를 겨우 깼다. 
 
그러나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이란도 월드컵 무대에서 ‘유럽의 강자’ 잉글랜드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전반 초반 주전 골키퍼가 부상으로 빠지는 변수가 발생했다고 해도 이란은 상대가 자체가 안됐다.
 
잉글랜드(FIFA랭킹 5위)는 2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이란을 6-2로 대파했다. 
 

벨링엄과 사카 등 잉글랜드 선수들이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는 전반에만 3골, 후반에 3골을 몰아쳤다. 주드 벨링엄(19·도르트문트)이 선제골을 터트렸고, 부카요 사카(21·아스널)가 2골을 뽑아냈다. 3골을 합작한 2000년대생 잉글랜드 공격 듀오 앞에서 이란 늪 축구는 무용지물이었다.


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잉글랜드에서 21세 이하 선수 2명이 월드컵에서 동시에 골을 터트린 건 최초다. 19세 145일의 벨링엄은 마이클 오언(18세190일)에 이어 잉글랜드 역대 2번째 최연소 월드컵 득점자가 됐다.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인 케인(29)은 도움 2개를 올리며 이름값을 했다. 
 
1966년 이후 월드컵 우승이 없는 잉글랜드는 56년 만에 통산 2번째 우승을 향해 기분 좋게 출발했다. 잉글랜드는 이란, 미국, 웨일스와 B조에 속했다. 전날 개최국 카타르가 에콰도르에 0-2로 패한 데 이어 이란까지, 이틀 연속 아시아 국가들이 힘을 못썼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스털링-해리 케인(토트넘)-사카 스리톱을 가동했고,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벨링엄이 데클란 라이스(웨스트햄), 메이슨 마운트(첼시)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소속팀 맨유 주전에서 밀린 중앙수비 해리 매과이어가 깜짝 선발출전해 루크 쇼(맨유), 존 스톤스(맨시티), 키어런 트리피어(뉴캐슬)과 포백으로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조던 픽포드(에버턴)이 꼈다.  
 
5-4-1 포메이션으로 나선 이란에서는 메흐디 타레미(포르투)가 최전방에 섰다. 알리레자 자한바크슈(페예노르트), 사에드 에자톨라히(바일레) 등이 지원사격했다. 사르다르 아즈문(레버쿠젠)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이란 콜키퍼 베이란반드(왼쪽)가 호세이니와 얼굴끼리 부딪히며 쓰러졌다. AP=연합뉴스

 
킥오프 7분 만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케인의 크로스를 막다가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마지드 호세이니와 얼굴끼리 부딪혔다. 코에서 출혈이 발생한 베이란반드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치료를 받느라 5분 이상 중단됐다. 베이란반드가 다시 뛰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재차 쓰러졌다. 결국 전반 19분 골키퍼를 호세인 호세이니로 바꿨다. 
 

잉글랜드 벨링엄(왼쪽 둘째)이 헤딩 선제골을 뽑아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경기가 속행되자 잉글랜드가 이란을 거세게 몰아 세웠다. 전반 32분 매과이어가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전반 35분 잉글랜드가 선제골을 뽑아냈다. 왼쪽에서 루크 쇼가 올려준 왼발 크로스를 벨링엄이 방향만 바꾸는 헤딩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란전에서 추가골을 뽑아낸 잉글랜드 사카(왼쪽). AFP=연합뉴스

 
전반 44분 코너킥을 매과이어가 헤딩으로 떨궈준 공을 사카가 그대로 왼발 논스톱으로 차 넣어 2-0을 만들었다. 1분 뒤 케인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낮고 빠른 크로스를 문전쇄도한 스털링이 발을 갖다 대 3-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이란 골키퍼 부상 여파로 전반에 추가시간이 14분이나 주어졌다. 
 
3-0으로 돌입한 후반전에도 잉글랜드는 압도적으로 많은 패스 횟수로 경기를 주도했다. 후반 16분 스털링의 패스를 받은 사카가 문전에서 상대선수 3명을 앞두고 드리블을 쳤다. 이어 왼발 인사이드슛으로 4-0을 만들었다. 후반 20분 침투 패스를 받은 이란의 타레미가 만회골을 뽑아냈다. 
 
잉글랜드는 후반 25분 사카와 마운트, 스털링을 빼고 필 포든, 잭 그릴리시(이상 맨시티), 마커스 래시포드(맨유)를 교체투입했다. 후반 25분 케인의 침투 패스를 받은 래시포드가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제친 뒤 왼발슛으로 팀의 5번째 골을 뽑아냈다.
 
돌아온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 후반 45분 역습 찬스에서 그릴리시가 팀의 6번째 골을 뽑아냈다. 후반에도 추가시간 10분이 주어졌다. 후반 추가시간 7분 아즈문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후반 추가시간 9분경 잉글랜드 스톤스가 이란의 유니폼을 잡아 채 온 필드 리뷰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타레미가 마무리했다. 경기는 6-2, 잉글랜드의 4골 차 승리로 마무리됐다 .
 

잉글랜듸 세 번째 골을 터트린 스털링(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잉글랜드와 독일 등 유럽 7팀이 ‘무지개 완장’ 착용을 포기했다. 앞서 잉글랜드 케인 등 유럽 7개국 주장은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취지로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러브 완장’을 차고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치적·종교적 이미지를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해당 완장을 차면 옐로카드 제재를 주겠다고 경고하면서 결국 포기했다. 대신 케인은 FIFA와 유엔 산하 기관이 협력해 만든 차별 반대 완장을 착용했다. 
 

무지개 완장 대신 차별 반대 완장을 찬 케인.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는 경기 전 ‘무릎꿇기 퍼포먼스’는 강행했다. 2년 전부터 인종차별 항의 차원에서 경기 전 무릎을 꿇어왔던 잉글랜드는 월드컵에서도 이 행동을 이어갔다. 카타르의 이주노동자와 성소수자 인권 탄압 논란에 항의하는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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