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는 1만1000개가 넘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쓰는 보안성이 높은 전산망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4200만 건의 거래가 스위프트를 통해 이뤄졌는데 여기서 퇴출당하면 사실상 해당 은행을 이용한 달러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러시아 스위프트 협회에 따르면 러시아 은행 300여 곳이 스위프트에 가입해 있으며, 전체 국제 금융거래의 80%를 스위프트에 의존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미국 다음으로 스위프트 결제 건수가 많은 국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동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배제하기 위해 애써 온 우리 외교관들이 승리를 거뒀다”면서 “이는 러시아에 엄청난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 관리는 “EU가 차단될 러시아 은행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거래할 수 없도록 그 자산을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가 시행되면 6430억 달러(약 774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외환보유액 접근에 제한을 받을 수 있어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러시아가 외환보유액을 미 달러 등으로 갖고 있다 보니 거래 자체가 제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만 피해를 보는 건 아니다. 서방 은행 역시 러시아에 빌려준 자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 ‘안전 국가’는 아니다. 우선 러시아와 무역 거래를 하는 국내 기업은 수출입 대금을 받을 수 없다. 최진형 KOTRA 모스크바무역관 차장은 “러시아 현지 수출·수입 관련 기업인들의 전화가 수십 통 쏟아졌다”고 말했다.
러, 6430억 달러 규모 외화 묶여 큰 타격
러시아에 체류하는 유학생과 기업 주재원도 송금을 받기 어려워진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스위프트를 이용하지 않고선 해외 은행에 송금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글로벌 원자재 및 금융시장은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루블화 가치 하락, 국제유가 상승을 불러 세계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에서 나오는 에너지나 곡물이 세계시장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비용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5일 미국 등 주요국 증시 반등의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러시아 제재 수위가 약했던 것”이라며 “이번 스위프트 제재로 국제유가가 뛰고 세계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대(對)러시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4억7000만 달러(약 1조7706억원)로, 전체의 0.4%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