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항전 아조우스탈 병력, 러軍 포로와 맞교환" 제안

중앙일보

입력 2022.05.12 13:23

수정 2022.05.12 13:56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최후의 항전을 이어가고 있는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 우크라이나 방어군들이 중상을 입은 부대원의 사진을 공개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인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제철소에 고립된 병력과 생포된 러시아군 포로 간 맞교환을 러시아 측에 제안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 안에 고립된 우크라이나 방어군. 아조우연대는 이 군인이 팔이 잘려 불구가 됐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아조우연대 "불구된 병사들 치료해달라"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에 따르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갇힌 우크라이나 저항군 아조우 연대가 전날 트위터와 텔레그램을 통해 내부 상황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어두컴컴한 벙커 안에서 팔과 다리를 잃고 몸뚱이만 남아있는 병사, 얼굴이 찢어지고 퉁퉁 부어오른 부상병들의 모습이 담겼다. 아조우연대는 “사진에 찍힌 사람들 외에도 수백명 이상이 러시아군의 끊임없는 포격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상병들이 완전히 비위생적인 상태에서 소독조차 되지 않는 자투리 천으로 상처를 감싸고 있다”면서 “약품은 물론 음식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 부상병. 아조우 연대는 얼굴의 깊은 상처를 소독되지 않은 자투리천으로 덮어둔 상태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들은 “이미 부상을 입고 불구가 된 마리우폴 수호자들의 상황을 보고 국제 사회가 행동해주길 바란다”면서 “더 이상 전투할 수 없는 병사들은 유엔과 적십자사가 구조해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조우연대의 일리야 사모일렌코 중위는 지난 10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폭탄이 우리의 벙커를 무너뜨리고 있다. 다가오는 위협은 몇분 또는 몇시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다”면서 구조를 서둘러 줄 것을 호소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달 16일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제외한 마리우폴 전 지역을 장악한 뒤, 같은 달 21일부터 제철소 함락을 위해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아조우연대는 이에 맞서 22일째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지키고 있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는 러시아의 거듭된 최후 통첩에도 응하지 않았다.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부상병의 모습. [연합뉴스]

 

우크라 "지옥 있다면, 아조우스탈"…러와 구출 협상 

우크라이나 당국은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에 약 2000명의 군인과 100명의 민간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7일 민간인 대피 작전이 완료됐지만, 일부는 빠져나가지 못했다. 당국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페트로 안드리우시첸코 마리우폴 시장 고문은 지난 5일 “지옥이 있다면, 그것은 아조우스탈”이라며 이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11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폭발이 발생한 모습. 연합뉴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11일 자신의 텔레그램에 “제철소 내 부상자와 생포된 러시아군 포로와의 맞교환을 러시아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 우크라이나군을 구출하기 위해 이상적인 선택지가 아닌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러시아 측 협상은 진행 중이며 아직 합의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7일 “외교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방어군 구출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성베디로 광장에서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에서 항전 중인 병사의 가족들을 만났다. 가족들은 “교황님이 유일한 희망”이라며 “제발 그들을 죽게 내버려두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의 손을 잡고 안전과 무사귀환을 위해 기도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항전중인 병사의 가족들이 11일 바티간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그들을 죽게 버려두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전문가 "살아서 구출될 가능성 낮아"

하지만 프랑스 국제방송인 프랑스24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전략적 요충지(마리우폴)의 마지막 수호자인 이들이 살아서 구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마르코 사솔리 제네바대 국제법 교수는 “그들에겐 ‘죽을 때까지 싸울 권리’와 ‘러시아에 항복할 권리’가 있다”면서 “러시아가 제네바협약에 따라 그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처형하거나 고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애틀란타 에모리 로스쿨의 로리 블랭크 교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부상 여부를 떠나 무장 상태로 제철소를 떠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이들이 자유를 얻게 되면, 거의 전례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