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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속부터 꽉 찬 쫄깃함에 들·참기름 향이 고소한 특별한 떡국

중앙일보

입력

김혜준의〈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일상화된 요즘, 당뇨를 관리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당뇨는 일상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생활 질병입니다.〈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에서는 레스토랑 브랜딩 디렉터,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는 김혜준 대표가 어느 날 찾아온 당뇨를 관리하며 생긴 다양한 이야기와 맛을 포기할 수 없어 만든 당뇨 관리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당뇨로 고민 중이라면 김혜준 대표와 함께 식생활을 바꿔보세요.

⑦ 먹어보면 자꾸 생각나는 경남지역 향토음식, 굽은떡국

들기름과 참기름 특유의 고소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굽은떡국. 사진 김혜준

들기름과 참기름 특유의 고소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굽은떡국. 사진 김혜준

설음식을 준비하는 기간이면, 우리 집 부엌은 들기름과 참기름이 묘하게 어우러진 고소하고 진한 향으로 뒤덮이곤 했다. 그 안에는 조금은 거칠지만 빠른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던 엄마의 모습도 있다. 들들 볶다가 육수에 푹 쪄내듯 마무리하는 무채 나물부터 채반에 널어 꼬들꼬들하게 말리는 굽은 떡을 구울 때 나는 향도 함께 떠오르는 추억이다.

굽은떡으로 만든 떡국은 경남지역의 향토 음식이다. 가래떡은 쌀가루를 이용해 만들지만 굽은떡은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7:3의 비율로 섞는다. 그리고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 후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 프라이팬에 굽는다. 이때 어머니는 도장 모양으로 자른 무에 참기름과 들기름을 1:1로 섞은 기름을 묻혀 프라이팬에 얇게 발랐다. 그리고는 꽤 단단한 경도의 반죽을 손으로 꾹꾹 눌러 펴가며 모양을 만들어 구웠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섞는 이유를 따로 물어본 적은 없는데, 아마도 열에 약한 들기름의 성질을 보완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들기름은 참기름보다 발연점이 낮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약한 불 또는 생으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때문에, 들기름을 참기름과 섞어 사용하면 평균 발연점이 올라가는 효과와 함께 떡의 보관 기간도 늘릴 수 있다.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냉동 보관해도 좋다. 아침 식사로 간편히 끓여 먹기에 제격이다.

잘 구워낸 굽은떡은 가래떡보다 속이 꽉 찬 쫄깃함이 특징이다. 사진 김혜준

잘 구워낸 굽은떡은 가래떡보다 속이 꽉 찬 쫄깃함이 특징이다. 사진 김혜준

사실, 어릴 적에는 굽은떡을 굽는 일이 너무나 귀찮았다. 단단한 반죽을 어린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굽는 것도 힘이 드는데 한나절 꾸덕꾸덕하게 말린 굽은떡을 손가락 크기로 자르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랬던 굽은떡이 지금은 잊지 못할 설음식이 됐다. 게다가 굽은 떡은 가래떡보다 속이 꽉 찬 쫄깃함이 있다. 사방으로 퍼지는 고소한 기름 향도 매력적이다. 결국, 힘든 과정을 감내해가며 스스로 해 먹는 향토 음식이 됐다.

어머니의 굽은떡국은 진한 멸치 육수, 굽은 떡, 대파, 달걀물, 김 부스러기면 금세 완성된다. 가래떡보다 떡이 익는 시간도 짧다. 끓는 육수에 넣고 1분 정도면 떡이 익어 떠오른다. 이때 달걀물을 붓고 한 번 휘익 저으면 잔열에 부드러운 달걀 층이 만들어진다. 거기에 참기름과 김 부스러기만 얹으면 끝이다. 쉽고 간단하지만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엄마의 떡국이다.

굽은떡국은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엄마의 요리다. 사진 김혜준

굽은떡국은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엄마의 요리다. 사진 김혜준



Today`s Recipe 김혜준의 굽은떡국 

“당뇨를 생각해 엄마의 굽은떡국에 약간의 변형을 해 보았는데요. 탄수화물인 떡의 양을 반으로 줄이고, 씹는 식감이 좋은 버섯 두 종류와 연근이나 토란(차례 음식에 쓰이는 재료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같은 뿌리채소를 더한 레시피입니다.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부쳐놓은 동태전 두 어장과 고명으로 쓸 파채를 함께 준비해주세요. 이 정도의 준비만으로도 담백하고 멋스러운 굽은 떡국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재료 준비 

당뇨를 생각해 떡을 줄이고 버섯과 토란을 더한 굽은떡국 재료. 사진 김혜준

당뇨를 생각해 떡을 줄이고 버섯과 토란을 더한 굽은떡국 재료. 사진 김혜준

재료(4인분) : 굽은 떡: 찹쌀가루 210g, 멥쌀가루 70g, 참기름과 들기름 1:1 혼합유 50㎖, 뜨거운 물 180㎖, 소금 약간.
떡국: 굽은떡 250g(떡 100g 대신 당뇨인 교체 옵션: 버섯 2종 50g, 토란 100g), 국거리 소고기 80g, 달걀 2개, 대파 1/2대, 멸치 육수 1ℓ.
마무리: 달걀 2알, 구운 김 큰 것 1장 또는 조미김 5~6장, 들참기름 혼합유 약간.
양념: 국간장(청장이 있다면 추천) 3큰술, 참치 액젓 1/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만드는 법  

굽은떡국은 찹쌀가루와 멥쌀가루, 소금을 넣어 반죽한다. 사진 김혜준

굽은떡국은 찹쌀가루와 멥쌀가루, 소금을 넣어 반죽한다. 사진 김혜준

1. 큰 볼에 찹쌀가루와 멥쌀가루, 소금 한 꼬집을 담고 뜨거운 물 180㎖를 3번에 나눠 부어가며 익반죽을 한다. 단단하게 뭉쳐지면 주먹 크기로 나눠 두고 젖은 행주를 덮는다.
2. 중약불에 팬을 올리고 참기름과 들기름 혼합유를 두른다.
3. 팬 위에 단단한 반죽을 올려 손으로 눌러서 펴가며 노릇하게 굽는다.
4. 한 면이 익으면 기름을 보충하고 뒤집어 다른 면을 익힌다.
5. 다 구워진 굽은떡을 채반에 받쳐 바람에 식혀 굳힌다.
6. 한나절 바람에 말린 굽은떡을 엄지손가락 크기로 자른다.
7. 먹을 만큼만 담고 나머지는 비닐 팩에 넣어 공기를 뺀 후 냉동 보관한다.
8. 대파와 국거리용 소고기, 버섯과 연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9. 대파는 송송 썰어 국에 넣어도 좋고 얇게 파채로 썰어 마무리 고명으로 활용해도 된다.
10. 고명에 쓸 김은 1장 정도 구워 비닐봉지에 담아 입구를 막은 후 부스러트려 둔다.
11. 달걀 2개에 소금 한 꼬집을 넣고 풀어 놓는다.
12. 육수를 미리 내어 두거나 생수와 멸치 다시팩을 함께 넣고 끓인다.
13. 소고기에 간장과 다진 마늘, 들참기름을 약간 넣어 조물조물 간을 해 놓는다.
14. 냄비에 13번을 넣고 달달 볶다가 육수를 넣어 끓인다. 대파와 버섯 연근을 넣고 익힌다.
15. 끓어 오르면 굽은떡을 넣고 2분 정도 끓인다. 떡이 떠오르면 달걀물을 부어 국물에 풀어 넣는다.
16. 그릇에 담고 김가루와 참기름을 더해 마무리한다. 이때 차례를 지내고 남은 동태전과 파채를 올려도 좋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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