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엔 비즈니스 타고 유럽 좀 가려나? 날 듯 말 듯한 항공주[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2022.03.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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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나면 날아갈 거야!’라며 항공주 주가가 무섭게 올랐던 게 무려 1년 반 전 얘기. 대한항공 주가는 최근 1년간 날 듯 말 듯하더니 결국 제자리인데요. 주가는 너무 일찍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서 버렸는데, 코로나를 포함한 각종 불확실성은 여전했던 탓이죠. 그런데 최근 기상도가 좀 달라졌다고?

날고 싶은 항공주. 셔터스톡

대한항공, 요즘 사업이 잘~ 됩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객은 뚝 끊겼지만 화물수송으로 항공사가 돈 번다는 얘기, 이미 들어보셨죠. 코로나 때문에 물류대란(항구에서 일할 사람 부족 등등)이라 해운운임이 뛰고, 덩달아 항공운임도 뛰었기 때문인데요. 그럼 비행기로 화물 실어날라서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이게 입이 떡 벌어질 수준입니다.

대한항공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한항공 지난해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4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분기실적 최대였습니다. 증권사 예측을 뛰어넘는 서프라이즈. 비행기로 실어나른 화물량이 늘기도 했지만(1년 전보다 13.5% 증가), 운임이 워낙 무섭게 뛴 덕분이었죠(41% 상승). 기름값(항공유)이 엄청 뛰긴 했지만(1년 새 100% 가까이 상승) 이건 화물 유류할증료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군요.

돈 잘 벌어준 효자템, 화물기. 연합뉴스

‘에이, 그건 이미 지나간 얘기 아니야?(feat.피크아웃)’라고 하실 텐데, 그게 아니더란 말씀. 이미 1월에도 화물운임이 4분기 평균치보다 5% 더 올랐고요.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높은 수준일 거라고 합니다. 여전히 전 세계(특히 미국)가 재고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이죠. 재고를 쌓아두려면 비행기로 열심히 화물을 날라야.

 
물론 하반기가 되고 이 물류대란이 잦아들면 화물운임이 지금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화물운임이 하락해도 코로나 이전보단 높은 수준일 겁니다. 그게 과연 얼마가 될 거냐에 따라 증권사별 실적 전망도 갈리고 있는데요. 올해 대한항공이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작년의 2배) 영업이익을 낼 거란 전망(신영증권)부터 지난해(1.6조원)와 비슷하거나(한화투자증권) 좀 못 미칠 것(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란 전망까지.
올해 실적엔 화물운임이 중요하지만 대한항공 주가엔 그보단 여객, 특히 ‘국제선 탑승객이 언제, 얼마나 늘어나느냐’가 핵심입니다. 해외 여행으로 공항 여객터미널이 다시 북적북적하게 되는 날, 언제나 올까요.


와, 여행 가고 싶어라. 셔터스톡

일단 지난해 4분기에 국제선 여객 실적이 살짝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바닥수준이었습니다(4분기 국제선 이용자 수는 2019년 4분기 대비 -93% 수준). 지금도 해외 여행 수요가 살아나진 못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걸림돌은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격리기간이 줄긴 했지만(10일→7일) 여전히 격리는 해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세는 이미 정점을 지났고요(한국은 아직..). ‘제발 여행 좀 오세요’라며 해외 여행자를 반기는 나라들이 늘고 있죠. 이쯤 되면 이제 우리나라도 해외 입국자 격리가 좀 풀릴 때가 됐건만(가족이 확진돼도 격리 안하는데, 해외에서 들어오면 무조건 격리해야 한다니요?!).

대한항공 여객 수송량 추이와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단 증권가는 ‘올해 하반기부터 국제선 여객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하반기부터 풀려서 2023년이면 수요가 완전히 살아나다 못해 폭증할 거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걱정도 있습니다. 저비용 항공사도 많은데, 국제선 수요가 살아나는 대신 가격할인 경쟁도 치열해지는 것 아닌가(국내선처럼 출혈 경쟁?). 네, 초반에 일시적으로 그럴 가능성도 있는데요. 그럴 땐 어떤 항공사가 유리할까요? ①가격 경쟁이 덜 한 장거리 노선(미주·유럽)에 많이 취항하고 ②건강·위생에 신경쓰는 프리미엄 수요(비즈니스, 퍼스트클래스)가 탄탄한 항공사. 네, 대한항공입니다.
주가의 또다른 큰 변수는 M&A.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하나로 합치기로 한 건 아시죠. 대한항공 입장에서 합치는 건 좋은데, 과연 대신 뭘 내놓으라고 할까(승인 조건)가 궁금했는데요. 얼마 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답을 내놨습니다. 두 항공사가 중복 운항하는 국제선 노선 중 26개 노선은 기업결합일(주식취득일)로부터 10년간 새로운 항공사가 진입하려고 하면 슬롯(공항 이착륙 시간)과 운수권을 내놔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합치는 대신 중국, 동남아 노선 일부 슬롯은 내놓게 될 듯. 연합뉴스

‘슬롯과 운수권이 핵심 자산인데, 그걸 내놔야 한다고? 그럼 엄청 손해 아닌가?’하실 텐데요. 결론적으론 손해는 맞지만 우려했던 것보단 그래도 나은 편. 사실 저비용 항공사들이 신규진입을 노렸던 노선은 ‘김포-하네다’였는데, 그건 쏙 빠졌거든요. 26개 노선 중 11개가 장거리 노선(뉴욕, LA, 프랑크푸르트 등)인데, 이건 어차피 저비용항공사가 뛰어들기 어렵고요(띄울 대형기도 없고, 운영 리스크도 크고). 결국 중국·동남아 노선의 슬롯 일부를 내주게 될 텐데요. 10년이란 기간이 너무 긴 건 부담이지만, 합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 됐다는 점에선 긍정적.

해외여행이 주가 살릴까. 셔터스톡

대한항공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날았던 시절로는 2010년을 꼽을 수 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와 신종플루(2009년) 이후 전 세계 경기가 살아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확 살아났던 시기이죠. 한마디로 회사가 잘하는 것보다는 외부환경이 얼마나 딱딱 잘 맞느냐가 중요. 일부에선 잘 하면 2023년이 2010년 못지 않은 해가 될 수 있다는 꽤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는데요(한화투자증권). 물론 2010년은 유가가 하락하던 시기였다는 게 좀 많이 다르긴 합니다.

 
화물로 돈을 잘 번 데다, 유상증자(2021년 3월)에 성공하면서 재무구조가 나아진 건 다행이긴 합니다(부채비율 2020년 말 660%→2021년 말 278% 추정).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이 장난 아니거든요(지난해 3분기말 부채비율 무려 3802%!!). 국내 유일의 ‘풀서비스항공사’ 타이틀 자체는 기업가치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많은 빚은 어쩌나 하는 걱정은 여전히 한켠에... 
 
결론적으로 6개월 뒤: 
화물이 정점 찍어도 여객이 바톤터치 예정
 
※이 기사는 3월 2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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