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대러 제재 동참 파트너 32개국 발표…한국은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27일 오후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로하고 반전 메시지가 담긴 ‘평화의 빛’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세빛섬을 포함해 서울시청 본관, 서울로 미디어캔버스, 남산 N서울타워 등에서도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조명으로 평화의 빛을 밝혔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27일 오후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로하고 반전 메시지가 담긴 ‘평화의 빛’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세빛섬을 포함해 서울시청 본관, 서울로 미디어캔버스, 남산 N서울타워 등에서도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조명으로 평화의 빛을 밝혔다. [뉴시스]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전방위 제재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한다면서도 “독자 제재는 없다”고 선을 긋는 모순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당장 미국은 한국을 적극적 제재 동참국으로 여기지 않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미국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수출 금지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이나 장비를 이용했을 경우 제3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도 대러 수출이 금지된다. 상무부는 관련 설명 자료를 발표하며 ‘해당 규정에서 제외되는 파트너 국가들’이라는 항목을 따로 뒀다. “대체로 이와 비슷한 조치를 (이미) 적용하고 있거나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나라들에는 해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32개국의 명단을 제시했는데 한국은 빠졌다.

이는 해당국들의 경우 러시아에 반도체를 수출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미 자체적으로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규정을 굳이 적용할 필요가 없단 취지다. 이번 조치는 한국이 지난 24일 오후 “(독자 제재가 아닌) 제재에 동참한다”고 발표한 이후에 이뤄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27일 “상무부 발표는 아직 한국을 ‘제재를 취하겠다는 충분한 의도가 있는 나라’로 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는 독자 제재에는 일정 부분 선을 긋는 한국의 태도와 연관돼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5일 “우리가 독자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제재를 하면 우리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참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 현지 우리 기업과 교민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중한 한국의 태도에 워싱턴 조야에선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5일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한국이 과거 (6·25전쟁) 침략의 피해자로서 대대적인 원조를 받았는데 미국의 동맹국 명단에서 눈에 띌 정도로 빠진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국장도 현 상황을 한국의 인식을 시험해보는 “리트머스시험지”에 비유하며 “세계 10위권 경제와 광범위한 분야에서 강한 국력을 가진 한국이 그 위상에 따른 기대와는 괴리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