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성탁 논설위원이 간다

[김성탁 논설위원이 간다] 대구 민심 "권성동·장제원 당장 바꿔야"…이준석 거취 놓고 세대 차

중앙일보

입력 2022.09.07 00:56

수정 2022.09.07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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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논설위원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이던 지난 3일 동대구역. 하늘은 맑았지만 우산을 챙겨 든 사람들이 분주히 오갔다. 대구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에게 75.14%의 몰표를 줬다. 그만큼 정권 교체 열망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3일 대구 서문시장은 장을 보러 나온 이들로 빼곡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이 시장을 찾았다. 대구=김성탁 기자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4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은 27%에 그쳤다. 대구·경북(TK)은 이 조사에서 ‘잘 못 하고 있다’(45%)가 다소 높긴 했지만 ‘잘하고 있다’는 응답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43%였다. 여권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의 민심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우에 보면 아덜 장난하는 것도 같고….”

 동대구역에서 서문시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택시기사 박모(65·북구)씨는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국민의힘 내분에 짜증이 난 목소리였다. “60% 가까이 갔던 지지율이 20%대던데, 나라도 가정하고 똑같거든. ‘지 식구도 못 거느리는데 뭐하겠노’ 이런다카이.”

 박 씨는 지지율 하락의 주 요인이 여당 분란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TK 지역에 내려와 있는 이준석 전 당 대표에 대한 비판부터 쏟아냈다. “대선 때부터 갈등하다 대통령 됐는데, 걍 놔두겠는교? 차 뿔라카지. 대통령한테 잘 뵀으면 한 자리 할낀데, 싹 끊어뿌러야 돼.”


 
 박 씨의 불만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이어졌다. “권성동이도 갈아 치워야지 그냥 두면 안 됩니다. 장제원이도 그렇고. 윤 대통령이 임기 다 돼 갈 때 한자리 주든지 해야지, 지금은 윤핵관을 과감히 쳐내야 뭐 하는 것 같다 그카지.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거든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에 불안을 느낀다고도 했다. 박 씨는 “대구서 밀었는데 기대보다 솔직히 실망”이라며 “누가 옆에 앉아 가르칠 수도 없고 대통령이 잘 알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고 읊조렸다.

 

 "윤핵관 대구서 인기 없어"

 대구에서 가장 큰 서문시장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온 인파로 빼곡했다. 태풍이 몰려오기 전에 미리 장을 보러 온 경우도 많았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보수의 심장’으로 꼽히는 이곳을 찾았다.

 
 “시장에 사람은 많은데 안 팔려요. 생선 등은 차례를 지내야 되니 안 살 수 없잖아. 그런데 돈이 없는 거예요.” 빵을 파는 장모(62)씨는 식용유 등 재료비가 두배가량 올랐지만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집세 내기도 힘들다고 했다. 장 씨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여당 내홍부터 거론했다. “윤 대통령이 시장 왔을 때 저 입구까지 사람들이 터져 나왔어요. 여는 그래도 웬만하면 밀어주는데, 요즘은 좀 잘못 한다고들 해요. 지지율 하락은 싸워가 안 그렇겠어요.”
 
 이 전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선 윤 대통령이 감쌌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준석이가 말은 함부로 하긴 해도 똑똑하잖아. 쪼카낼라카는 윤핵관들이 잘못한 것 같애. 대통령도 서로 좀 안 짰겠어요?” 장 씨는 “권성동·장제원은 여기에선 인기가 없다”며 “이 전 대표도 성 상납 의혹 등이 있어 다시 당 대표를 하긴 어려울 테니 새 인물을 대표로 뽑으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주 원인으로 국민의힘 내분 많이 꼽아
"윤핵관 과감히 쳐내는 모습 보여야. 국민 바보 아냐" 의견도
고령층 "이준석 복귀 불가" 30대 "세대교체 없이 옛날로 회귀"
"김건희여사 논란도 지지율 하락 요인, 조용히 내조해야" 요구
 장 씨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편이 대통령이지 자기가 대통령이 아니잖아. 서문시장 오는 것도 팬클럽에서 소문이 났던데, 조용하니 내조하는 게 맞지 자꾸 나대면 지지율이 올라가겠어요?”

 
 가족과 함께 시장을 찾은 조모(70·동구)씨는 “그래도 문재인 정부 때보다는 나아 마음이 푸근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여권 상황에 우려를 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여 사람들도 윤 대통령이 후보 때 이준석 대표 없을 때 입당한 건 잘못했다 카더라고. 말로만 윤핵관이라고 하지, 권성동이는 강원도 사람이고 장제원은 부산 사람이라서 별로 호감이 없어요. 이준석은 젊은 건 좋은데 성 상납 논란이 있는 사람을 또 뽑아 분란을 일으키면 우얄라고, 경찰에도 불려간다카던데.” 조 씨는 “TK 출신 정치인은 씨가 마른 것 같다”며 국민의힘 당 대표로 내세울 만한 지역 인사가 별로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준석 홀대로 지지 철회"

 젊은이들이 모이는 번화가인 동성로에는 이날 오후 빗방울이 잠시 내리다 그쳤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은 60대 이상과는 다소 결이 다른 의견을 밝혔다.

 지자체 공무원으로 일하는 김모(30·동구)씨는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는데 지금은 지지를 유보하고 중도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 운영 능력이야, 지금은 워낙 정권 초기이고 윤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없다 보니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대신 김 씨가 주목하는 것은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이었다.

 
 “저는 이 전 대표 때문에 보수가 좀 젊게 바뀌는 느낌이었고 세대교체가 되나 했는데, 윤핵관 논란이 터지면서 국민의힘이 옛날 보수로 돌아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국회에서 공개된 문자를 보면서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같이 이준석을 쫓아내려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 심증이 굳어졌다고나 할까요.” 김 씨는 “윤핵관은 당연히 뒤로 빠지고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직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대화를 나누던 권모(38·서비스업)씨는 “우두머리가 두 명일 수는 없으니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같이 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유승민 원내대표와 갈등이 있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대신 그는 “이제는 정치권이 젊은 층과 얼마나 호흡하느냐 못 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며 “영남이나 호남이나 젊은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은 그 변화를 잘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수사는 당연한 것"

 윤석열 정부 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문재인 정부 당시 사안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데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훨씬 많았다. 김모(63·북구)씨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당연하게 찬성하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혐의가 드러나면 윤 대통령 지지율도 아마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박모(58·수성구)씨도 “문재인 정부 등과 관련된 사건 수사는 당연한 것”이라며 “공소시효가 끝나가는 사건은 서둘러서 그 전에 결정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윤 대통령의 정부 요직 인사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호감을 보이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전모(68·달서구)씨는 “윤 대통령의 초기 인선이 너무 검찰 위주에다 내 식구로 가는 바람에 국민이 좋게 안 보는 것 같다”며 “후보군을 잘 발굴한 뒤에 제대로 검증을 하라고 시키면 됐을 텐데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사람을 교육부 장관에 앉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전 씨는 “취임 초기 국무총리에 김부겸 얘기가 나오던데, 설사 본인이 고사하더라도 지명을 했더라면 아마 지지율이 엄청 올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전 씨는 “검찰 출신이 많은 건 문제이지만 한동훈 장관을 시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여기선 많이들 말한다”며 “검사를 하는 동안은 볼 기회가 없었는데 말도 잘한다며 다음 대선 주자로 꼽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오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동성로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 있다. 대구=김성탁 기자

 
 물가와 금리가 오르는 등 경제 형편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걱정도 컸다. 특히 대구의 경우 도심 곳곳에서 재개발로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지만 미분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골칫거리다. 대구에서 만난 이들 중 상당수가 “조만간 아파트값도 원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폭락을 예상하기도 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52·북구)씨는 “대한민국에는 공화국이 세 개 있는데, 대한민국과 전라공화국, 대구공화국”이라고 했다. 이어 “당만 보고 무조건 찍어주는 지역이 있으니 정치인들이 공천만 받으면 된다며 경거망동하면서 지역구는 돌보지 않고 중앙에 가 손바닥만 비빈다”고 푸념했다. 
 
 인근 공업 도시의 공장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면서 대구의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다른 지방도 같은 처지다.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대립의 정치가 몰려오는 태풍과 크게 다를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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