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소스 맛을 다채롭게 채워주는 사람은 내 친구다. 국가 간의 이동이 완화되면서 태국의 푸디 친구가 매달 한국에 방문하고 있다. 그때마다 정말 맛있는 팜슈가(야자나무 꽃에서 추출한 수액으로 만든 감미료)와 피시소스를 선물로 가져다주는 덕분에, 내 태국 요리 맛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여름 채소를 담뿍 넣고 피시소스로 간한 ‘쏨땀’을 만들어 보려는 나에게 친구가 오이도 꼭 같이 넣어 보라고 조언을 해준다. 쏨땀은 그린파파야를 넣은 태국식 샐러드를 말하는데, 그 뜻은 ‘빻아 만드는 새콤한 샐러드’라고 한다. 친구는 솜땀의 뜻을 알려주며, 그린파파야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오이 같은 재료를 넣거나, 면을 더한 확장형 메뉴도 가능하다는 것도 알려 주었다. 마침 나는 우리나라 참외를 이용해 자연스러운 단맛을 강조하고 싶었고, 여기에 오이와 아스파라거스를 함께 넣고 솜땀을 만들기로 했다. 만약 아스파라거스의 힘 있는 조직감이 거슬린다면 과감하게 빼도 좋고, 살짝 데쳐 넣을 수도 있다.
쏨땀에 필수로 들어가는 토마토는 완숙 토마토를 썼다. 보통 방울토마토를 넣는데, 완숙 토마토를 사용해 더 흥건하게 젖어 드는 물성의 샐러드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너무 축축한 느낌이 싫다면 방울토마토를 비정형으로 잘라 절구에서 살짝 으깬 후에 섞어 주면, 더 깔끔한 버전의 솜땀을 만들 수 있다. 맵기로 유명한 태국 고추도 넣기로 한다. 달고 짠 맛의 조화에 질리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살며시 걸어주기 때문이다.
쏨땀은 맛도 좋지만, 만드는 법이 어렵지 않아 더 좋다. 절구와 피시소스, 팜슈가만 있으면 끝이다. 그다음에는 집에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수분 많은 과일이나 여름 채소들을 더해 맛을 입혀주면 끝이다.
Today‘s Recipe 김혜준의 참외 쏨땀
“취향에 따라 고수 줄기나 잎을 잘게 썰어 넣으면, 코끝에 닿는 고수의 향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려준다. 단품으로 샐러드만 먹어도 좋지만, 염분이나 산미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냉동실에 있는 삼겹살을 두어줄 바삭하게, 튀기듯 구워 보자. 한입 크기로 잘라 쏨땀과 함께 내면, 나도 모르게 시원하게 보관된 맥주 한 병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재료 준비
만드는 법
1. 새우와 완두콩을 끓는 물에 데친다. 데친 새우는 포를 뜨듯 반을 갈라놓는다.
2. 필러를 이용해 참외를 길게 썰어 놓는다. 오이나 아스파라거스도 마찬가지로 준비한다.
3. 절구에 건새우와 마늘, 고추 1개를 넣고 빻는다. 여기에 피시 소스와 팜슈가를 넣고 풀어주듯 섞는다.
4. 3에 토마토와 라임, 땅콩을 넣고 짓이기듯 빻는다.
5. 데쳐서 식혀 둔 새우와 참외(오이나 아스파라거스), 초당옥수수 알갱이, 가니시용 고추를 다른 볼에 넣는다.
6. 5에 4를 넣어 버무리듯 섞어 완성한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COOKING과 SSG는 집에서 즐기는 태국 요리를 소개하는 〈미리 떠나는 바캉스, 집콕 방콕〉 기획전을 준비했습니다. ‘새콤한 맛, 쏨땀’을 SSG에서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